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큐레이션, 소셜 큐레이터

2014-08-16     PC사랑
최근 소셜 큐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셜 큐레이션이 뭔가요?’혹은‘소셜 큐레이터는 어떤 사람인가요?’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많다. 스스로 소셜 큐레이션을 표방하는 서비스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의미의 콘텐츠 큐레이션과 소셜 큐레이션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큐레이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현곤 huyngonkim@daumsoft.com
 
 
 
큐레이터는 원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이나 작가들을 선별해, 이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가치를 가진 컬렉션이나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인터넷 상의 정보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서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전문가들이 요구되었고, 이 때문에‘큐레이터’라는 개념이 차용되었다.

전통적인 의미의 콘텐츠 큐레이션은 훈련된 전문 큐레이터(학자 혹은 뉴스 편집자, 도서관 사서 등)가 직접 수많은 정보 중에서 의미있는 것들을 선별하고 이를 재구성해 일반 사용자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하거나, 혹은 기록 등의 목적을 위해 저장해 두는 과정을 의미한다. 알기 쉽게 언론사의 편집 담당자를 떠올리면 되겠다. 기자들이 수집, 제안하는 수많은 아이템들 중에서 뉴스 가치가 있는 소식들을 골라 이를 재구성하고, 지면이나 방송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하는 작업에는 상당한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신뢰를 받기 어렵다. 최근에는 뉴스 미디어 자체도 다양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 언론 종사자가 아닌 파워블로거들도 큐레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소수의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는 큐레이션 방식은 종종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편집자(큐레이터)의 수준에 따라 뉴스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독자(혹은 이용자)에게 편향된 정보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부작용들은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조중동’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또 최근 네이버 뉴스 개편을 둘러싼 진통이나 파워블로거들의 무분별한 상업적 포스팅 등 전통적인 방식의 콘텐츠 큐레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빈번히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신뢰도나 전문성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한계는 따로 있다. 인터넷 기술 발달과 SNS의 대중화 등으로 소수의 큐레이터가 모두 탐색, 선별하기에는 정보의 총량이 너무 크고,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 과잉의 시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소셜 큐레이션’의 개념이다.

소셜 큐레이션의 핵심 요소는‘다수의 이용자들에 의한 소셜 필터링’이다. 전통적인 큐레이션에서 특정 전문가 집단이 큐레이터 역할을 담당했다면 소셜 큐레이션은 모든 참여자가 큐레이터 역할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소수의 전문 큐레이터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의 한계에서 벗어나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SNS 상의 수많은 사람들, 혹은 자신과 비슷한 취향이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큐레이션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소셜 큐레이션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에 참여하는 큐레이터의 정의와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함께 성숙하고 있지는 않은 모양새다. 일각에서는‘소셜 큐레이터’를 소수의 전문가로 규정하는가 하면, 소셜 큐레이터를 양성하려는 교육 과정까지도 등장하고 있다.

특정 전문가 집단이 정보의 선별과 편집을 독점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소셜 큐레이션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동 작업을 통해 정보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원하는 형태로 가공해 서로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전제로 한다. 이론적으로는 특정한 사람들이 이 역할을 수행한다기보다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큐레이션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SNS가 대중화되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큐레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기존 언론사 뉴스를 링크해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하고,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친구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렇게 올라온 콘텐츠에 대해 친구들이 추천을 더하기도 하고 다시 자신의 의견을 더해 자신의 이름으로 다른곳에 실어 나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콘텐트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다양한 의견이 덧붙여지는 재생산이 일어난다. 소셜 큐레이션에서는 이 과정을‘소셜 필터링’이라고 부른다.

다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기존 SNS 플랫폼에서는 이런 과정이 친구 혹은 지인(아는 사람)들로 맺어진 사람 대 사람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주제(관심사나 전문 분야)를 쉽게 찾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SNS가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만들어졌다지만 결국내 지인들이 언제나 내가 원하는 주제에 대해서만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일반적인 이용자가 특정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나누고 있는 이야기들을 모두 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은 해시태그(#를 단어앞에 붙여 특정 주제나 키워드로 탐색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나 검색(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오픈 그래프 검색, 트위터는 지역별 트렌드 등을 제공하고 있다.) 기능을 덧붙여 두고 있다. 핀터레스트, 플립보드 등의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들도 결국 이용자들이 더 쉽고 자유롭게 원하는 주제에 대한 양질의 콘텐츠를 발견하고, 이를 재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어 등장했다.

SNS는 온라인 공간에 존재하는 일종의 광장이다. 누구나 광장에 나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고, 원하는 정보나 사람을 찾을 수 있고, 서로 필요로 하는 것들을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애초에 소셜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이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전통적인 콘텐츠 생태계가 일부 전문 큐레이터들이 제공하는 정보라는 한계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치 있는 콘텐츠를 선별해서 일반 독자(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전문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소셜 큐레이션이 대중화되는 초기에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른바 일부 SNS 업계 종사자들은 소셜 큐레이터를 마치 파워블로거나 심지어는 기자 처럼 정보의 선별, 편집, 배포를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로 여기는 듯 보인다. 직접 SNS에서 재미있거나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정보들을 찾아 이를 잘 정리해 일반‘독자’들에게 떠먹여주는 작업이‘소셜 큐레이션’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관점은 SNS를 그저 또다른 마케팅 수단이나 전통적인 의미의 매체로 보는 접근 방식이다. 진정한 의미의 소셜 큐레이터는 많은 이용자들에게 소셜 큐레이션 플랫폼의 진정한 의미와 가능성을 소개하고‘, 광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기자, 파워블로거 등 기존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제부터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사람들이 더 많은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활용하고, 더 많은 이용자들이 자신만의 가치관과 이야기를 통해‘소셜 큐레이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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