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4 리뷰] "PC·콘솔로 플랫폼 넓혀라"... 생존전략 다시 짜는 게임사들
콘솔 게임으로 영역 확장해 가는 국내 게임사들 PC로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신작들 지스타 2024에서 보기 힘들었던 하드웨어 기업 부스
[디지털포스트(PC사랑)=방수호 기자] 올해 20주년을 맞은 게임쇼 ‘지스타 2024’가 11월 17일 막을 내렸다. 국내 최대 게임쇼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총 44개국에서 1,375개사가 3,359부스로 참가했고, 현장을 방문한 총인원은 21만 5천여 명으로 집계돼 코로나19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돌아왔다.
단순히 규모만 커지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도 이뤄졌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게임사만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게임기용 게임을 개발해 전시했었고 대다수는 PC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에만 집중했었는데, 올해는 넥슨과 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들이 다양한 플랫폼으로 신작 게임을 선보여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PC사랑이 지스타 2024 현장을 둘러보고 관련 업계에 대해 느낀 점을 이야기한다.
PC 게임만큼 비중 높아진 콘솔 게임
국내 게임계에서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등 주요 게임사들은 PC 온라인 게임을 오랜 시간 개발해 왔고 각 사의 세계적으로 성공한 작품들도 대부분 그 분야에 속한다. 2010년대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대중화에 맞춰 모바일 게임 비중이 크게 높아지기는 했지만 PC 환경보다 화질이나 조작성 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PC 온라인 게임은 국내 게임사들 사이에서 계속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런 상황이 오래 이어졌기 때문에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에서도 오랜 세월 동안 국내 게임사가 만든 콘솔 게임은 접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근래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지역 게임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PC 뿐 아니라 콘솔 게임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파악한 국내 게임사들이 신작 개발에 투자를 늘려나가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과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는 그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국내 게임사 중 가장 오랫동안 PC 온라인 게임을 개발했고 규모도 가장 큰 넥슨은 지스타 2024에서 신작 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는데 이 작품 역시 PC와 콘솔 게임기 환경을 모두 고려해 개발됐다. 넥슨은 아예 키보드와 마우스를 배제하고 엑스박스(Xbox) 게임 패드를 통해 게임을 체험할 수 있게 했는데, 회사의 뿌리를 PC 온라인 게임에 두고 있는 넥슨이 신작 체험 공간을 그렇게 조성한 것은 그만큼 콘솔 게임을 향한 자세가 얼마나 진지한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MMORPG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펄어비스도 지스타 2024에서 신작 게임 ‘붉은사막’ 체험 공간에 키보드와 마우스 없이 엑스박스 게임 패드와 소니 듀얼센스를 배치해 넥슨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평소 콘솔 게임을 자주 즐기는데 국내 게임사들의 작품은 수가 많지 않고 그나마 출시된 게임들 중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서 아쉬움이 컸는데, 지스타 2024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게임에 대한 태도 변화를 발견하자 무언가 빛이 보인 느낌이었다.
PC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바일 게임
모바일 게임은 지스타 2024에서도 강세를 보였는데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뿐 아니라 PC 환경에서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 완전히 대세로 자리 잡았다. 지스타 2024에서 큰 관심을 모은 신작 게임으로는 넷마블 부스의 ‘몬길: 스타 다이브’와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그라비티 부스의 ‘라그나로크 3’ 등이 있었는데 모두 모바일과 PC 환경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개발 중인 것이 특징이다.
2020년 호요버스의 ‘원신’이 출시된 이래 모바일 게임이 크로스 플랫폼으로 개발된 경우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몬길: 스타 다이브는 순수한 모바일 게임으로 크게 성공했던 ‘몬스터길들이기’의 후속작이고, 라그나로크 3는 20년 넘게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PC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기 때문에 그 무게가 다르다. 아무튼 양쪽 모두 크로스 플랫폼으로 더 다양한 게이머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는 점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의 중심에 있는 구글도 플랫폼 다각화는 예외가 아니었다. 지스타 2024에서 구글 코리아 부스에는 스마트폰보다 PC 및 주변 기기가 다수 배치됐었는데 그 이유는 '구글 플레이 게임즈(Google Play Games)' 때문이다. 구글 플레이 게임즈는 다양한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게임을 PC 환경에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앱인데 평소 작은 모바일 기기 화면으로 터치 입력만 해서 즐기던 게임을 커다란 모니터와 키보드·마우스·게임 패드 등을 사용해 즐길 수 있어서 관람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처음에는 모바일 게임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게임사들도 PC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 의외라고 여겨졌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닌텐도 스위치로 콘솔 게임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닌텐도도 모바일 게임으로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고,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게임들을 PC로도 출시해 더 많은 이들이 자사 게임들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스타 2024에서 마주친 모바일 게임들의 크로스 플랫폼 출시는 향후 어떤 플랫폼에서도 다양한 게이머들과 만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모바일 기기와 PC 중 한 가지만 제대로 구비하면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니 환영할 만한 변화이다.
여러 부스에서 활약한 하드웨어
올해 지스타 2024에서는 하드웨어 기업들 대다수가 전시장 내에 부스를 차리지 않고 제품들을 협찬하는 방식을 써서 간접적으로 참가했다. 지스타 운영조직위원회에서 하드웨어 기업들에게 현장 제품 판매를 금지했기 때문에 부스를 차려도 큰 이점이 없어서 생긴 일이었다. 물론 하드웨어 없이는 게임을 즐길 수 없기 때문에 게임 체험 공간을 마련한 게임사들 부스라면 예외 없이 최신 게이밍 PC와 게이밍 기어들이 배치됐다.
투웨이는 다크플래쉬(darkFlash) PC 케이스를 넷마블과 그리프라인 부스에 협찬했고, 레이저(Razer)는 넥슨·그라비티·구글 코리아 부스에 게이밍 헤드셋·마우스 등을 협찬했다. 스틸시리즈(SteelSeries)는 하이브IM과 펄어비스 부스에 게이밍 키보드·마우스·헤드셋, 그리고 게임 패드용 게이밍 기어 ‘컨트롤프릭(Kontrol Freek)’을 협찬했으며, 벤큐(BenQ)는 웹젠 부스에 게이밍 모니터를 협찬했다.
지스타 2024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했던 몬스타기어는 다수의 게이밍 기어 제품들과 게이밍 PC를 전시했는데, ‘AMD 라이젠 7 9800X3D’ 같은 최신 CPU를 사용한 게이밍 PC로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지스타는 엄연히 게임 전시회이므로 게임이 주목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게임사들의 부스에 배치된 하드웨어에 관심이 생긴 관람객들이 현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은 운영조직위원회의 융통성에 의문을 표하게 만들었다.
마치며
지난 달 지스타 2024 현장을 취재하고 나서 어느 해보다도 큰 변화가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요 게임사들은 기존과 달리 주특기 분야의 게임에만 매달리지 않았고 플랫폼을 한정 짓는 자세에서도 벗어나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게임사들보다 한발 늦기는 했지만 올해 지스타처럼 변화하려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국내 게임사들은 게이머들에게 더 신뢰받고, 향후 만족스러운 결과물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