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이 대체하지 못한 진심을 전하는 법 “편지”
2015-02-06 PC사랑
이메일과 SNS, 메신저의 발달로 편지는 이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진짜 마음’을 전할 때만큼은 편지를 쓴다. IT기술로 아날로그 감성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쓰여 있는 글보다도 한 글자씩 힘주어 눌러쓴 독자엽서가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자의 방 한쪽 구석에는 비스듬히 쌓아놓은 상자가 몇 개 있다. 모양도 크기도 각양각색인 상자 안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받은 편지들이 그득하게 보관돼 있다. 연말이 다가오니 ‘또 한 살 먹는구나’ 서러운 생각이 들어 어린 시절 편지를 들춰보며 마음의 위안 삼고있는데, 문득 어느 한 해를 기점으로 기자가 받은 편지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곧, 기자는 그 해가 어떤 해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났다.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난생 처음으로 다음(Daum)의 이메일 계정을 만든 해였다.
1997년 5월,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국내 최초의 무료 웹메일 서비스 ‘한메일넷’을 오픈한 뒤로 이메일을 통한 친분 교류가 유행처럼 번졌다. 이메일로 펜팔을 주고받거나, 모임의 시간 약속을 정한다거나, 각종 경조사에 맞춰 e-card를 보내는 일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해 9월 야후 코리아의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후로, 98년에는 네이버와 네띠앙이, 99년에는 라이코스, MSN, 알타비스타 등의 외국 기업이 이메일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와 더불어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도 급증해, 1999년 당시 가장 많은 회원 수를 확보한 다음의 경우 이메일 계정을 만든 고객이 5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현재 인터넷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기업들이 코스닥에 주식상장을 하고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무료 이메일 서비스의 역할이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추억으로 사라지고 있는 편지
이메일 서비스가 맹위를 떨치는 동안, 편지는 점점 더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갔다. 우정사업본부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당시 3억 6,800만 장을 웃돌던 우표판매량이 5년 후인 2008년에는 1억 8,500만 장으로 약 50%가량 감소했고, 2012년에는 1억 2,900만 장으로 떨어지며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물론 우표를 붙였다 해서 반드시 편지인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편지를 보낼 때에는 우표를 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우표판매량에서 비롯된 편지의 대략적인 감소 추이를 추측해 볼 수 있다.
편지를 보내고 싶어도 주위에 빨간 우체통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우표판매량 만큼이나 전국의 우체통 설치 대수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체통이 가장 많았던 1993년에는 5만 7,000여대까지 설치돼 있었는데, 2007년에는 2만 5,000대로, 2011년에는 2만 1,000대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우정사업본부 설명에 따르면 우체통에 하루 평균 2~3통 정도의 편지가 들어 있는 것이 전부라고 하니 편지 발송량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짐작이 된다.
그럼에도 편지만이 할 수 있는 것
이메일이 편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No”라고 대답했다. 이메일은 업무를 위한 보조수단으로 사용될 뿐, 친교의 정을 나누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2012년 하버드 경영 대학교에서 미국과 영국, 남아프리카의 근로자 2,6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E-Mil: Not Dead, Evolving” 연구에 따르면, 이메일의 본질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는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자주 활용하는 이메일 기능 중 다섯 손가락 안에도 꼽히지 못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은 이메일에서 SNS, 메신저로 옮겨가게 됐지만, 그 즉시 확인하고 답변을 달아야 하는 인스턴트 메시지의 특성 상 진심을 담아 전달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오직 편지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글쓴이의 마음이 오롯이 묻어나는 글씨체로 한 글자씩 정성을 담아 써내려 가는 것만큼 진심을 전하기 좋은 도구가 없다.
편지로 팬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린 이병헌. 출처는 이병헌 공식 홈페이지.
요즘 연예인들 사이에는 편지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게 유행이다. 이병헌-이민정, 지성-이보영 커플이 결혼 소식을 전할 때도 그랬고, 김태희·김우빈·한효주 등이 드라마의 종영을 앞두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도 그랬다. 보다 번거로운 작업을 해야 하는 대신 그만큼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무언의 메시지로 느껴진다. 편지는 이제 ‘진심’이라는 아날로그 감성을 대표하는 하나의 낭만적 기제로 작용하게 됐다.
편지, 디지털을 만나다
편지 속에 담긴 진심을 IT기술이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자, 이번에는 반대로 IT기술 속에 편지를 녹일 수 있는 기능이 등장했다. 2013년 10월 새롭게 출시된 ‘한컴 2014’에는 ‘e-그린우편’이 탑재돼, 오피스 문서로 작성한 편지를 우체국으로 보낼수 있도록 했다.
편지 속에 담긴 진심을 IT기술이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자, 이번에는 반대로 IT기술 속에 편지를 녹일 수 있는 기능이 등장했다. 2013년 10월 새롭게 출시된 ‘한컴 2014’에는 ‘e-그린우편’이 탑재돼, 오피스 문서로 작성한 편지를 우체국으로 보낼수 있도록 했다.
일단 한글 2014로 편지 내용을 작성한 뒤 ‘e-그린우편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우체국 홈페이지로 연동, 우체국에서 직접 편지를 출력해 수신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하얀 바탕화면의 A4용지가 편지를 쓰기에는 썰렁하게 느껴진다면 한컴에서 제공하는서식을 사용하거나 자신이 직접 서식을 만들어 편지지를 꾸밀 수도 있다. “편지에 담긴 아날로그 감성을 지향한 기능”이라고 한컴에서 설명한 것처럼, 직접 손으로 쓴 편지만큼은 아니더라도 글쓴이의 마음을 담기에는 충분하다.
연하장을 씁시다
편지가 좋은 것은 클릭 한 번이면 내용이 파악되는 이메일과 달리, 봉투를 뜯는 순간부터 종이를 펼치는 순간까지 어떤 내용이 쓰여 있을지 알 수 없어 기대와 설렘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편지는 이메일처럼 수시로 확인하며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분실하거나 훼손하면 다시는 똑같은 것을 구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SMART PC사랑 독자여러분도 갑오년 새해를 맞아 고마운 이들에게 편지를 써보시길. 디지털 기술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새삼스러운 아날로그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SMART PC사랑 | 황수정 기자 hsio2@ilovepc.charislaurencreat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