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게임 -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눈물 섞인 콜라보레이션 소마리
2014-08-12 PC사랑
게임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닌텐도와 세가. 그 진영을 대표하는 마스코트는 두말할 것 없이 마리오와 소닉이다. 펄쩍펄쩍 뛰는 콧수염 배관공 아저씨와 세상에서 제일 빠른 초음속 고슴도치는 전 세계로 널리 퍼져 사랑받고 있다. 최근엔 서로 게임에 출연하기도 하며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는 그들. 하지만 게임업계를 양분하던 과거엔 상대편 콘솔 게임기에서 출시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김희철 기자
김희철 기자
소닉이 하고 싶어요
80-90년대 콘솔 게임기의 가격은 굉장히 비쌌다. 그나마 흔히 볼 수 있는 게 패밀리 컴퓨터(이하 패미컴)였고, 슈퍼 패미컴이나 메가 드라이브는 보기 드물었다. 기자도 친구 집에 놀러가서 간간히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동네에 얼마 없는 16비트 게임기 유저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슈퍼 패미컴 유저는 슈퍼마리오 월드, 메가 드라이브 유저는 소닉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던 것. 당시 8비트 게임기만 접하던 기자의 소원은 저 두 게임을 원 없이 플레이 하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소닉 시리즈가 더 좋았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화려한 속도감은 아기자기한 마리오 시리즈와는 색다른 매력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8비트 패밀리 컴퓨터를 갖고 있던 기자에게 소닉을 집에서 접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다못해 똑같은 8비트인 세가 마스터 시스템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지만, 그냥 주어진 현실에 만족했다. 그렇게 친구 집을 놀러다니던 어느 날 기자는 게임 가게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분명히 패미컴이고 게임 배경은소닉인데 마리오가 활짝 웃으며 V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항상 소닉은 미칠듯한 스피드를 자랑했다
이게 정상이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소마리의 비밀
소닉1은 세이브/로드가 불가능한 대신 스테이지 셀렉트라는 비기가 있다. 소마리도 겉모습과는 다르게 비기가 있다. 소마리가 활짝 웃고 있는 타이틀 스크린에서 순서대로 커맨드를 입력하면 된다. 좌, 하, B, A, 우, 상, BA,, 상, 하, 상, 하
오공과 베지터가 퓨전하면 오지터, 소닉과 마리오가 퓨전하면?
소닉과 마리오가 퓨전하면 어떻게 될까. 소마리 팀이 만들어 낸 소마리가 그 결과물이다. 서로 몸이 섞이진 않았지만 소마리 월드 안에서 마리오는 소닉이 뛰어간 발자취를 밟는다. 이들의 시너지 효과가 어떤 결과를 내 주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처음 게임을 시작하니 소닉1으로 익숙한 그린 힐 존이 펼쳐졌다. 마리오는 슈퍼 마리오3의 도트로 찍혀 있고 소닉 신발을 신고 있다. 앞 뒤로 움직이니 마리오는 소닉처럼 팔을 휘두르며 뛰기 시작한다. 혹시나 해서 앉아서 점프 버튼을 눌러 보니 스핀 대시도 있다. 이건 원작보다 낫다(오리지널 소닉1에는 스핀 대시가 없다). 소닉 2에서 처음 추가되었던 스핀 대시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쏜살같이 튀어나가 빠른 게임 진행을 돕는다. 또한 소닉이 굴러가는 모션으로 변해 공격 판정이 생기기 때문에 활용성이 높은 주력 기술이다.
그러나 마리오의 스핀 대시는 달랐다. 시작하자마자 스핀 대시로 신명나게 굴러가던 마리오는 꽃게를 만나자 맥없이 죽고 만다. 스핀대시에 공격 판정이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 위기상황을 탈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소마리 게임 최악의 단점으로 스핀대시 중에는 어떤 조작도 불가능하다. 정지, 점프 등의 응당 되어야 할 기본적인 조작이 되지 않는다. 스핀 대시를 시작한 소마리는 지옥으로 돌진하는 전차가 되고 만다.
이러다 보니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말도 나온다. 원작 소닉1도 스핀대시는 없었으니 처음부터 없었던 기술 셈 치고 진행하기로 한다. 그런데 점프 자체가 답답한 느낌이 든다. 원작과 비교해 보니 소닉은 점프 후 가속도가 붙어 씽씽 치고 나가지만 소마리는 점프 후 가속도는 커녕 더 느려진다. 답답한 이 게임의 현실이다.
아이템 상자도 부수지 못하고 그 앞에서 멈춘다.
칭찬할 만한 점도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비록 소마리 팀을 춤추게 할 수는 없지만 소마리도 조금은 칭찬할 점이 있다. 8비트인 것을 감안할 때 생각보다 스테이지 구현이 충실하게 되어 있었다. 첫 번째 스테이지 그린 힐 존만 엉터리였고 다음 스테이지 마블 존부터 원작을 잘 따라간 것. 스테이지 배경음악도 그럭저럭 재현해 흥미로웠다. 소마리의 조작감은 재미가 아닌 피로감을 선사했지만 8비트 감성으로 재해석 한 결과물을 보는 재미로 힘든 게임을 버틸 수 있었다.
이렇게 즐겁지 않은 게임 진행이었지만 결국 파이널 스테이지로 돌입했다. 로보트닉 박사와 마리오의 만남은 낯설음보다는 성취감으로 다가온다. 이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이 뒤따랐는지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최종 결전이 원작과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전개된다. 원작도 그다지 어려운 난이도는 아니었기에 아주 손쉽게 격파할 수 있었다. 마리오는 황급히 도망가는 로보트닉 박사를 지긋이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엔딩이 다가온다!
그러나 과도한 원작 재현은 독이 되었다. 위에서 한 칭찬을 모두 취소할 수 있을 만큼, 엔딩은 강렬한 분노로 다가왔다. 원작에선 스페셜 게임에서 카오스 에메랄드를 모으지 못하면 제대로 된 엔딩이 나오지 않는다. 로보트닉 박사가 유저를 조롱하듯 에메랄드를 굴리고 있는 엔딩이 나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소마리도 엔딩 장면은 똑같았다. 놀랍지만 소마리도 스페셜게임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진엔딩 필요조건을 채우지 못해 허무한 엔딩이 나왔고, 그동안의 노력은 보상 받을 길이라고는 전혀 없다.
소마리팀. 꼭 한 번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