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HTC! 고개 숙인 퍼스트 무버

2014-10-24     PC사랑
HTC는 삼성보다 구글 레퍼런스 폰을 먼저 만든 스마트폰 시장의 퍼스트 무버 였다. 기자도 몇 대의 스마트 폰을 썼지만 HTC 디자이어 HD를 개통 했던 2010년 겨울은 아직도 생생하다. 카카오톡도 시원하게 구동하지 못하던 윈도우 모바일 폰을 쓰다가 마치신세계를 경험한 촌놈처럼 말이다. 그래서 인지 아직도 HTC의 신제품 출시 소식이 들이면 왠지 반갑다. 물론 2012년 7월 사업철수 후 국내에 정식 출시되진 않지만.
노유청 기자
 
HTC 디자이어 HD를 개통 했던 2010년 겨울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HTC센스의 시원시원한 UI는 아직도 매력적이다.
 
 
씁쓸히 떠난 안드로이드의 첫 주인

1997년 설립된 HTC는 소니, HP 등에 스마트폰을 OEM 공급해 오던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 들었다. 센스UI를 통해 윈도우 모바일의 한계를 극복하는 등 HTC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삼성보다 앞서 구글 레퍼런스 폰을 제작하며 안드로이드의 첫 번째 안 주인이자 상징적인 위치를 점하며 앞서 갔다.

특히 삼성이 갤럭시 S를 출시하며 애플과 경쟁구도를 만들 때만해도 “HTC부터 먼저 이기고 오라”라고 비꼴 정도로 당시 HTC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윈도우 모바일로 출시한 디자이어와 안드로이드인 디자이어 HD가 연달아 히트하며 2010년엔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삼성이 계속된 물량 공세에도 HTC 마니아층은 굳건했고 그런 분위기는 오래 갈 줄 알았다. 하지만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2012년 7월 HTC는 한국 시장에서 사업철수를 선언했다.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장 구조에서 마니아층의 충성도만으로 버티는 건 무리였다. 결국 외산 휴대폰들의 무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쏠림 현상이 심한 국내 시장의 특성에 안드로이드의 첫 주인 이었던 HTC는 씁쓸히 떠났다.
 
 
삼성보다 한발 빨리 구글의 레퍼런스 폰을 만들며 안드로이드 안주인이었던 HTC의 씁슬한 퇴장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갤럭시의 공습과 보조금에 발목 잡힌 HTC

HTC는 2010년 까지만 해도 삼성과 대등하거나 조금은 앞선 위치 였다. 하지만 갤럭시 S를 필두로 최근 갤럭시 S4까지 출시하는 스마트폰 마다 대박을 치며 쭉쭉 앞서나간 삼성과 달리 디자이어 HD이후 이렇다 할 신제품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지 못했다. 결국 삼성이 연타석 홈런을 치며 스코어를 벌리는 사이 HTC는 제자리걸음을 했던 것이다.

디자이어 HD이후 출시된 센세이션, 이보4G같은 전략폰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성장동력을 더디게 했다. 특히 닥터드레 헤드폰으로 유명한 비츠 일렉트로닉스(Beats Electronics)와 손을 잡고 선보인 센세이션 XL마저 시원찮은 반응을 얻자 8개월이 지나도록 국내에 신작을 출시하지 않았다. 그 후 HTC 한국법인 대표는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대표의 사임이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였다고 알려지며 국내 사업 철수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2012년 7월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HTC의 사업철수는 국내시장에서 수익창출이 힘든 것을 고려 한 결정인데 이 배경엔 삼성의 독주와 보조금으로 대변되는 단말기판매 특수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신제품이 출시해도 때가되면 환승을 한다며 이른바‘버스폰’이라 불리는 것은 결국 보조금이 당연시된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단말기 보조금이야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지만 국내 시장은 판매에 필수적인 요소가 될 정도로 정도가 심하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보조금을 통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일반화된 유통 구조기 때문이다. 결국 단말기를 팔기 위해 국내 제조사들의 경우 이통사와 손을 잡고 보조금 정책을 암암리에 진행했다. 물론 올해 초 공정거래 위원회에서 보조금 과당 경쟁에 빠진 이통사에게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내렸지만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비츠 일렉트로닉스(Beats Electronics)와 손을 잡고 야심차게 선보인 센세이션 XL마저 시원찮은 반응을 얻자 8개월이 지나도록 국내에 신작을 출시하지 않았다.
 
 
 
위기의식 부재와 신제품 공급 실패, 결국 벼랑 끝으로

HTC의 사업 철수에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특수성이 크게 작용 한건 사실이지만 현지화 실패 등 내부적 요인을 지적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국내 사용자들은 구매를 결정할 때 품질 만큼이나 사후 서비스에 큰 비중을 둘 정도로 AS대응에 민감하다. 삼성, 엘지, 팬택 등 국내 기업은 시쳇말로 AS비용이 단말기에 포함된 것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사후 서비스에 공을 들인다.

HTC역시 TG삼보 대리점에 서비스를 위탁했지만 국내 브랜드보다 대응력이 떨어졌건 사실이다. AS이슈에 민감한 국내 사용자 특성을 감안할 때 HTC의 현지화 실패는 서비스 대응력에서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센세이션 XL을 끝으로 8개월간 신제품을 내놓지 않으면서 서비스도 대응력이 더 떨어져“사업 철수한다고 서비스는 나 몰라라 하는 기업”이란 인식이 급속하게 퍼진 것도 HTC의 회생 동력을 차단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HTC본사 차원의 위기의식의 결여와 신제품 공급실패, 마케팅 부진을 경쟁력 하락 원인으로 분석했다. 올해 1분기 HTC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5%에 그쳤다. 2011년 1분기에9.3%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HTC 직원들은 고속 성장하는 사이 목표와 효율성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또한 복잡한 의사결정 체계는 업무 속도를 늦췄다.

의사결정 체계가 복잡해지면 해당국가의 현지 법인과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레 어렵게 되고 사업진행이 더딘 문제점이 발생한다. 야후코리아가 프로젝트를 진행 할 때마다 대만의 아시아 본부를 통해야하는 의사 결정 구조로 네이버, 다음보다 현지 대응력이 떨어지면서 점차 밀렸듯이 말이다. HTC역시 국내 기업보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졌던 것.

마케팅과 신제품 출시 전략도 빗나갔다. 삼성이 애플과 특허소송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며 양강체제를 구축하는 사이HTC는 엉거주춤했다. 특히 플래그십모델인 One이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 등 여러 전시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출시 타이밍을 놓치고 판로 확대에 실패 하며 안드로이드의 주
인자리를 삼성에게 완전히 내준 모양새가 됐다. 결국 One은 삼성과 애플에 대항하는 야심작이었지만 전략실패로 타격을 입었다.
 
 
 
HTC One은 삼성과 애플에 대항하는 야심작이었지만 전략실패로 타격을 입었다.
 
 
다시 돌아올 방법은 없는가?

HTC를 비롯한 외산 스마트폰은 LTE가 자리 잡으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3G는 세계적으로 범용이지만 LTE는 나라마다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개별 국가에 따른 제품을 모두 따로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LTE 빠진 신제품은 신장과 통신사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국내시장 재진입 역시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HTC를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인 익스펜시스에서 구입해 전파인증을 받은 후 사용하는 유저들도 있다. 특히 올해 초One이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에서 안드로이드 계열에서 삼성의 대항마로 평가 받는 등 이슈화 되면서 국내에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에도 법인을 설립하지 않더라도 단말기만 정식으로 판매 해달라는 요구가 있다.

또한 HTC는 플래그십 모델에서 한 단계 낮춘 중급 모델인 One Mini를 출시하고 중급 시장에 주력한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하고 있다. HTC 측은“3분기는 HTC의 마지막 하락세일 것
이”라며“새로운 제품 출시를 통해 상황을 극복할 것이다”고 밝혔다.

다양한 방식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려는 HTC노력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몇 년째 하향 곡선을 그리는 동안 위기의식을 체감했고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이다. 최근 영국에서 독점 판매를 시작한 One 레드버전처럼 국내에도 HTC가 다시 돌아오길 기대하며. 암튼 돌아와요 HTC!.
 
최근 영국에서 독점 판매를 시작한 One 레드버전. 국내에도 HTC가 다시 돌아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