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게임] 파랜드 택틱스2

2015-01-06     PC사랑
1990년대 중반까지는 국내 패키지 게임 시장도 꽤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자랜드가 전국에 지점을 펼치고 있었고, 기자가 살던 안에 전자랜드가 오픈하며 오픈 행사로 각종 패키지 게임들을 반값에 팔아 부모님께 등짝을 맞아 가며 게임들을 사들였던 기억이 난다. 당시 CD 게임도 흔치 않던 시절에 게임 박스를 열면 5.25인치 게임 디스크가 적게는 세 장, 많게는 열두 장도 들어 있었다.
1997년인지 1998년인지 기억이 흐릿한데, 당시 파랜드 택틱스2는 CD롬에 담겨 있었다. 당시 웬일로 중간고사 성적이 꽤 올라서 펜티엄 MMX 166MHz CPU가 장착된‘고사양’PC를 선물받은 기자는 게임에 목말라있었다. 친구에게 추천받아 전자랜드에서 구입한 이 게임은 기자를 처음으로 사흘 밤낮으로 매달리게 만들었고, 동시에 컴퓨터 좀 그만 하라며 엉덩이를 두들겨 맞게 한 명작이었다. 마지막에 타락한 천사를 무찌르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이 나올 때는 살짝 눈물까지 날 ‘뻔’ 했다. 비록 시리즈 중 한두 편밖에 해보지 못했지만 90년대를 대표할만 한 명작임에는 틀림없다.
 
 

사가? 택틱스?

 
 

 
파랜드 택틱스를 설명하다 웬 ‘파랜드 사가’냐고? 원래 TGL에서 제작한 턴제 RPG의 원제가 ‘파랜드 사가’고,‘파랜드 택틱스’는 한국에 정식출시 제목이 바뀐 것이다. 또한 ‘, 파랜드 사가’ 역시 TGL을 먹여 살린 유명 RPG 시리즈물 ‘파랜드 스토리’시리즈의 외전 격의 작품이다. 그러니까 파랜드 사가와 파랜드 택틱스 모두 같은 게임을 지칭하는 단어이니, 친구끼리 뭐가 맞는지 내기 같은 거 하고 그러지 말자.
 
 
 

 
파랜드 시리즈는 본작 파랜드 스토리 8편, 외전인 파랜드 사가 1, 2, 파랜드 오딧세이 1, 2, 파랜드 심포니가 있다. 국내에도 정식발매된 작품이 많은데 제목과 넘버링이 조금씩 바뀌어 헷갈릴 수 있으니 정리하고 넘어가자.
이 중 기자가 처음 접했고, 가장 재미있게 즐겼던 것은 제목의 ‘파랜드 택틱스 2-시간의 이정표’(이하 ‘파택2’)였다.(원제는 ‘파랜드 사가 2’지만 국내 정식발매 명칭으로 통일한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기자에게 카린의 아리따운 모습이란 두근거리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항간의 추측처럼 이 게임의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슬레이어즈’의 재해석이라는 속설도 흥미로웠다. 한창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었던 시절이었던지라, 국내에서 무려 ‘마법소녀 리나’라는 어처구니 없는 제목으로 방영되던 ‘슬레이어즈’와 연관돼 있는 듯하다고 해서 평소보다 더 빠져들었던 듯하다.
파택2의 히로인 캐릭터는 주인공인‘카린’과‘알’이다. 이름 참... 아무튼 게임의 시작은 항구의 배에서 내린 카린이 쓰러지며 시작한다.
게임 자체가 전작과 스토리가 연결돼 있으나, 전작은 해보지 않았기에 과감히 무시하고 넘어가기로 하겠다.(누구 맘대로) 1편에서 6년여가량의 시간이 흐른 뒤의 시점인 파택2는‘시간의 천사’를 쓰러뜨리기 위한 카린과 일행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각 캐릭터들은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쌓고 마법과 공격 기술을 수련하고, 상점이나 몬스터에게서 장비를 획득해 성장하는 방식이다.
 
파택2는 쿼터뷰 시점의 턴제 진행 방식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캐릭터는 한 턴에 이동 1회와 공격 1회를 할 수 있고, 이 동작들을 수행하면 턴이 종료돼 적의 턴으로 바뀌어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다시 말해 카린이 마법으로 적을 한 대 때리고 뒤로 도망가면, 적이 다시 다가와 카린을 한 대 때린다. 이 동작이 누구 한 명 쓰러질 때까지 반복된다는 소리다.
한 마디로 파택2의 장르는 주먹과 마법이 교차하는 ‘맞타치 판타지’란 소리다. 어린 시절 후레쉬맨이‘안 되겠어, 모두 힘을 합치자!’며 다섯명이 꾸물꾸물 합체하는 것을 적들이 팝콘 씹으며 구경하던 것이나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주인공 일행들은 이토록 매너와 배려심 넘치는 악당들을 흠씬 두들겨 패는 일에 신이 났으니,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헷갈리던 고교 시절이었다.
 
곳곳에 가득한 개그와 서비스컷
 
파택2의 재미는 곳곳에 배치된 캐릭터들의 개그 센스와 화끈한 서비스 컷이었다.(그 당시엔 그랬다...) 물론 이 게임이 가진 그래픽 애니메이션과 마법 효과 등 게임으로서의 퀄리티도 매우 뛰어났지만, 자신에게 한 표를 주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으로 경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귀여운 협박이나( “저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약초 값을 올릴 테니 알아서 하세요.”라는 무시무시한 멘트였다), 음식값을 지불하라는 식당
주인의 외침에 해맑은 웃음과 함께 사라지는 마법으로 보답하는 괘씸함도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 초반에 만나게 되는 캐릭터들 중 여자 캐릭터들이 함께 목욕을 하는 씬이 있는데, 아마 주인공 알에게‘훔쳐보시겠습니까? 예/아니오’의 선택지가 이 게임 최대의 난관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지금 보면 별 거 아니었지만 당시엔 굉장한 스피드로‘예’를 클릭했었으니까. 보고 난 후의 허무했던 기억까지 생생한 걸 보니 기자가 이 게임에 어지간히 빠져있었나 보다.
아무튼 몰입도 만큼은 지금의 게임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만한 명작인 파랜드 시리즈다. 지금이라도 이 게임을 해보고 싶다면 인터넷에 주얼 게임 패키지로 판매하는 곳이 많으니 한 번쯤 즐겨 보는 것도나쁘지 않다.(가격도 서너 가지 버전의 합본이 2만 원을 넘지 않으니 돈 좀 써라) 턴제 RPG의 매력에 빠져 보면 아마 헤어나오기 힘들 걸..
 
SMART PC사랑 정환용 기자 maddenflower@ilovepc.charislaurencreat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