[데스크노트] ’개정’으로 위장된 ‘규제’.... 野 단통법 폐지안, 소비자에 독 될라
10년전, 단통법 폐해 경고 “가계부담·시장경쟁 질식”
민주 “페지 찬성... 지원금차별금지·제조사정보제출 유지”
“野발의안 소비자·시장 피해 여전... 전세계적 유례없어”
2025-11-20 박봉균 기자
[디지털포스트(PC사랑)=박봉균 기자] “서비스요금 인하 효과가 단말기 가격 상승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함/ 이동통신사 간 시장지배력 고착화와 오히려 유효경쟁을 저해함/ 보조금 규제보다 가격 투명성을 높여야.”
10년전 한 국책연구소가 경고한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 시행 이후의 시장 시나리오 보고서다. 당시 정부의 통신정책은 ‘소비자 후생 증대’에 도움은 커녕 시장 경쟁을 차단해 ‘서비스요금 및 질적 경쟁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 조성’까지 방해하는 소위 ‘악법’으로 분석했다.
2014년 단통법 입법 취지는 합리적인 단말기 유통시장 구조를 만들어 ‘이용자의 편익’을 높이겠다는 것이었지만, 이후 시장 경쟁을 질식시키면서 소비자 편익을 꾀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혼란과 실패로 끝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오는 21일 단통법 폐지안을 논의할 예정이니 말이다. 모처럼 여야가 단통법 폐지에는 원론적으로 이견이 없는 듯 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제시한 단통법 폐지 이후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균열이 드러난다. 야당안대로라면 소비자 혜택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사(私)영역’을 여전히 침해하는 규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
“단통법을 폐지해 공시지원금 제도를 없애고, 선택약정할인 등을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시켜 유지한다”는 발의안은 여야간 일치한다. 그러나 야당 발의안 중 ▲지원금 차별 지급이 불가능하고, ▲제조사 장려금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를 방송통신위원회가 사후 관리하는 조항 등은 슬쩍 되살렸다. 이 민주당 발의에 근거한 단통법 폐지안은 ‘무늬만 폐지’라는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시장 경쟁은 여전히 제한되고 소비자 혜택은 전혀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0년간 혼란을 초래한 핵심은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조항’이었다. 당시 연구소 보고서가 경고했듯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서 이통사, 제조사, 유통 등 이해관계자들의 자율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를 위한 더 높은 수준의 지원금 혜택을 꾀했어야 했다.
‘차별 금지’라는 행간에는 가입유형·요금제·거주지역·나이 등과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규제를 포함하지만, 이는 경쟁을 제한하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실제 시장에서는 어떠한 소비 제품도 이 같은 규제를 하는 경우가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이 논리라면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제품의 가격이 대형마트, 백화점 그리고 온라인에서 모두 같아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현재 수능생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수많은 할인 프로모션도 모두 불법이라는 의미다. 결국, 경쟁을 제한하는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조항이 유지되면 사실상 가계통신비 인하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한다. 실제 단통법 시행 이후 지원금을 차별 지급할 수 없다는 명목 아래 일제히 지원금이 획일적으로 줄면서, 소비자들은 단통법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도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 지원금을 규제하는 국가는 없으며 미국·유럽·일본 등은 소비자 이익을 위해 지원금 지급 기준과 규모를 시장의 자율경쟁에 맡기고 있다.
야당이 물러서지 않고 있는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제출 의무’도 과잉규제에 다름 아니며, 결국 소비자들의 통신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그동안 겪은 폐해다. 국내시장에 진출한 해외 제조업자가 국내 조사에 불응하는 경우 국내 제조업자들만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해외 제조사들의 경우 자신들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판매장려금을 최소화로 운영할 가능성까지 높아진다. 이 기밀은 기업 입장에서 사활이 걸린 문제다.
결국 제조사들은 국내 판매장려금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포기하면서 시장왜곡으로 반전될 공산이 크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과 소비자들(가계통신비 인상 등)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시장에는 소상공인인 영세 유통 업체도 포함된다.
실제 한국에서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이 공개될 경우, 판매장려금이 운영되지 않거나 더 적은 금액으로 판매장려금이 운영되는 국가에서는 제조사에게 추가적인 판매장려금을 요구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10년전 전으로 되돌릴 보조금과 장려금은 통신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자생적 산물이다. 이를 규제하는 것은 기업의 가격 차별화 전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사장(死藏)을 앞두고 있다. 유통구조의 문제는 기존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충분히 제재가 가능하다. 단통법 폐지와 그에따른 유통구조 개선도 이 범위 내에서 운영하는 게 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