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PC vs 조립 PC, 서비스도 막상막하?
2014-03-08 PC사랑
이상 없이 사용 중이던 PC가 별안간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당황한 직원 A 씨는 본체에 붙어 있는 A/S 센터에 전화를 하지만, 기나긴 기다림 뒤에 ‘무상수리 기간이 지났다’는 매정한 답변이 돌아온다. 홧김에 새 PC를 알아보려던 A 씨. 하드웨어를 자기 입맛대로 맞출 수 있는 조립 PC 이야기가 떠오른다. A 씨의 직장은 마침 용산에 있었다.
정환용 기자
여러분은 PC나 노트북을 구입하면 얼마나 사용하는가? 기자가 지난 1월까지 집에서 사용하던 PC는 2009년 구매한 조립 PC로, 무려 40개월이라는 개인 최장 사용 기록을 세워 준 녀석이다. 끊임없는 관리와 유지보수, 부분 업그레이드로 성능을 유지하던 PC는 마침내 파워 서플라이와 메인보드가 동시에 타버리며 장렬히 전사했다. 다행히 CPU와 다른 하드웨어는 테스트 결과 정상 작동해 계속 사용할까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수고해 준 노고를 생각해 고이 묻어두기로 했다. 이 지면을 빌어 집에서 영원히 잠든 기자의 PC에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
각설하고, 기자가 조립 PC를 햇수로 5년이나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A/S의 힘이 컸다. 당시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용산의 한 매장에서 구매한 뒤 2주 만에 메인보드에 문제가 생겨 곧 새 제품으로 교환을 받았다. 이후로도 HDD 모터 이상으로 새제품 교환, 케이스 전면 USB 포트 이상으로 전면 패널 교체 등 갖은 난관을 겪어가면서도 ‘한 번 샀으면 3년은 써야지’라는 기자의 신념은 끝내 지킬 수 있었다. 최근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가 당초 예상했던 목표 수명을 훨씬 뛰어넘은 것을 봐도 관리를 잘 해주면 얼마든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셈이다.
3년 반 동안 잘 버텨준 인텔 린필드 i5-750.
지금은 i5의 명맥을 이어주는 아이비브릿지 i5-3570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브랜드 PC는 용산에서 벗어나 대형 마트의 가전제품 매장, 전문 전자제품 상가를 거쳐 홈쇼핑에서까지 판매되고 있다. 다양한 성능과 더불어 키보드?마우스와 모니터까지 결합한 풀세트 상품이란 점에서 구입이나 관리상의 편의성 덕분에 PC에 대해 잘 모르는 사용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거대한 자본으로 형성된 전국 서비스센터는 사용하던 PC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조립PC를 구매하는 것을 망설이는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PC에 대한 지식과 A/S 문제다. 과거 조립PC를 표방하는 맞춤PC 전문업체들이 줄지어 시장에서 떠난 것도 판매에 걸맞은 수준의 A/S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기에 이 문제와 직결된다. 특히 CPU와 RAM을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 PC 하드웨어는 원가 절감을 위해 OEM으로 생산하는 제품이 많아 그 성능이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당장 대기업의 완제품 PC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봐도 각각의 하드웨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HDD라 해서 용량만을 표기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모든’ 정보가 아니지 않은가.
모 브랜드 PC의 제원이다. 그래픽은 내장 GPU를 사용한다 쳐도 RAM, HDD, 메인보드 등 브랜드와 특징을 알 수 있는 하드웨어들의 정보가 부족하다. 개별 구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원가를 낮추기 위해 포장재나 성능 부분을 대폭 양보해 가격을 낮춘 OEM 제품들을 사용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할 수 없을 것이다.
개별 A/S 향상 중, 서비스 기간도 충분해
브랜드 PC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이유 중 하나는 ‘간편한 A/S’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부분의 브랜드 PC 서비스는 ‘컴퓨터가 안 켜져요’, ‘인터넷이 안 돼요’ 등의 간단한 요청도 즉각 서비스 담당 직원이 집이나 직장으로 찾아와 문제를 해결해 준다. 비록 시일이 약간 걸리기도 하지만, 사용자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도 전문 기사가 PC의 상태를 체크하고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단점은 그 기간과 서비스에 대한 가치 책정이다. 대부분의 브랜드 PC의 무상 A/S 기간은 1년이다. 일반적인 PC의 사용 기간이 3~4년, 오래 쓰는 경우 5년을 넘기기도 하는 PC인데 1년이 지나 서비스를 신청하게 되면 출장비, 수리비에 하드웨어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 해당 비용까지 감수해야 한다. 같은 사양의 조립 PC의 가격에 크게는 30%까지 높이 책정된 판매 가격에는 A/S 비용이 포함돼 있지만, 이것은 브랜드 PC를 사용하며 큰 문제가 없었을 때의 기회비용이라 하기에는 소비자의 부담이 커 보인다.
게다가 PC에 사용자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물리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무상수리 기간 이후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조립 PC와 브랜드 PC에 관계없이 제품의 내구성을 보장하는 척도인 무상수리 기간이 지나면 수리에 발생하는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문제는 그 기간의 차이다. 모 브랜드 PC의 무상수리 기간은 1년이다. 그런데 이 PC에 사용되는 인텔 코어 i5-3470(쿼드 코어, 3.2GHz)는 공인 대리점에서 3년 간 무상으로 A/S를 받을 수 있다. 만약 구입한지 2년이 지난 브랜드 PC의 CPU에 문제가 생긴다면 해당 브랜드에서는 무상으로 수리할 수 없다. 결국 사용자는 CPU만 떼어 공식 대리점에 맡겨야 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A/S를 위한 CPU 시리얼 코드나 정품 박스가 없다면 무상 A/S가 불가능할 수도 있어 구입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1년의 빠르고 친절한 A/S를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 PC지만, 1년이 지난 뒤의 수고는 고스란히 사용자의 몫이 돼버린다.
디테일에 주목해야
서비스 말고도 조립 PC의 장점은 많다. 예를 들어 모니터나 메인보드에 부착된 전자파 장해 인증(EMC, Electromagnetic Compatibility) 마크는 PC 하드웨어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차단해 주는 기술을 공식 인증 받은 표시로, 미약하지만 PC를 사용하며 받을 수 있는 전자파를 최소화해 준다. 과거에는 휴대폰에 전자파를 차단해 주는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하드웨어가 EMC 인증을 받아 별도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브랜드 PC의 하드웨어는 앞선 설명처럼 OEM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자파 관련 인증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작은 부분이지만 반대로 작은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사용자의 소양이다.
이밖에도 브랜드 PC 메인보드의 경우 후면 USB 포트가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충전을 지원하는지, 각 하드웨어에 전원을 분배해 주는 커패시터는 좋은 제품을 사용했는지, 메인보드 고유의 부가기능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에너지 소비효율이나 환경 마크도 N/A(Not Applicable, 해당 없음)로 표기돼 1차적인 정보 외에는 사용자가 직접 본체를 열어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혹자는 “일반인이 그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한다. 기자가 좋아하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의 명대사를 빌어 답을 대신한다. “전화로, 말로만 최고를 외치는 요리사는 결코 장사꾼에게 좋은 재료를 받을 수 없다. 좋은 재료를 볼 줄 아는 요리사에게 좋은 재료를 준다.” PC를 구입하고 사용하는 소비자로서, 사용자로서의 소양은 단지 비용을 지불했으니 권리를 누려야겠다는 안일한 마음가짐보다는 좀 더 알아보고 공부해서 더 좋은 장비를 더 좋은 값에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기자가 장담컨대, 자신에게 맞는 PC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공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