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개최 불투명, 게임 규제는 계속 되나?
2014-03-15 PC사랑
지스타 개최 불투명,
게임 규제는 계속 되나?
게임 규제는 계속 되나?
조성호 기자
규제, 규제, 또 규제
인터넷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이를 시행에 옮기게 된 이유는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인터넷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그 원인을 게임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여성가족부(여가부),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법무부 등 학교폭력 관계부처들은 청소년의 과도한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게임을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게임과 학교폭력 사이의 정확한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는 상태에서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낙인을 찍어버린 것이다.
3개 정부기관의 게임에 대한 규제는 과잉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손인춘법’으로 지스타 불참 운동 확산
이러한 규제 속에서 연초부터 정치권에서는 셧다운제를 능가하는 강력한 규제안이 발의돼 또 한 번 논란이 일었다. 새해부터 발칵 뒤집어진 게임 업계는 ‘지스타 불참’ 등을 선언하며 ‘더 이상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라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자칫 큰 태풍이 몰아칠 양상이다. 지난 해 지스타 메인 스폰서를 맡았던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남궁훈 대표가 자신의 SNS를 통해 “법안 상정 자체에 항의하는 의미로 올해 지스타는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지스타 행사 자체를 원천 진행하지 않을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고 다수의 업체들이 함께 하겠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특히 지스타 개최지인 부산의 서병수 의원(부산 해운대구 기장군갑, 새누리당)과 유기준 의원(부산 서구, 새누리당)이 법안 상정에 참여한 것이 알려지면서 게임 업계가 느낀 배신감은 더욱 컸다.
손인춘의원의 게임 규제 강화 법안으로 게임업체들의 지스타 불참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손인춘 의원 등 17명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또 인터넷게임 제공업자가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 이용 대금을 받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아이템 거래는 전면 금지된다. 아울러 인터넷게임 제공업자는 청소년 회원가입자의 보호자는 물론 담임교사에게 해당청소년이 이용하는 게임의 특성과 등급, 중독유발지수 등 게임의 기본적인 사항과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시간과 결제정보 등 관련 사항을 알려야 한다. 특히 현재 심야시간대 청소년의 인터넷게임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확대 강화해 기존 6시간에서 3시간이 늘어 게임업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또한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에서는 기금조성과 관련된 내용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법률안은 여성가족부장관이 인터넷게임중독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한 치유부담금을 인터넷게임 관련사업자에게 연간 매출액의 1% 이하에서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납부기한까지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체납된 금액의 5%에 해당하는 가산금을 부과할 수 있고 이마저도 내지 않으면 여가부가 강제징수에 나설 수 있다. 정부가 강제로 부담금을 걷는 것에는 결국 게임이 중독과 폭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 자리 잡고 있다. 알코올중독 문제해결을 위해 주류업계가 매년 주류시장 전체매출의 0.06%를 치료센터에 출연하고 있는 것과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또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의 1%는 적자상태에서도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되기 때문에 중소 게임업체에게는 큰 고충이 될 수 있다.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게임의 유해성을 마치 진실인 양 가정하고 현실과 동 떨어진 규제안으로 애꿎은 게임 개발 업체만 피해를 받게 될 판국인 것이다.
게임이 ‘사회 악(惡)’인가요?
이미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각자의 셧다운제로 게임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서 더 강력한 법률안을 들고 나온 상황은 게임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둘러싸고 너도나도 철퇴를 휘두르는 모습이다. 향후 또 다른 규제안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미 중복규제를 받은 상황에서 3중 규제까지 갈 상황이다 보니 게임 업계가 한목소리를 내며 반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셧다운제 시행 초반에는 그 취지에 공감하고 게임 업계에서도 자정노력이 있었지만, 새해 갑자기 터져 나온 ‘손인춘법’은 그동안 쌓여있던 울분이 터져 나온 듯하다. 이러한 규제들이 계속해서 나오게 된 배경에는 국내에서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게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게임의 중독성과 사행성이 도박 못지않다며 ‘사회악(惡)’으로까지 취급받고 있다. 청소년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운 여성가족부가 이러한 인식을 심는데 가장 크게 일조했으며, 게임 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K-POP도 못 따라오는 한류 콘텐츠 ‘게임’
사회 ‘악(惡)’으로 낙인찍혔지만 게임은 대표 한류 콘텐츠로 경제적 측면에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K-pop도 게임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우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2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살펴보면, 2012년 국내 게임 산업 매출액은 약 10조 5,300억으로 2011년 대비 19.6%가 증가한 것 나타났다. 온라인게임은 26.3%의 성장률을 보이며 10조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게임이 역시 49.4%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문화콘텐츠산업의 핵심동력으로 성장했다.
즉, 게임이 대표 한류 콘텐츠로 불리는 음악과 영화, 방송 산업 보다 국가 경쟁력의 가치가 훨씬 높다고 증명된 셈이다. 이들 콘텐츠들이 수출액 면에서 온라인게임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결국 온라인게임이 한류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으며, 잘 만든 게임 하나는 열명의 이병헌도 부럽지 않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실효성 없는 셧다운제
게임의 경제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정치권에서 게임을 규제하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계속된 규제는 게임 산업을 위축시키고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셧다운제 도입 이후 이용자의 연령 확인과 별도 서버 운영으로 인해 업체당 수십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또 이러한 비용 발생 자체를 피하기 위해 15세 이상 게임 보다는 청소년이용불가 게임 개발이 증가하고 있어 게임의 다양성 측면에도 큰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실제 2011년과 2012년 상반기를 비교했을 때 국내 게임업체들의 성인용 게임물 개발 비중은 50%이상 늘어났지만, 청소년 이용가 게임은 64.1%에서 55.3%로 약 10%정도 감소했다.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며, 결국 이러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청소년 게임은 해외 게임 업체들의 손에 넘어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물론 모바일게임도 셧다운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책없는 규제, 피해는 고스란히 게임업체로
셧다운제의 실효성 의문 논란이 커져 가는데도 여성가족부는 오는 5월 중순부터 셧다운제를 모바일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중독성유발지수 측정 등을 따져 게임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즉 모바일게임도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실명인증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앞서 여가부가 발표한 0.5%의 청소년들의 게임 방지를 위해 나머지 95%가 실명인증을 거쳐야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 보인다. 특히 지난 2월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주민등록번호 신규 수집 및 이용 전면금지’를 명시하고 있어 게임 업체들의 고민이 늘었다. 셧다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연령 확인이 필수인데, 주민등록번호 사용이 원천 금지된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사용자 연령 확인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규제안을 내놓은 여가부는 게임업체들이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아이핀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사용자 수가 많지 않아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고, 휴대폰 본인인증방법은 부모 명의 도용이 더욱 쉬워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휴대폰 본인인증은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로 인해 자신의 생년월일과 본인 명의의 휴대폰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는 역설적으로 부모 명의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부모의 생년월일만 알면 손쉽게 부모 명의로 가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음만 먹으면 셧다운제를 피하는 것은 물론 성인 게임, 성인 사이트 가입도 할 수 있는 셈이다.
풍선효과 예방해야
풍선효과라는 말이 있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한 곳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빗대어 ‘어떤 부분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표현한 말이다. 즉,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특정 사안을 규제 등의 조치로 금지하거나 억압하면 규제가 미치지 않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유사한 문제가 발생되는 사회적 현상을 말한다. 정부가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해 집창촌을 단속하자 주택가 등지로 옮겨가 은밀하게 이루어진 일은 풍선효과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게임 규제도 이 풍선효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을 예방한다는 미명 아래 무작정 게임을 규제하고 금지하는 정책들은 결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주민등록번호 도용이라는 중대한 범죄가 증가하는 사유가 되고 말았다. 또한 국내 게임 산업의 위축을 불러왔으며, 이는 해외 게임 업체들이 국내 게임 인기 순위의 상위권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게임 업체들의 경쟁력에 큰 손실이 되고 있다. 단순히 게임을 규제한다고 해서 게임 중독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수는 없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료가 필수이듯이, 게임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게임 중독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자발적인 관심이 게임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