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터블 PC의 의미와 가치

2014-01-30     PC사랑
 
컨버터블은 수용과 변화를 표현한다
컨버터블 PC의 의미와 가치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시대가 다가왔다며 IT 업계는 새해부터 앞다퉈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소식의 핵심은 윈도우 8의 기능을 뒷받침해줄 ‘컨버터블 PC’의 탄생이다. 윈도우 8이 출시되면서 OS의 정체성은 명확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컨버터블 PC는 개념조차 모호하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노트북이기 때문이다. 컨버터블 PC가 주목받는 이유를 지난 몇 년간의 과거 사례를 통해 분석해봤다.
 
전병관 기자
 

표준노트북, 넷북, 울트라씬, 테스크노트, 울트라모바일 등 노트북의 진화단계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사와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다.
 

노트북의 진화단계와 태블릿 PC의 등장
일반적으로 노트북은 데스크톱의 미니 버전으로 여겨왔다. 그 크고 무겁던 기기를 휴대하기 편리하게 이리저리 압축한 것이다. 손바닥에 걸쳐놓을 만큼 가벼운 컴퓨터로 만드는 것이 과거 제조사들의 꿈이었다. ‘슬림’이라는 대세의 흐름으로 얇고 휴대성을 중시하는 공통의 목표의식에 동참했고, 거듭되는 기술의 발전은 오늘날 다양한 제품 생산을 이뤄냈다.
노트북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 시대가 발전됨에 따라 특정 용도의 목적과 방향성을 나타낸 것을 알 수 있다. 때론 뛰어난 성능으로 나타나거나 예쁜 디자인을 내세우기도 하며,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소비자들을 매료시켰다. 이런 노트북의 지난 역사를 기능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표준노트북, 넷북, 울트라 북, 데스크 노트, 울트라 모바일PC 등으로 열거된다.
 
2010년 첫 출시와 더불어 시장경제를 점유한 아이패드
 
앞에서 본 것처럼 앞다퉈 등장한 노트북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업무의 편의성을 위해 구매된 것이 태반이었다. 획기적인 역사가 진행된 것은 터치패드를 전면으로 내세운 태블릿 PC의 등장이다. 태블릿 PC의 역사적 사건은 2010년 발표된 아이패드로부터 시작됐다.
지금도 아이패드를 태블릿 PC라고 정의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의 중이다. 아직도 개념에 대해 완전하게 정해지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아이패드는 아이패드일 뿐이라는 애플의 입장이 업계에서는 독자적인 제품노선으로 정해진 사실이다. 사용자들의 생각도 다른 제품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아이패드의 방식과 유사한 제품의 분류를 편리하게 하고자 태블릿 PC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태블릿 PC가 바꿔놓은 우리들의 일상
그렇다면 태블릿 PC에 대한 정의는 무엇일까? 사전적인 의미를 빌려오면,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는 개인용 컴퓨터이다. 좀더 와 닿게 이야기하면, 글씨나 그림을 손이나 펜으로 입력할 수 있는 PC이다. 태블릿 PC는 PC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노트북보다 휴대성이 편리하다는 장점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고 현재는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잡았다.
과거에 노트북도 휴대성을 무기로 출시됐다. 그러나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기기가 있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즉 사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노트북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점에 대응이라도 하듯 터치스크린의 바람이 몰아닥쳤다. 일반 모니터의 스크린에 터치패널을 장치를 도입해 문자나 이미지 등을 손끝으로 조절하는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터치스크린은 사용자들에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대체하는 획기적인 방법이었고, GUI 환경에서 직관적인 업무가 가능해졌다.
아무리 휴대성을 강조한 노트북이라고 해도 어디서나 자유롭지 못한 불편함을 태블릿 PC는 해결해 줬다. 크기와 무게 면에서 노트북보다 휴대성도 좋고, 언제 어디서든지 원하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소비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편리하게 휴대하면서 PC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태블릿 PC는 사용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아이템이 됐으며 다양한 장소에서 단말기로서의 기본적인 사용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간략한 업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개인 여가 생활의 활력소가 됐던 것이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태블릿 PC를 통해 장소와 관련 없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감(感)이다.
 

 
도로 한편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인터넷을 즐기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훈훈할 따름이다.
그것도 태블릿이 아닌 노트북으로.

 
현재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네트워크 환경에 노출된 시대로 이를 벗어나 사는 이가 없을 정도다. 역시나 이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역할을 돈독히 해주고 있다. 여기서 부족한 부분은 태블릿 PC가 분담하고 있다. 스마트폰보다 넓은 화면과 높은 성능은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쉽게 접속하여 SNS를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문화생활 및 쇼핑, 업무처리 등 새로운 사용자 환경으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컨버터블이란 개념에 집착하는 이유
태블릿 PC가 성황을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컨버터블’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듯  많은 제품군이 쏟아지고 있다. 태블릿 환경에서 PC 환경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일까? 이게 아니라면, 기존 태블릿 PC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터치스크린의 오류와 낮은 인식률의 작업속도와 구분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기존의 도킹시스템을 더욱 확장하려는 계획일까. 물론 여기서 거론된 문제들을 개선하고, 신제품을 출시하려는 것은 모든 제조사의 로망일 것이다. 그렇지만 왜 하필 많은 개념 중에서 컨버터블에 집중하는 걸까?
컨버터블(convertible)이란 단어는 다른 형태나 용도로 전환 가능한, 변환할 수 있다는 뜻의 형용사다. 무엇을 표현하려 하는 걸까. 우리는 이 단어를 멋진 스포츠카를 통해서 자주 들어본 적이 있다. 지붕을 접었다 폈다,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자동차에서 이런 단어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에는 다양한 생활방식과 접목한다는 의미로써 이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나 일상에서 쓰이는 용어가 IT 업계에서도 지나칠 수 없는 단어가 되고 있다.
이제는 컨버터블 PC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컨버터블 PC는 다양한 변화를 통해 사용자 중심의 작업을 도와주는 PC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조금더 덧붙이자면, 태블릿 PC의 장점인 휴대성과 노트북의 장점이었던 키보드 사용을 조합한 것으로,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PC가 곧 '컨버터블 PC'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컨버터블의 특성을 기반으로 제조사들은 제각기 다른 콘셉트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외관만 살펴보면, 일반 노트북이나 태블릿PC라는 인상이 강할 뿐이다. 주요 제조사의 제품명을 분석해 보고 어떤 의도로 제작됐는지 살펴보자.
 
 
제품의 이름만 살펴보면 ‘컨버터블’이라는 의미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컨버터블 PC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에서 살펴봐야 할 듯하다.
 
 
컨버터블 PC의 종류와 특성
컨버터블 PC의 종류를 분류하자면 어떤 OS를 사용하는지,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는지, 키보드를 탑재하는지 분리하는지 등으로 구분된다. 이 기준은 태블릿 PC를 분류하던 방식에서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태블릿 PC를 나눌 때 슬레이트형, 하이브리드형, 컨버터블형으로 설명되어왔다.
물론 태블릿PC의 방식들은 윈도우 8이 출현하기 전의 상황이라 컨버터블이라는 이름을 발휘할 수 없었고, 복합적이라는 의미의 ‘하이브리드’의 성향이 강했다. 또한, 윈도우 기반의 OS가 아닌 타사의 OS가 지니는 협소한 호환성은 컨버터블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발목을 붙잡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현재는 윈도우 8의 출현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윈도우 8은 PC, 태블릿, 패드의 문제를 모두 포섭하고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재에 와서 컨버터블 PC를 구분 짓는 요소는 키보드의 결합과 분리에 따르는 변신(transformation)형과 비 변신형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여기서 슬라이드 형과 듀얼 디스플레이형, 키보드 독형(Keyboard Dock), 스위블 형 등으로 다시 분류된다.
 

슬라이드형(slide)
화면을 밀어 올리거나 버튼을 누르면 키보드가 나타나는 변신형태로 태블릿이나 노트북의 이중 변형이 가능하다.
 
▲ 소니 바이오 11
▲ LG 탭북

▲ 도시바 새틀라이트
 
 
듀얼 디스플레이형(dual display)
화면의 앞뒤로 두 개의 디스플레이가 존재해 상대방과 마주 보며 작업이나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다.

 
 
 
 
스위블 형(swivel)
스크린을 다양한 각도로 회전할 수 있어 원하는 각도에서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

 
▲ 아이디어 요가
▲ 팅크 패드 트위스터
 

키보드 독형(Keyboard Dock)
스크린과 키보드를 서로 분리하거나 결합해 사용할 수 있어서 가볍고 휴대가 편리하다.


컨버터블 PC라는 개념이 갖는 문화적 의미
컨버터블이라는 개념을 문화인류학자 이어령 교수가 명명한 ‘디지로그(Digilog)’의 설명을 덧붙여 해석해보자. 혹자는 지금의 컨버터블 PC가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되어 적재적소에서 변형되는 시대의 제품이라고 한다.
한때, 멀티(multi)라는 단어가 지니던 물리적인 개념에 초점을 맞추던 시대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예를 들면 복수, 다수 등의 개념과 일원화 및 단일화 등의 사회현상은 ‘통합’이라는 단어가 주는 피상적인 느낌들이 만연했다. 그러다 보니 복수와 다수보다는 개인성향이 중시되는 사용자 중심의 편의성이 강조된 제품이 인기를 끌게 됐다.  안타깝게도 기존의 노트북도 개인용 PC였지만, 업무라는 요소와 연관을 갖게 되어 개인용이라는 용도가 가지는 특징을 내세울 수 없어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태블릿 PC가 개인용이라는 터를 잡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런 현상은 소비가치의 시대를 넘어 기호가치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에서는 태블릿PC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개인용으로서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는 고유한 영역을 갖게 해준다는 심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태블릿 PC는 진정으로 모든 욕구를 만족하게 해줄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태블릿PC의 문제는 뭐니뭐니 해도 협소한 작업능력이다. 제품별로 다른 OS 간의 호환성 문제는 작업을 지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문제점에 종지부를 찍듯이 윈도우 8은 호환성을 두루 갖춰 우리 앞에 나타났고, 능력발휘를 위해 컨버터블이란 시대적인 개념을 치장하게 됐다.
컨버터블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나 인상은 때때로 ‘변환’이라는 의미로 어떤 작업환경에서도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즉, 어느 한 부분을 버리고서 새로운 혁신을 이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수용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대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노트북과 태블릿 PC의 장점을 조합해 사적인 생활에서부터, 비즈니스적인 체계까지 포섭하고자 하는 것이 컨버터블 PC의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일 듯 싶다. 윈도우 8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과 컨버터블이라는 하드웨어 조합이 앞으로 다양한 혁신적인 디바이스들을 창출케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포스트 PC 시장은 컨버터블이 중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