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과 스포츠 - 야구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 발전 또 발전

2014-07-18     PC사랑
구기종목, 특히 야구는 아날로그형 스포츠다. 구심의 스트라이크, 볼 판정이 절대적이고 아슬아슬한 슬라이딩 경합 역시 심판의 눈으로 상황을 판단한다. 그라운드 내에서 첨단계측 장비로 상황을 판단하는 일이 거의없는 스포츠가 야구다. 이러한 아날로그형 종목에 첨단 기술과 IT를 접목한 사례는 주로 중계기술에 있다. 극단적인 슬로우 모션으로 투수의 공 궤적을 보여주고 마치 3D게임을 분석하듯 선수들의 플레이를 복기한다. 5년 전만 해도 꿈도 꿀 수 없었던 정보와 재미를 실시간으로 혹은 데일리 리뷰프로그램을 통해 제공한다. 결국 야구에서 IT기술의 발달은 팬들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노유청 기자
 
 
 
슬라이더가 살아있네!

투수가 유난히 공을 잘 던지는 날을 야구팬들은‘긁히는 날’이라 표현한다. 말 그대로 손가락이 공의 표면을 제대로 긁어줘서 회전이 잘 걸리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140km/h를 넘나드는 공의 궤적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저 타자의 헛스윙을 보고“오늘 공이 좋구나”라고 짐작할 뿐. 이러한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각 방송사에서 슬로모션 카메라를 도입해 느리게 보여주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MBC SPORTS+의 피칭캠이다. 투·포수를 일직선으로 찍는 카메라 구도를 통해 시청자에게 보다 현실감 넘치는 중계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개발했다. MBC SPORTS+ 중계팀이 내부적으로 테스트한 끝에 DSLR 카메라를 중계시스템과 접목해 무인 시스템 피칭캠을 완성했다. 즉 2011년 처음 도입한 피칭캠은 MBC SPORTS+ 중계팀 연구의 산물이었다. 또한 올 시즌은 MBC SPORTS+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피칭캠을 선보였고, SBS ESPN채널에선 X10+카메라를 도입해 슬로모션 화면을 제공한다.

MBC SPORTS+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스포츠 춘추 박동희 기자는 왜곡 없는 화면을 시청자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피칭캠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한다“. 방송국이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배터리 샷은 투수의 사선에 배치한 카메라 위치상 왜곡된 궤적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죠. 중계를 보다보면 분명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 구심이 볼 판정을 내려서 의아한 경우가 있잖아요. 그게 왜곡현상 때문이에요. 그런데 피칭캠이 그런 한계를 극복한 거죠. 펜스 안에 투수 일직선으로 카메라를 설치해서 구심이 설정하고 있는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들어가는 공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거죠.”

피칭캠은 투수와 포수 뒤편에 각각 1대씩 설치해 다양한 각도의 화면을 제공한다. 투수의 공이 포수 미트로 들어가는 화면과 타자의 스윙은 투수 뒤편 카메라가, 공이 꺾이는 궤적은 포수 뒤편에서 각각 잡는다. 슬라이더, 포크볼 같이 낙차가 큰 구질을 던지는 투수의 공을 포수 뒤편에서 잡은 화면은 궤적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공의 궤적을 중계방송에서 이닝별로 체크 하면서 보는 있는 재미도 있다. 특히 경기의 대략적인 리뷰를 그날그날 블로그에 기록하는 야구팬 이라면 피칭캠 화면은 중계를 즐기는 색다른 재미이자 좋은 데이터가 되는 셈이다.
 
방송국에서 보편적으로 잡는 배터리샷. 카메라 위치 때문에 스트라이크존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MBC SPORTS+에서는 피칭캠을 개발해 왜곡 현상을 없앴다. 투수와 포수 뒤편에 각 1대씩 설치해 투수의 공을 일직선상으로 촬영한다.
 
MBC SPORTS+ 중계팀이 내부연구 끝에 DSLR 카메라를 중계시스템과 접목한 무인 시스템 피칭캠을 완성했다.(사진제공 MBC SPORTS+)
 
 
중계를 놓친 야구팬을 위한 복기

야구가 얼추 끝나가는 시간이 되면 야구팬들은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경기 중에 있었던 상황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데일리 리뷰 프로그램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기의 승패와 내용, 기록 까지 그라운드에서 있었던 상황을 정리해 보여준다. 현재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채널인 KBS Sports, MBC SPORTS+,SBS ESPN, XTM에서 각각 데일리 리뷰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때문에 시청자 선택 폭이 넓어졌다. 어쩌면 중계보다 4개 구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리뷰 프로그램 경쟁이 더 치열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 각 방송사에선 차별화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분석을 시도한다.

MBC SPORTS+의 플레이백 시스템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마치 그라운드에 그림을 그리듯이 타구의 방향과 주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이는 기존 해설 위원들이 주관적 시각으로 분석하던 것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플레이백 시스템을 통하면 말이 아닌 다양한 입체 그래픽으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1사 1, 2루에서 우익수 앞 안타가 나온 상황을 가정 해보자. 우익수가 중계한 공을 2루수가 잡았을 때 3루로 던져 주자를 잡는 것이 맞는지 홈을 선택해 득점을 막는 것이 현명한 판단인지 분석이 필요하다. 기존엔 해설위원들이 중계 화면에 나타나는 정황 등을 고려해 주관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플레이백 시스템을 통하면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해설자들의 주관적인 관점에 의존했던 것을 플레이백 시스템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지하철 안에선 스관, 그것은 진리

오후 서너 시쯤 되면 경쾌한 타격 소리와 함께 알람메시지가 뜬다. 메시지의 정체는 오늘의 야구 경기안내. 보기 버튼을 누르면 경기 스케줄과 각 팀에서 예고한 선발 투수가 뜬다. 그리고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고 생중계 버튼을 누르면 손안에 야구장이 펼쳐진다. 퇴근길의 진리는 이른바 스관(스마트폰 관람)이다. 시원한 맥주가 냉장고 구석구석 꽂힌 집으로 가거나, 야구장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도 어쨌든 지하철 안에선 스관이다. 결국 야구에서 IT 기술은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팬들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발달한다.

10구단으로 확정된 KT는 야구와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를 융합해 새로운 문화적 즐거움을 전달 하겠다며 빅테인먼트를 이야기 했다. 빅테인먼트는 베이스볼(Baseball)과 ICT,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합성한 신조어다. 750만 관중을 바라보는 프로야구에 LTE 가입자 2천만 명의 통신 인프라. 이 정도면 빅테인먼트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SK텔레콤에서 출시한 T베이스볼 앱의 사용자가 5월 기준으로 100만 명을 돌파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LTE 가입자가 1천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1/10에 달하는 사람들이 앱을 사용 하는 셈이다. 또 T베이스볼 이용자 1명 당 하루 평균 페이지뷰(PV)는 지난해 7.6회에서 올 4월 18회로 증가했다. 주간 평균 이용횟수는 지난해 3회에서 올해 4.3회로 늘었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야구중계앱 외에도 문자 중계와 기록에 충실한 KBO공식 앱이 있다. 그라운드에서 플레이하는 상황을 공식적으로 기록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앱이다. 그래서 그런지 부문별, 선수별 기록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중계 앱과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니까.
 
야구 중계 앱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 알람을 통해 오늘의 경기 일정과 각 팀 선발투수 등의 정보를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