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미래를 알고 있는 당신,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2014-05-27     PC사랑
지난 호에 설명했던 ‘블레이드 러너’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의 원작을 집필했던 SF소설의 거장 ‘필립 K 딕’. 20세기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동시에 그 이름을 딴 ‘필립 K.딕상’은 휴고상, 네뷸러상과 더불어 SF계의 3대 문학상이다. 이 필립 K 딕의 단편 소설과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나 위대한 영화를 탄생시켰다. 빅데이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화, 바로 마이너리티 리포트이다.
김희철 기자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보통 ‘후회’로 끝나게 되는 보편적인 상황들을 보면, 정보의 부족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연애를 처음 하는 남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 연애를 시작해 자신의 연인, 더 크게는 ‘여자’에 대해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경우 ‘가벼운 실수’에 비해 그 대가로 가혹할 정도로 쓴 맛을 보는 경우가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어느날 이 남자의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 생겼다. 여자친구와의 달콤한 대화 도중에 난데없이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여자친구가 토라져 버린 것이다(이 시점에선 여자친구가 섭섭한 점을 말하기를 꺼려해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남자는 영문도 모른 채 필사적으로 사과하는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했다. 나중에 이유를 듣게 되고,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자동으로 학습되어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교훈적인 경험이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의 것까지 축적되어 모이면, 데이트 중 어떤 상황에서도 여자친구의 진노를 피해 행복한 데이트를 보장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이렇게 개개의 행동패턴, 경험을 토대로 한 데이터들이 잔뜩 모이면, 그 데이터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이것이 빅데이터이다.
 
 
 
 
지뢰위치를 알면 밟을 일이 없다. 미래도 미리 알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범죄예방은 예측에서 시작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를 예측해 미리 막는다는 설정의 영화다. 앞서 말한 개개인의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미래 예측과는 조금 방식이 다르다. 범죄 예방수사국 ‘프리크라임’은 미래를 보는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세 명의 ‘예언자’를 이용해 영상 데이터를 얻는다. 프리크라임 반장이자 주인공 ‘존 앤더슨’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건이 일어날 시간·지점에 먼저 도달해 예정된 범죄를 막고, 예비 범인을 체포한다. 여기서 범죄 예방은 세 예언자의 데이터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큰 그림으로 보면 빅 데이터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불완전성이 있는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과도한 가치를 부여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 영화에서나(비록 초자연적이지만) 현실의 빅데이터처럼 객관적으로 검증된 데이터를 참고하는 것이 더 정확한 미래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원래 간통 때문에 남편에게 살해당할 여인이었다.
 
범죄가 벌어지려는 순간 미래는 변하게 된다.
 
 
 
빅데이터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영화 내에서의 ‘범죄 없는 세상’은 파라다이스처럼 보인다. 당연하지만, 현실에서도 범죄 없는 세상이 좋다. 빅데이터는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영화 내에서는 그 점을 정확하게 꼬집는다. 프리크라임 반장 존은 범죄예방 시스템이 없었을 당시 자신의 아들을 신원미상의 범죄자에게 잃은 기억이 있다. 그 때문에 범죄 척결에 이를 갈며 미래의 예비 범죄자 검거에 모든 힘을 쏟는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범죄예방 시스템에 다음 살인자로 자신이 나오게 된 것이다. 존은 상황이 조작되었음을 확신하고, 도주 끝에 악의를 가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미래예측을 악용해 사건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 영화 밖 현실에서도 같은 상황은 벌어질 수 있다. 빅 데이터가 뽑아내는 객관적인 미래 예측은 완벽에 가까울지 몰라도, 그것을 다루는 사람은 불완전하다. 다시 말해서, 기술 자체야 가치중립적이지만 의도에 따라 ‘빅브라더’가 탄생할 수 있으므로 다루는 사람의 양심에 전적으로 기대야 하는 것이다.
 
 
존이 아들의 원수를 찾아 처단하려는 상황 또한 조작된 것이었다.
 
또한 문제점은 더 있다. 빅데이터를 구성하기 위해선 정보의 수집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이 정보수집 과정에서 노출을 원하지 않는 개인정보가 침해당할 수 있다. 나 이외의 누군가가 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면, 범죄에 악용될 소지는 충분하다. 영화 내에서 존이 길거리를 걷는 장면이 있다. 이 때 거리의 수많은 광고판에서 존의 이름과 추천 상품이 음성으로 흘러나온다. 현실에서도 소비자의 특정 소비 형태를 발견해 맞춤형 서비스와 제품을 추천하는 것은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정보 수집에 의거한 것이다. 예를 들어 기자의 경우, 사은품 증정 이벤트에 응모했는데 보험 상담전화를 받게 된 경우가 있었다. 분명히 기자는 보험 상담을 원한 적도 없고,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마치 귀신처럼 이름과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이유는 상담원과 짧은 통화 후 알게 되었는데, 개인정보수집 동의에 체크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문구나 작은 체크박스로 이루어져 있다. 정보의 주인인 ‘나’조차 의식하지 못한 상태로 누군가가 나의 정보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못한 경험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빅데이터를 접하는 자세는 아직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방어적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점에서 빅데이터의 가능성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길거리의 광고판에서 자동으로 소비자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키보드도 마우스도 아닌 동작인식 입력장치

프리크라임 팀에게 있어서 범죄분석의 확실한 단서는 피해자와 피의자의 이름과 예언자들에게 제공받은 영상뿐이다. 영상에는 아무런 설명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분석이 필요하다. 반장 존은 손에 멋진 장갑을 끼우고 화면에 손도 대지 않고 휙휙 돌려가며 영상을 분석한다. 오로지 모션인식만으로 동작하는 신기한 입력장치이다. 현재는 ‘립모션 컨트롤러’라는 모션인식 장치가 등장했다. 컨트롤러 위에서 손을 움직이면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화 된 듯한 신기한 조작을 보인다.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손가락 뿐만이 아니다. 펜을 들고 화면에 선을 슥슥 긋는다던지, 젓가락으로 앵그리버드를 날리는 등의 조작도 가능하다. 미래는 이미 가까이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