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컨버터블에 주목하는가?
2014-11-22 마케팅부
최근 인텔을 비롯해 삼성, LG, 소니, 도시바, HP, 에이수스 등 다양한 PC업체들이 컨버터블 PC에 주목하고있다. CPU제조사인 인텔은 차세대 2-in-1 울트라북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선보이며 컨버터블 PC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컨버터블 PC가 노트북과 태블릿을 아우르는 기기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활약 속에 축소 되고 있는 PC 시장의 돌파구를 컨버터블 PC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제조사들이 컨버터블 PC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혁신성이나 편의성보다는 PC 시장의 숨통을 여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사용자들의 생활을 바꾸기 보다는 변해가는 PC 시장의 과도기를 보여주는 제품이 컨버터블 PC, 2-in-1 울트라북인 셈이다.
임지민 기자
임지민 기자
침체하는 PC 시장, 컨버터블 PC로 희망을 찾다.
컨버터블 PC에 앞서 현 PC 시장의 상황을 먼저 살펴보자. 시장조사업체 IDC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PC 시장의 장기 침체로 인해 2013년 글로벌 PC 출하량은 9.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하락세는 2014년에도 계속돼 2015년 이후에는 한자리 수의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IDC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확장세와 함께 그동안 PC 산업이 의지해왔던 신흥시장 성장의 둔화를 PC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는 원인으로 꼽았다.
또 다른 발표 자료에서 IDC는 울트라북과 울트라씬 같은 휴대용 PC는 2012년 190% 성장률을 보인데 이어 2013년 1분기에도 135%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컨버터블 PC는 1분기에 출하량이 183%가 늘었다고 전했다.
물론 출하량만으로 컨버터블 PC의 시대가 열렸다라고 확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울트라북과 울트라씬 같은 휴대용 PC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침체기인 PC시장의 돌파구가 휴대용 PC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PC 업체들이 컨버터블 PC에 주목하며 출하량을 늘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컨버터블 PC가 노트북이지만 태블릿의 역할도 대신 할 수 있는 제품인 점이 그 이유다.
IDC는 2013년 전 세계 태블릿 출하량 규모를 약 2억 2,740만대로 전망했다. 이는 2012년 대비 57.7% 상승한 수치다. IDC는 태블릿 시장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2017년에는 출하량 규모가 약 4억 700만대에 달할 것 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태블릿 시장은 PC 시장과 달리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PC제품군이 태블릿까지 아우르게 된다면 전체 PC 시장의 규모는 더 커지는 셈이다. 또 울트라북과 같은 휴대용 노트북의 발전 방향이 한계에 다다른 점도 PC 업체들이 태블릿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최근 출시되는 울트라북은 두텁고 무거우면서 배터리 수명은 최대 4시간정도에 불과했던 기존 노트북과 달리 직장인이 근무 시간 동안 충전 없이 사용해도 무리 없을 정도의 배터리 수명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여기서 배터리 수명을 더 늘린다고 해도 퇴근 후 충전을 하면 되는 만큼 큰 메리트가 없다. 두께를 줄이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것은 마찬가지다. 이미 서류가방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두께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여기서 더 줄이게 되면 키보드가 너무 얇아져 키보드의 감도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데스크탑과 같은 PC 제품군이 성능의 상향평준화로 발전 방향을 찾지 못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만큼 울트라북도 새로운 발전 방향성을 추구하지 못하면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에 그 역할을 내주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주요 PC 업체들이 PC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모바일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또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가 손 안의 PC로 불리는 만큼 PC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PC 업체들이 돌파구를 여기서 찾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저전력 CPU인 아이비브릿지를 탑재한 2세대 울트라북이 공개되면서 노트북 시장은 또하나의 전환기를 맞았다.
다양한 시도로 정답 찾기에 주력
과거 울트라북은 얇고 가벼운 무게와 뛰어난 배터리 성능으로 출시 후 소비자들에게 확연하게 각인 시키면서 그 영역을 자리 잡았었다. 하지만, 컨버터블 PC는 PC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과 다르게뚜렷한 결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새로운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IT기기지만 꼭 구매할 정도로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울트라북은 얇고 가벼운 무게와 뛰어난 배터리 성능으로 출시 후 소비자들에게 확연하게 각인 시키면서 그 영역을 자리 잡았었다. 하지만, 컨버터블 PC는 PC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과 다르게뚜렷한 결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새로운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IT기기지만 꼭 구매할 정도로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휴대용 PC를 원하는 사용자라면 울트라북으로도 충분하고, 태블릿의 역할을 스마트폰이 할 수 있는 만큼 굳이 별도의 컨버터블 PC를 구매해야 할 이유를 못 느끼고 있는 사용자들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스마트폰으로도 메일과 간단한 웹서핑은 모두 활용이 가능한 상황인 만큼 컨버터블 PC을 구매해야 하는 필요성을 찾기 힘들다” 라며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업체들이 선보이고 있지만 큰 방향성을 일으키려는 의도는 아닐 것” 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명확한 활약을 못하고 있지만 컨버터블 PC의 가능성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에 빗대어 살펴보면 초기에 출시한 옴니아가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가 등장하면서 핸드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시장의 판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방향성은 다르지만 스마트폰도 PC와 핸드폰의 결합 제품인 만큼 태블릿과 노트북의 결합 상품인 컨버터블 PC와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PC 제조사들도 획일화된 컨버터블 PC 제품을 선보이기보다는 다양한 시도로 사용자들에게 어필하고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방도를 찾는 모습이다. 컨버터블 PC의 형태만을 살펴봐도 슬라이드부터, 디태처블, 플립, 스위블 등 다양하다.
LG전자와 소니, 도시바는 디스플레이를 위로 밀어 올리는 슬라이드 형태의 컨버터블 PC를 선보이고 있고, 삼성전자와 HP는 키보드의 탈착이 가능한 디태처블 형태의 컨버터블 PC를 출시했다.
레노버는 디스플레이가 360도 회전되거나 꺾이는 형태의 컨버터블 PC를, 에이수스는 키보드 탈착이 가능한 컨버터블 PC와 함께 양면 디스플레이 제품도 공개했다. 이처럼 각 제조사들은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진 형태의 컨버터블 PC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각인 시킬 수 있는 최적의 형태를 찾고 있다.
컨버터블 PC, 모바일 영역까지 아우르기 위한 시작
컨버터블 PC는 단일 제품만을 보기보다는 PC 시장에 하나의 변화로 봐야한다. 전체 PC 시장을 살펴보면 PC에서 모바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품으로 살펴보면 컨버터블 PC는 모바일 영역이었던 태블릿 시장을 넘보고 있다. PC의 주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인 CPU와 OS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인텔은 아이비브릿지부터 기존 CPU를 출시하며 보여 왔던 성능 향상 대신 저전력 제품군에 주력한 모습이고, MS도 차세대 OS(운영체제)인 윈도우8에 메트로 UI(유저인터페이스)를 도입해 태블릿에서 주로 사용되는 터치에 최적화했다. 또 PC GPU 업체인 엔비디아도 AP인 테그라 시리즈로 이미 모바일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이와 반대로 모바일 영역에 있는 업체들은 기존 PC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AP 업체인 퀄컴은 PC 시장으로의 진출을 선언한 바 있고, 안드로이드 OS의 구글도 크롬북을 선보이며 PC 시장의 진출을 꾀한 바 있다. 기자가 10월호에서 노트북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거론한 바 있지만 이처럼 PC시장은 모바일과 PC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PC가 이런 형태로 발전해 나간다면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도 PC 제품으로 통합되게 될 것”이라며“스마트폰도 이미 PC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만큼 미래의 PC는 스마트폰을 노트북의 끼워 사용하는 형태의 제품들도 등장하면서 모바일과 PC라는 경계가 허물어 질 것”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KT테그가 지난해 선보인 스마트폰인 테이크 HD는 게임 키트와 노트북 키트에 연결하면 스마트폰을 게임기 또는 노트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비록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성능이 뛰어나지 못해 활용도는 낮았지만, 시도만 보면 시장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다.
아직까지는 힘들지만 PC 업체들의 관건인 소형화와 저전력 제품군들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모바일 업체들이 PC 제품군으로 진출하면서 성능향상 노하우를 습득해 모바일 디바이스의 꾸준한 성능 향상이 이뤄진다면 테이크 HD와 같은 형태의 PC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또 LG전자의 탭북과 같이 컨버터블 PC에 LTE를 탑재한 형태도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PC시장의 변화로 살펴본 컨버터블 PC는 PC 시장이 모바일을 아우르기 위한 시작 단계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테이크 HD는 스마트폰 하나로 노트북과 게임기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 사용할 수 있게 한 제품으로 가전전시회 IFA에서 공개 당시 노트북과 태블릿, 게임기로 활용가능한 스파이더 폰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