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사는 것보다 100배 좋은 듣고 사기
2014-02-06 PC사랑
사람마다 귓바퀴와 귓불의 모양이 제각각이듯이, 자신에게 맞는 소리도 따로 있다. 아무리 좋은 헤드폰이라도 직접 들어보지 않고 사면 종종 후회하는 이유가 그렇다. 주머니 쌈짓돈 꼬깃꼬깃 모아서 산 고가의 헤드폰이 내 취향이 아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청음매장 ‘셰에라자드’에 들러보자. ‘백견이 불여일문’이라고, 300여 종이 넘는 헤드폰과 이어폰이 구비돼 있어 시중에 판매 중인 웬만한 제품은 전부 들어볼 수 있다.
SMART PC사랑 편집부의 모 기자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블루투스 헤드셋을 샀다가 큰 낭패를 봤다. 유명 작곡가가 광고하는 모델이라며 안심하고 산다던 그녀의 믿음을 져버리고 형편없는 음질의 헤드셋이 온 것. 이미 개봉을 했기 때문에 반품도 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그녀가 택한 길은 결국 헤드셋의 불량 음질에 맞춰 자신도 ‘막귀’가 되는 것이었다.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이처럼 안타까운 상황을 우리 독자들이 똑같이 겪지 않도록, 기자가 엄격한 기준으로 고른 청음매장 ‘셰에라자드’에 다녀왔다. 사실 사람들이 청음매장에 방문하기 꺼려하는 이유는 판매자의 지나친 응대와 편의시설 부재로 인한 불편함이 제일 크다. 또, 온라인과 눈에 띄게 차이나는 가격도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청담동에 위치한 셰에라자드는 이러한 방해요소를 없애고, 오롯이 소리를 듣고 즐기는 ‘놀이터’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압구정로데오 역에서 도보로 5분쯤 걸으면 나타나는 높은 언덕길 끝에 위치한 셰에라자드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실은 카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매장 인테리어와 벽면을 빼곡하게 수놓은 헤드폰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루 평균 60여명이 방문하는 셰에라자드에는 자신이 원하는 헤드폰을 듣고 싶은 만큼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방문객이 보통 짧게는 30분에서 1시간, 길게는 서너 시간 까지도 머물다 가는데, 이를 매장MD가 터치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 헤드폰 판매를 위해 손님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일도 없다. 셰에라자드 관계자는 “고객이 필요할 경우 MD를 찾아주시면 바로 응대를 해드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이 어떤 제품을 청음하든 일절 관연하지 않는 게 본사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청음이 가능하도록 고객을 배려한 것이다.
오랜 시간 청음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안락한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셰에라자드 매장에는 한 번에 2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소파가 구비돼 있다. 오래 머무는 이들을 위해 간단한 음료와 간식도 무료로 제공돼, 음악을 즐기는 무료 카페테리아 같은 느낌도 든다.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과 앰프가 몇 대 놓여있다. 노트북에 깔려 있는 ‘푸바2000’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에서 기본적으로 들리는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 뒀다. 앰프도 항상 최신 것으로 유지한다. 원하는 경우 청음을 위한 테스트 음원을 제공하는데, 하이파이 음원부터 평소에 쉽게 접하는 MP3음원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원을 마련해 방문객들이 쉽게 비교해가며 들을 수 있다.
청음매장이 좋은 것은 무엇보다도 수많은 헤드폰을 취향별로 들어보고 고를 수 있다는 점. 셰에라자드에는 AKG, 젠하이저를 비롯해 SHURE, SONY, Denon 등 35개 브랜드 300여 종의 제품이 전시돼 있다. 플래티넘 라인에는 특히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포스텍스 TH600과 TH900, 울트라손 Edition 8-Romeo & Julia 시리즈가 놓여있어 프리미엄급 모델도 누구나 쉽게 청음해 볼 수 있다. “다른 청음매장의 경우 고가의 모델은 따로 직원에게 부탁해야 보여주는 등 절차의 불편함이 있는데, 우리는 매장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에게 고급형 모델이건 보급형 모델이건 관계없이 청음할 수 있도록 열려있다”고 매장MD가 설명을 덧붙였다.
매장 안에는 스컬캔디, 야마하, 닥터드레와 같이 예쁜 디자인의 것들만 모아둔 ‘패션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헤드폰을 패션 소품으로 활용하려는 젊은 고객들이 늘어, 이에 맞게 디자인 효율을 중시한 제품을 들여오고 있는 것이다.
포터블 재생기기 편집매장인 만큼 제품군을 선별하는 별도의 기준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가장 기본적인 선정 기준은 물론 음질이다. 그 외에도 합리적인 가격, 디자인을 고려해 제품을 들여온다. 중저가형의 경우는 고객이 많이 찾는 플래그십 모델 위주로, 하이엔드 모델의 경우 희소성이 높은 모델 위주로 전시된다.”
가격은 자사의 온라인 매장과 동일하게 판매되기 때문에 오프라인이라고 바가지 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제품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쿠폰을 적용한 최저가와 똑같이 책정돼 있다. 같은 가격에 직접 들어보고 고를 수 있고, 배송 중 파손 위험이 없어 안전하기까지. 직접 방문하면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나도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은데, 초보자라서 어떤 것이 좋은 소리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곳곳에 배치돼 있는 매장MD를 찾으면 된다. 본사에서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또 스스로도 열심히 공부한다는 이들에게 물어보면 헤드폰의 A부터 Z까지, 나에게 맞는 최적의 제품을 찾아준다. 아무래도 신체에 직접적으로 닿는 것이다 보니 청결함이 걱정된다는 이들을 위해 매장MD가 적어도 하루에 두 번씩 귀에 닿는 폰팁 부분을 청소한다고 하니, 여러모로 방문객에게 큰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청음매장이라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독자도 있고, 매주 방문한다는 독자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인터넷으로 아무리 제품 스펙 뒤지고 뒤져봐야 한 번 듣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점점 더 전문화 돼 가는 고객만큼이나 청음매장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청음환경에서부터 제품, 서비스까지 보다 섬세하고 고객맞춤형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혹시나 헤드폰이나 이어폰을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경험삼아 청음매장에 방문해 보자. 그저 보고 사는 것보다 100배 좋은 ‘듣고 사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SMART PC사랑 | 황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