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가 알려주지 않는 LTE 이야기

2014-09-11     stonepillar

한 때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LG전자가 작년부터 조금씩 살아나며, 올해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올해 출시된 LG G3는 보조금 대란을 틈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물론, 최근 G3의 하드웨어 완성도에 대해 여러모로 부정적인 평가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일단 이번 주제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어쨌든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G3의 판매 속도에는 그다지 지장이 없는 모습이었는데, 오히려 LG에서 G3 판매에 제동이 걸릴만한 소식을 발표했다. 바로 G3의 후속 모델인 LG G3 Cat.6를 공개한 것이다. 이미 예약판매도 시작했다. 여기서 문제는 G3 뒤에 붙은 ‘Cat.6’ 라는 용어. 아는 사람은 어이없고, 모르는 사람은 갸우뚱할만한 Cat.6는 고양이가 아닌, 바로 LTE의 등급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LTE는 3.9G?

이제는 LTE, 혹은 광대역 LTE나 LTE-A 등이 대세가 되다 보니 자주 사용되지 않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3G니 4G니 하는 말들을 많이 사용했다. 이는 이동통신을 기술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여기서 G는 Generation, 말 그대로 세대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4G LTE 서비스가 정식으로 시작한 것은 2011년 7월로, SKT와 LG U+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먼저 망을 설치하고 서비스를 개시했다. KT는 LTE 주파수 확보 문제로 상당히 늦게 시장에 진입했는데, 기존에 2G에 할당 됐던 주파수를 LTE로 돌리기 위해 2G 서비스 강제 종료를 추진하면서 많은 논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금은 모두가 당연히 LTE를 4G 통신 기술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LTE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는 4G로 분류되지 않았다. 이동통신기술의 표준은 국제연합(UN)의 산하 기관인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이하 ITU)에서 결정을 하게 되는데, LTE는 ITU에서 규정한 4G의 조건(주1)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3G보다는 빠르지만, 4G에는 미치지 못하는 3.9G로 불리기도 했었다.
 
원래대로라면 LTE의 다음 기술인 LTE-Advanced(이하 LTE-A)는 되어야 ITU가 제시한 4G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LTE 자체가 이미 기존의 3G 통신 기술보다 이론상 5배 빠른 75Mbps의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보니 3G와 구분이 필요했고, 결국 ITU에서는 LTE와 HSPA+ 등도 4G로 부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당당히 LTE를 4G로 광고할 수 있게 됐다.
 
*주1: 고속 이동 중 100Mbps 지원, 정지 상태 1Gbps 지원, 인터넷 프로토콜과 호환.
 
 
LTE와 LTE-A

LTE-A는 LTE보다 한 단계 발전한 차세대 통신 기술로 사실상 진정한 4G 통신으로 인식되고 있다. 3G 통신인 WCDMA보다 40배 빠른 600Mbps의 전송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이론이 아닌, 실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시연을 통해 얻은 결과 값이다. 600Mbps를 우리가 실제 사용하는 MB로 환산하면 초당 75MB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것으로, 이는 13초 남짓이면 1GB의 미디어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LTE-A라는 용어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SKT에서 LTE-A 서비스를 상용화한 이후에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SKT 가입자들은 이 차세대 통신 기술의 혜택을 벌써 받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SKT 가입자 중 실제로 이 정도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경험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SKT가 사기를 친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사기는 아니다. ITU가 LTE-A에 필요한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인정한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rrier Aggregation, 이하 CA)’을 SKT가 도입하면서 공식적으로 LTE-A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CA를 간단히 설명하면 분산된 주파수 대역을 묶어 하나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전에도 듀얼 밴드 기술로 떨어져 있는 대역의 주파수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긴 했지만, CA는 듀얼 밴드에서 더 발전된 개념이다. 예를 들어 SKT가 800MHz 대역과 1.8GHz 대역에서 각각 10MHz 대역폭을 다운로드에 할당해 사용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듀얼 밴드 기술은 단말기가 두 대역의 주파수에 모두 접속이 가능토록 허가한 뒤 둘 중 더 원활한 대역폭을 찾아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 두 대역폭에 모두 접근할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두 대역폭 중 하나를 선택하기 때문에 10MHz만 사용가능하는 것과 동일한 속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 듀얼 밴드의 한계였다. 그러나 CA 기술을 사용하면 떨어져 있는 각각의 10MHz 대역폭을 하나로 묶어 20MHz 대역폭처럼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 이를 활용하면 이론적으로 듀얼 밴드와 비교해 두 배의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어쨌든 SKT는 CA 기술을 도입해 2013년 6월 26일 LTE-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했고, 뒤이어 SKT와 치열하게 LTE 경쟁을 하고 있었던 LGU+도 부랴부랴 CA 기술을 도입해 LTE-A를 상용화 했다.
 

 
광대역 LTE

SKT와 LG U+가 LTE-A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할 때 국내 2위의 이동통신사인 KT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동통신사들의 광고를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광대역 LTE라는 용어를 KT에서 먼저 사용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KT의 경우 LTE 서비스 초기부터 주파수 문제가 큰 걸림돌이었는데, 이는 LTE-A 경쟁에서도 결국 발목을 잡았다. CA 기술을 도입해도 연결할 주파수 대역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KT는 주파수 경매를 통해 1.8GHz 대역에서 추가 주파수 할당을 받은 후에야 CA 기술 없이도 20MHz의 대역폭을 묶어서 사용할수 있게 됐다. KT는 이를 광대역 LTE라는 마케팅 용어로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KT가 광대역 LTE로 대대적으로 마케팅 활동에 나서자 SKT 역시 뒤따라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SKT는 2013년 9월부터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문제는 이와 동시에 LTE-A 서비스를 조용히 중단한 것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광대역 LTE와 LTE-A는 동일하게 20MHz를 사용하고 있고, 기반 기술도 LTE로 같기 때문에 속도에서는 차이가 없다. 오히려 CA를 사용하는 LTE-A의 경우 기술적으로 추가 작업이 더해지기 때문에 배터리 효율 등에서 광대역 LTE에 밀린다. 그러나 LTE-A를 이용하기 위해 전용 단말기를 추가 구입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과 수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해 버린 SKT의 처사를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Category 6

지금까지는 대략적으로 국내의 LTE 서비스에 대해 알아봤다. 그렇다면 과연 초기에 언급한 LTE 등급, Cat.6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Cat.은 Category(카테고리)의 약자다. LTE를 지원하는 통신 모뎀에는 속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 있는데,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있다. 현재 LTE 등급은 Cat.1부터 Cat.8까지 구분돼 있으며, 지금까지 언급한 광대역 LTE와 LTE-A는 Cat.4에 해당하는 속도다.
 
현재 LTE는 10MHz 대역폭에서 최대 75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낼 수 있으며, 20MHz 대역폭을 사용하는 LTE-A와 광대역 LTE는 두 배인 150Mbps 속도까지 가능하다. 그러므로 LG의 G3 Cat.6는 지금 당장으로서는 큰 의미가 없고 곧 다가올 진정한 LTE-A 시대를 대비한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표에서 보면 Cat.5보다 Cat.6의 업로드 속도가 더 느린데, Cat.1부터 Cat.5까지는 순차적으로 기술을 붙여왔던 반면, Cat.6에서는 최적화 작업을 위해 기술을 한 번 재설계했기 때문이다.
 

 
smart PC 사랑 | 석주원 기자 juwon@ilovepc.charislaurencreat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