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형의 못생긴 얼굴에서 S라인 퍼펙트바디 누님까지 그래픽카드, 이렇게 컸습니다
2013-06-17 PC사랑
언제나 ‘초심’은 중요하다. 새해 첫 날 결심했던 금연 의지는 그 다음날 꺾이고, 다시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회식 자리에서 폭탄주를 제조하고 있다 해도, ‘더 잘해야 한다’는 초심은 언제나 모든 행위의 밑거름이 되기 마련이다. PC를 비롯한 게임의 근간인 그래픽카드 역시 발생 초기 단색에 8비트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 그래픽인지 실사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아직 끝나지 않은 VGA의 역사,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시작부터 천천히 돌아보며 우리를 즐겁게 해 줄 다음 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지 상상해 보자. 편집자 주
최초의 그래픽카드와 발전사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어떤 것이 먼저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철학자에게 이 의문은 ‘생명과 이 세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런 끝나지 않는 질문은 정답이 없어 답답한 문제이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래픽카드는 이런 의문 자체를 가질 필요가 없다. 최초의 그래픽카드는 1981년 IBM사가 도입한 표준 비디오 디스플레이 카드 ‘MDA(Monochrome Display Adapter)’이다. MDA는 흑백 문자만 표현이 가능했으며 80열 x 25줄의 문자열을 보여주었다. 또한 4KB의 비디오 메모리를 장착하여 높은 문자열 해상도를 구현하여 비즈니스와 워드프로세서에 적합한 성능을 보였다.
오직 흑백만 표현할 수 있었던 MDA와 다르게, 같은 해에 출시된 CGA 카드는 320 x 240, 640 x 200 해상도에 16kb의 비디오 메모리를 장착했고 최대 16색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후 1982년 720 x 348의 허큘레스 그래픽카드가 발매되어 CGA보다 높은 해상도로 인기를 끌었다. 여담이지만 기자도 허큘레스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XT 컴퓨터로 페르시아 왕자를 처음 접했는데, XT 컴퓨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그래픽을 보여주었다. 1984년 IBM이 자사의 새로운 AT 컴퓨터에 소개했던 EGA는 16색에 640 x 350 화소의 해상도를 표현할 수 있었다. 바로 그 다음에 출시된 카드가 우리에게 익숙한 VGA 카드이다. VGA는 IBM사가 1987년 출시한 아날로그 방식의 컴퓨터 디스플레이 표준이다. 익숙한 해상도 640 x 480에서 출발한 VGA는 출시 당시 256KB의 비디오 메모리가 장착되었으며 16색, 256색 모드를 지원할 수 있었다. 현재 발매되고 있는 그래픽카드의 뿌리는 모두 이 VGA에서 온다.
‘부두’의 등장과 PC 게임 시장의 변화
90년대 초반 오락실을 다니던 독자들에게 PC게임은 나름대로 재미는 있지만 그래픽 퀼리티는 오락실 게임에 한참 못 미친다는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당시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도트 신공’을 보이던 콘솔 게임에 비해 PC게임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또한 1994년 플레이 스테이션과 세가 새턴이 보급되어 3D 그래픽에 게이머들이 적응했지만 PC게임은 여전히 딴 나라 이야기였다. PC에 3D 기술은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윈도우 95 발매와 함께 많은 제작사에서 3D 그래픽카드를 출시하게 된 것이다. 그 중 주목해야 할 그래픽카드는 단연 1996년 발표된 3Dfx사의 ‘부두’ 카드다. 이 부두 카드는 비디오 게임이 PC게임 그래픽보다 상위에 있다는 공식을 깨 버렸다. 이제 PC에서도 콘솔게임 수준의 그래픽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부두는 3D 전용 애드온 카드로써 기존 2D 그래픽카드에 추가로 장착하여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부두는 글라이드 모드(부두 전용 모드)로 640 x 480 해상도에 30프레임에 육박하는 높은 성능을 내 주었다. 유일한 단점은 2D 그래픽카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 뿐이다. 1997년 발매된 부두 러시, 1998년 발매된 부두 밴시에서는 2D 기능을 추가하여 단일 카드로써 동작할 수 있게 만들어 약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파이널 판타지는 부두에서 뛰어난 그래픽을 보였다.
부두2와 3Dfx의 몰락
1998년 부두의 정식 후속작 부두2가 출시되었다. 부두2는 8MB/12MB 버전으로 나뉘었으며 단일로는 800 x 600, 카드 두 장을 연결하는 SLI 모드로는 1024 x 768 해상도를 지원해 부드러운 게임 진행이 가능했다. 부두2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발군의 성능을 자랑했다. 당시 PC로 이식된 플레이스테이션의 대표작 ‘파이널 판타지7’은 오히려 부두2를 장착한 PC에서 더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주었다. 비디오 게임 > PC 게임의 공식이 역전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3Dfx는 2002년 10월 15일 파산해 라이벌 사 엔비디아에 인수되었다. 그 시절 시대를 주름잡았던 부두의 자존심 SLI 모드는 현재 지포스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엔비디아, 육식공룡의 첫 발걸음을 떼다
21세기 IT업계의 첫 사건은 엔비디아가 만들었다. 당시 지포스 256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비슷한 시기에 3Dfx와의 합병으로 VGA 시장의 업체 중 하나에서 시장 전체를 이끌어갈 원동력을 얻은 것이다. ATi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라데온 시리즈를 출시하지만, 이미 지포스 256의 벽은 ATi가 넘을 수 없을 정도로 높고 견고해져 있었다. 그래픽카드 시장이 폭발적 성장을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바로 게임 제작사 ‘블리자드’다. 1998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 1은 486 PC에서도 구동될 만큼 최적화가 잘 돼 있었지만, 2000년에 출시된 디아블로 2는 재수생을 삼수생으로 만들 정도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며 당시 거의 모든 PC방이 VGA를 업그레이드하게 만든 ‘범작’이었다. 이와 더불어 리니지 등의 국내 온라인 게임들이 대거 출시되며 PC방이 2년여 만에 1만 개소 이상 증가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ATi는 라데온 256을, 엔비디아는 지포스 2 GTS를 각각 출시하며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이 시기부터 두 회사에서 붙잡아 뒀던 외계인을 고문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돌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을 ‘잠시’ 사로잡았던 GeForce 2 GTS.
다이렉트X, 3D 기술 발전에 채찍질하다
2000년대 초반에 가장 크고 거대한 성장률을 보이게 만든 것은 ‘DirectX’다. 다이렉트X는 게임 프로그래밍에서 MS 플랫폼에서의 작업을 위한 API 집합으로, 3D 그래픽을 빠르게 렌더링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당시 다이렉트X 7.0에서 8.0으로 버전업되며 3D 영상표현이 폴리곤에서 쉐이더로 바뀌었고, 3D 리얼타임 아웃풋이 업그레이드돼 화면 반응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8.0의 업그레이드와 비슷한 시기에 엔비디아는 다이렉트X 8.0을 유일하게 지원한 ‘지포스 3’를 출시해 그 명성을 이어 나갔는데, 이를 지켜보던 ATi는 다이렉트X 8.1 시기에 ‘라데온 8500’을 내놓았다. 라데온 8500은 지포스 3를 추월한 그래픽 성능으로 시장을 놀라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엔비디아와 ATi는 긍정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그래픽카드의 양대 산맥으로 서로 기술을 뽐내며 3D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게 됐다.
엔비디아와 ATi의 경쟁구도
DirectX, OpenGL 등 다양한 그래픽 플랫폼이 마련되며 지포스와 라데온은 추월과 경쟁을 반복하며 사용자들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성능을 끌어올려 왔다.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리니지 2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출시되며 본격적인 3D 온라인 게임의 시대가 열렸고, 이에 발맞춰 두 회사의 경쟁적 향상 구도는 계속해서 이어져 오게 된다.
그리고, 6GB 그래픽 메모리의 상용화까지
CUDA 아키텍처
엔비디아의 ‘CUDA(Computer Unified Architecture) 아키텍처’ 기술은 병렬 컴퓨팅 아키텍처로 뛰어난 그래픽 처리 장치(GPU) 성능을 통해 컴퓨팅 성능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즉, CPU대신 그래픽카드가 대신 일을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CUDA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 GPU와 특별한 스트림 처리 드라이버가 필요하며, G8X GPU로 구성된 지포스 8 시리즈급 이상에서 동작한다. 최근 엔비디아가 발표한 ‘지포스 GTX 타이탄’에서도 물론 동작한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 내부에는 여러 개의 CUDA 코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코어들은 병렬로 묶인 채 동시에 작업을 수행하며 일을 처리한다. 코어 개수가 많을수록 더 좋은 성능을 내는 것은 당연지사. GTX 타이탄에는 기존 최상급 그래픽카드인 GTX680보다 무려 75%가 더 많은 2,688개의 CUDA 코어가 들어있다. CUDA는 이미지 및 동영상 처리와 컴퓨터 생명공학 및 화학공학, 유체 역학 시뮬레이션, CT 이미지 복원, 지진 분석, 레이 트레이닝 등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과학자, 연구자들 사이에서 매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CUDA는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의 중요한 설치 기반인 테슬라(Tesla)와 쿼드로(Quadro), 지포스(Geforce) GPU에서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PhysX
엔비디아 PhysX 기술은 주요 PC게임에서 마치 현실에서와 같은 물리적 현상을 재현해주는 강력한 물리학 엔진이다. 이미 150개 이상의 게임에서 폭 넓게 채택된 PhysX 기술은 대규모 병렬 프로세서를 이용한 하드웨어 가속에 최적화되어 있다. 특히 PhysX 기술을 탑재한 지포스 GPU는 물리 현상 처리 능력에서 강력한 성능을 제공해 게임의 현실성을 한 차원 높인 것을 평가 받았다. 게임에서 물리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물리학이 없다면 게임의 캐릭터나 배경은 우리가 예상하는 방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는 결국 현실감을 없애 게임 자체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벽에 총을 쏘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물리학이 없다면 벽에는 얼룩이 남기는 느낌만 줄 뿐이며, 괴물들은 사전에 지정된 형태의 일률적인 모습으로 쓰러지게 된다. 게임 속에 빠져들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PhysX 기술은 게임 속 세상을 살아 숨쉬게 만드는 기술이다. 벽이 무너져 내리고 유리가 산산조각이 나며, 나무가 바람에 꺽이고 물이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등의 사실적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Eyefinity
AMD Eyefinity 기술은 단일 GPU에서 동시에 최대 6개의 독립적인 디스플레이 출력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6개의 HD 디스플레이로 숨막힐듯한 시야를 통한 강렬한 게임과 확장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즉, 6대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시키고, 유연하게 가로/세로 방향 보기 조합을 설정해 마치 하나의 데스크톱 작업 공간인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ATI Eyefinity 첨단 다중 디스플레이 기술은 데스크톱을 여러 대의 디스플레이로 복제하는 복제 모드(Duplicated Mode) 운영과 데스크톱을 여러 대의 디스플레이로 확장하는 확장 모드(Extended Mode) 운영을 지원한다. Eyefinity 기술은 게임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실시간 전력 게임에서 액션을 취하기 좋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보다 완벽하게 게임을 제어할 수 있는 것. 특히 1인칭 슈팅게임에서 보다 빨리 적을 감지해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어 그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레이싱 게임에서도 사각 지대를 제거하고 한층 향상된 스피드를 느낄 수 있다. 업무 환경에서도 Eyefinity 기술은 효율적인 수행 능력을 보여준다. 여러 대의 모니터를 사용해 작업 공간을 확장함으로써 생산성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으며, 효과적으로 멀티태스킹을 관리하고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 이미지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