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온라인 게임 '아키에이지', 고객 대응은 막장?

2014-05-13     PC사랑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한 초대형 MMORPG '아키에이지'가 막장으로 치닫는 고객 대응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게임 포털사이트 '인벤'의 한 게시판에 심경을 토로한 한 네티즌(이하 '유저')은, 자신의 아키에이지 계정이 해킹을 당해 엑스엘게임즈 측에 복구 요청을 하던 중 황당한 대응을 받았다고 전했다. 함께 공개한 두 개의 녹취록에는 엑스엘게임즈의 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유저의 항의를 거친 욕설과 폭언으로 대응하고 있다.


* 녹취록 1 :  

* 녹취록 2:

※1. 위 링크는 shift + 링크 클릭으로 새 창에서 열어야 합니다. 출처 : 인벤(inven.charislaurencreative.com)

※2. 위 링크 내 녹취록에는 다소 거친 욕설이 녹음돼 있습니다.


해당 유저는 해킹당한 자신의 계정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및 이메일 문의를 거쳤으나 제대로 된 해결책을 듣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5월 3일 직접 엑스엘게임즈 사옥을 찾은 유저는, 고객 대응은 커녕 인사과 직원에게 폭언과 조롱밖에 들을 수 없었다며 사건의 전말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는 유저와 인사과 직원 모두 서로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실랑이를 벌였고, 직원은 유저에게 "방문 상담을 받으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을 해야 한다"는 상식 밖의 발언으로 유저를 당혹케 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유저가 게임 포털 사이트에 녹취록과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 사건이 커지고 소문이 퍼지자 엑스엘게임즈 측에서도 급하게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사과문에서는 유저가 먼저 유리문을 발로 차고 사무실로 들어오려 했기 때문에 제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과 함께, 실제로 유저를 대응한 사람이 인사과 직원이 아니라 보안요원이었다고 사건을 무마시키려 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서도 판매자와 소비자는 서로를 존중해야 하지만, 해킹으로 잃어버린 자신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게임 유저가 게임 회사 직원에게 폭언과 조롱을 듣고 해답도 얻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면, 어떤 유저가 이 게임을 즐기려 할지 의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무조건 엑스엘게임즈를 비난할 수는 없다. 게임 회사의 특성상 회사 내부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유저가 요청한 본인 인증 문제는 내방이 아니라 이메일이나 전화 상담으로 해결한다고 사측은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유저는 그 이전에 해킹 사실을 고객센터에 전달하고도 복구나 보상에 대한 리액션이 없었고, 전화 상담도 마치 ‘붙여넣기’(ctrl + v)처럼 틀에 박힌 대답으로 일관했다며, 사측이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키에이지는 본 사건 이전부터 여느 게임보다 유저들의 불만이 거셌다. 캐릭터와 직업군 밸런스 붕괴, 잦은 점검과 그에 대한 보상이 전무하다시피 한 점, 불필요한 축산 컨텐츠로 게임 내 경제 침체 등 게임 자체에 대한 의문이 계속돼 동시접속자 수도 점점 감소하고 있던 상황. 설상가상으로 곧 시작되는 중국 서비스는 국내와 달리 무료로 오픈된다는 점까지 가세해 국내 유저들의 빈축을 샀다.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는 자사의 앱 '아키토키'의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을 묻는 질문에 '아이폰을 사라'는 황당한 답변으로 비난을 사기도 했다.)
 
포스코 상무 사건과 남양유업 사건 등으로 떠들석한 이 시점에서 추가된 엑스엘게임즈의 이번 사건은, 서비스 시작 이후 끊임없이 제기됐던 게임 운영에 대한 문제에 설상가상으로 겹친 악재가 됐다. 자신이 왕이라고 착각하는 소비자도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소비자를 '봉'으로 취급하는 판매자 또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PC사랑 정환용 기자 maddenflower@ilovepc.charislaurencreat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