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협회 가입' 언론사만 다음뉴스 입점 자격?... 묘책이 필요하다
신청 언론사는 언론유관단체와 기자유관단체 동시 가입해야 260개 언론사만이 다음 언론사 채널에 입점 가능 뉴스 서비스 시장, 포털이 아닌 AI 중심으로 재편 진행 중
[디지털포스트(PC사랑)= 정운] '지난 2일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2024년 '언론사 채널’ 입점 공고>가 발표됐다. 지난해 5월22일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8기 제평위 운영위원들에게 제평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지 1년 7개월 만의 첫 입점 심사이다. 카카오는 지역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우선 심사를 진행하면서 IT 등 다른 전문분야 언론 심사는 단계별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1년 7개월 만의 다음 뉴스 입점 심사 재개
이번 입점 모집 분야는 '지역 카테고리'로, 지역 언론사는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중 1개 권역을 선택하여 신청할 수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신청 자격은 "입점 가이드 '제2조 입점 요건'을 충족하는 매체로서, 신청 지역에 소재한 매체"로 명시되어 있다.
언론사 채널 입점 가이드의 ‘제2조. 입점 요건’은 아래와 같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신청 자격은 제4항, 즉, "제6조. 평가 방법에 따른 일반평가 및 정량평가를 통과한 매체"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2조. 입점 요건 ‘언론사 채널’에 입점한 매체는 다음 각 항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1. 신문사업자, 정기간행물사업자, 방송사업자, 인터넷신문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인/허가를 받은 후 일(1)년이 지난 매체 혹은 등록한 이후 일(1)년이 지난 매체 |
신청 언론사는 언론유관단체와 기자유관단체 동시 가입해야
‘제6조. 평가 방법’에서는 '일반평가' 항목을 충족해야지만 정량평가로 넘어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일반평가'가 가장 기본적인 신청 자격이 된다.
제1항이 제시하고 있는 자격은 언론유관단체(언론 및 미디어와 관련된 활동을 하거나 이와 협력 관계에 있는 기관, 단체)와 기자유관단체('한국기자협회' 또는 '방송기자연합회')에 동시에 가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유관단체는 특정 단체로 한정하지 않았지만, 기자유관단체는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로 못 박았다.
제6조. 평가 방법 1. 일반평가: 언론의 역할과 책임 준수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언론 및 기자 유관 단체 소속 여부를 확인합니다. 아래 가), 나)호의 단체에 모두 가입되어 있어야 합니다. 2. 정량평가: 독자적인 취재를 통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지, 전문기사를 사용자에게 안정적, 주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아래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카카오의 다음 뉴스가 정량평가 체제로 전환하면서 매체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 소속 단체 가입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이 해당 단체에 가입되지 않은 언론에겐 '차별'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상 한국기자협회 또는 방송기자연합회 회원사만 입점 지원 가능
사실상 한국기자협회 또는 방송기자연합회 회원사만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언론사 채널에 입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이후 중앙매체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언론사가 다음뉴스 서비스에 입점을 시도하려면 이 두 기자 유관단체 중 하나에 회원사로 가입돼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언론사는 한국기자협회 또는 방송기자연합회에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기자협회는 ‘회원의 가입자격 규정’을 “신규회원사로 가입하려면 보도활동을 시작한 후 1년 이상 경과하여야 한다"고 '운영규정'에서 정하고 있다. 단, 시도협회는 여건에 따라 경과 기간을 1년부터 5년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서울시에 본사를 둔 경우, 가입신청사는 20명 이상의 기자가 근무하고 있어야 하며 회원가입은 20인 이상 신청하여야 가입이 가능하다.
한국기자협회 회원사는 모두 203개 사다. 지역별로는 서울 89개 사, 광주·전남 18개 사, 대구·경북 13개 사, 경남·울산 13개 사, 충북 13개 사, 강원 12개 사, 전북 11개 사, 제주 10개 사, 부산 8개 사, 대전·충남 8개 사, 인천·경기 8개 사다.
한편, 방송기자연합회의 회원사 가입 자격은 ‘운영규정’ 중 제5조 제1항에서 “신규 회원사로 가입하려면 가입 신청일을 기준으로 1년 이상의 연속적인 보도 활동을 지속한 경우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와는 달리 기자 수에 대한 제한은 없다.
현재 방송기자연합회 회원사(지회)는 57개 사로 파악된다. 서울․수도권 19개 사, KBS전국 12개 사, 전국MBC 17개 사, 민방 9개 사로 확인된다.
260개 언론사만이 다음 언론사 채널에 입점 가능
단순하게 계산하면 한국기자협회 회원사 203개 사와 방송기자연합회 회원사 57개 사를 합한 총 260개 사만이 다음 언론사 채널에 입점할 수 있다. 서울 소재 매체가 아닌 지역 매체를 위한 이번 입점 공고에 한정한다면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회원사 각각 114개 사와 40개 사(서울․수도권 19개 사 중 비서울 소재 언론사 2개 포함), 즉 모두 154개 언론사만이 대상이다. 물론 기존 입점 언론사를 포함한 수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DATA BOOK>에 의하면 뉴스를 생산․배포하는 소위 언론사 수는 2022년말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사업체를 기준으로 일간신문 208개 사, 주간신문 1,164개 사, 인터넷신문 4,322개 사, 방송 47개 사, 뉴스통신 33개 사로 모두 5,774개 사다.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두 기자유관단체 회원사 260개(4.50%)보다 훨씬 많다.
무려 3,230개에 달하는 지역 언론사
전체 언론사에서 서울 소재 언론사를 제외한 지역 언론사를 뽑아보면 지역일간신문 127개 사, 지역주간신문 647개 사, 지역인터넷신문 2,419개 사, 지역방송 30개 사, 지역뉴스통신 7개 사가 된다. 총 3,230개 지역언론사로, 두 기자유관단체 지역회원사 154개(4.77%)와 비교해 역시 큰 차이다.
두 기자유관단체의 회원사에 속하지 않는 대부분의 언론사는 자연히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포털 검색 노출이 이용자 유입과 광고 수익 확보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사실이다. 매체 인지도 향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정 협회 가입 기준으로 입점 신청 제한이 오랜 고민의 해법인가
특정 협회 가입 기준으로 제한을 두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포털이 차별성도 전문성도 없는 모든 언론 매체와 포털과 제휴할 의무는 없다.
기자유관협회 가입을 위한 최소 정량적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언론사를 제외하는 기준은 일면 타당해 보이지만, 과연 공정성 있는 기준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결국 기자유관단체 가입 기준은 협회 가입 의무만 추가됐을 뿐, 기존 제평위에서 적용했던 "운영 1년 이상 된 매체 신청 기준"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정치적 상업적 압력으로부터 포털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포털 뉴스제휴시스템은 특정 언론사에 유리하게 작용하거나 정치적 및 상업적 압력에 의해 평가가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해법은 없이 정량적인 기준만 제시하고 있다. 언론사로서 전문성을 갖고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보도를 하고 있다는 정량적인 심사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카카오는 지난 1년 7개월간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하고 공정한 제휴 모델을 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검토하고 마련했다고 하지만, 카카오의 언론사 입점 프로세스에서는 과거와 비교해 뚜렷하게 개선된 점은 확인하기 어렵다.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 자문 기구인 ‘뉴스혁신포럼’에서 뉴스 제휴와 관련된 사내 정책을 논의 중이며, 연내 윤곽을 드러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반적인 구성 방식과 의견 수렴 과정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고 있어, 세부 프로세스는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 서비스 시장, 포털이 아닌 AI 중심으로 재편 진행 중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지 20년이 훨씬 넘었으며, 그 동안 뉴스 제휴와 관련된 다양한 정책과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언론계, 포털산업계, 정치권, 시민사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뉴스 제휴 정책은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다.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구했을 뿐이다.
이제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 작동하던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 시대는 저물고 있다. 웹 이후 디지털 환경에 대한 다양한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뉴스 콘텐츠와 검색 시장도 포털이 아니라 AI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포털 사업자와 언론사 모두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따라서 뉴스 서비스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상생 협력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언론사는 포털에 의존하는 기존의 뉴스 유통 방식을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 포털 너머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더 큰 위협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