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특집기획2 - 사물인터넷의 미래, 향후 발전 방향과 비전
2014-11-04 우민지
이번 사물인터넷 기사는 좀 유쾌한 상상으로 시작해보려 한다. 사물인터넷이 과연 우리의 삶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까? 아무리 이런 저런 기술과 제품을 설명해가며 말해도 잘 와 닿지가 않는다. 그래서 인터넷을 탑재한 사물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상상력을 더해 스케치 해보고자 한다.
미래의 스마트 가전 풍속도
가정주부 A씨는 요즘 스마트 냉장고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말을 거는 냉장고가 얄미워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어제도 보고 드렸듯, 냉장고 청소가 필요합니다. 지금 변기의 스무 배 가까운 세균이 야채 칸, 김치 칸, 홈바 및 냉장고 전역에 서식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알고는 있지만 외면하고 싶은 냉장고 청소를 잊어버릴 만하면 읊어 대는 냉장고 때문에 오늘도 A씨는 골치가 아프다.
스마트 냉장고로 바꾼 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재료에 대해 냉장고가 말해 주고, 이러한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 레시피까지 부엌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전송해 줘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양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처음엔 바꾸기 잘 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냉장고가 아닌 잔소리꾼을 들인 것 같아 A씨는 점점 예전의 아날로그 냉장고가 그리워지고 있다.
냉장고와 씨름을 하는 것은 비단 A씨뿐만이 아니다. 20대 여성 B씨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스마트 냉장고를 구입했다가 요즘 스트레스가 늘고 있다. B씨가 구입한 냉장고는 손잡이에 부착된 지문센서로 냉장고를 여는 이가 누군지 냉장고 스스로 파악한다. B씨는 스마트냉장고 구입 초기, ‘냉장고 문 개폐 금지 시간’을 저녁 6시부터 그 다음날 새벽 6시까지로 설정해 놓고, ‘사용자의 의지정도’를 약으로 설정해 놓은 탓에 스마트 냉장고로부터 갖은 수모를 당하고 있다. 6시가 넘은 시간 B씨가 엉겁결에 냉장고 문을 열려고 하자 냉장고로부터 경고음이 울린다. “사모님! B가 냉장고 문 열려고 해요!” 황급히 안방에서 나온 어머니께 너는 그렇게 의지박약이냐는 핀잔을 듣곤 울컥 화가 난다. 그 사이 B가 다이어트 초기에 냉장고에 입력해 놓은 남자친구의 전화번호로도 문자가 전송됐다. “B가 냉장고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자제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세요.”
B는 그 다음날 저녁 5시 50분에 냉장고에서 황급히 저녁에 먹을 간식거리를 꺼냈다. 문을 닫고 돌아서는 B의 뒤통수에 스마트냉장고가 일갈한다. “사용자 B님께서 꺼내 가신 음식의 총 칼로리는 약 일천, 백, 오십, 킬로칼로리이며, 이는 B님 몸무게 기준 빠르게 걷기 다섯 시간, 요가 여섯 시간 반, 줄넘기 두 시간 반을 쉬지 않고 운동해야 소모할 수 있습니다.” 뒤돌아 서 냉장고를 째려봤더니 홈바에 장착된 디스플레이에서 ‘몸매 좋은 여자 비키니 사진’으로 검색된 인터넷 이미지가 흘러나오고 있다. 무시한 채 방으로 들어가자 이번엔 스마트 폰에서 문자 알림음이 계속 울린다. 냉장고가 검색한 날씬한 여성들의 비키니 사진과 함께, ‘비만’으로 검색된 이미지들이 문자로 들어오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왕좌는 ‘센싱 기술’을 선점한 자의 것
위의 예시가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미 나온 기능도 있고, 현재 실현 가능한 기능도 있으며, 앞으로 기술이 좀 더 발전돼야 가능한 기능도 있다.
스마트 가전 풍속도 속 이야기가 현실화 되려면 어떠한 것들이 필요할까? 저 이야기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냉장고가 발전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에 탑재할 ‘센서’가 진화돼야 한다.
냉장고가 스마트하게 발전한 모습을 보이려면 냉장고 한 대당 수천에서 수만 개의 센서가 탑재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단순히 센서의 수만많다 해서 저런 모습으로 발전하지는 못한다. 기존의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센서보다 한 차원 높은 다중(다분야) 센싱기술을 사용하는 센서를 탑재해 한층 더 지능적이고 고차원적인 정보를 추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의 풍속도 내용 가운데 ‘냉장고가 스스로 제품 안 세균을 체크해 위생 상태를 보고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가전에 바로 적용되기 힘든 기술이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CMOS(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이미지 센서를 기반으로 한 세균 검출 기술이 좀 더 발전돼 상용화 단계에까지 이른다면, 의료·헬스케어산업에 적용 된 이후 가전 쪽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는 식재료에 대해 냉장고가 답해주는 것 또한 방법에 따라서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모든 식재료에 바코드처럼 물건을 식별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한다면, 냉장고는 사물을 인식하기만 하면 되므로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이를 활용할 인터페이스만 받쳐준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상용화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많은 사회적 비용을 필요로 하며 실제로 모든 식재료에 센서를 부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실현되기 어렵다. 이럴 경우 미생물이나 동물의 세포를 전기화학적으로 식별하는 ‘세포 식별 센서’가 답안일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세포 식별 센서로는 시금치와 아욱을 구분하기가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 또한 바이오센서의 발전이 거듭된다면 언젠가 인간이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야채 칸에 들어온 물건이 무엇인지, 신선도는 어느 정도인지 냉장고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냉장고가 사용자에게 문자를 보내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 돼있다. LG전자의 스마트 가전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LG는 ‘홈 챗’이라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는 카카오톡을 통해 가전으로부터 현재 상황을 보고 받고 제어할 수 있다. LG는 지난 4월 사물인터넷 기능을 내장한 냉장고를 시중에 공개했다. 물론 앞선 예시에서처럼 진보된 센서를 갖춘 냉장고는 아니지만, LG의 스마트 냉장고엔 각 칸을 비추는 초소형 카메라가 설치돼있어, 사용자가 냉장고 야채 칸을 보여 달라는 요청을 카카오 톡으로 보내면 해당 칸의 카메라가 활성화 되면서 야채 칸 내부 상황을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스마트 센서 + 네트워크 연결 = IoT 혁명
사물인터넷에서의 센서는 온도, 습도, 열, 가스, 조도, 초음파 등 전통적인 센서에서부터, 원격 감지, SAR(Synthetic Aperture Radar, 지상 감시용 군용 항공기 레이더), 레이더, 위치, 모션, 영상 센서 등 유형 사물과 주위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물리적 센서를 거쳐, 물리적 센서에 응용 특성을 좋게 하기 위해 표준화된 인터페이스와 정보처리 능력을 내장시킨 스마트 센서에 이르기 까지 모든 세대의 센싱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센싱 기술에는 무형 사물, 즉 이미 센싱한 데이터로부터 특정 정보를 추출하는 가상 센싱 기능도 포함된다. 이러한 가상 센싱 기술이 실제 사물인터넷 서비스 인터페이스에 구현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시대엔, 스마트센서와 통신 기능이 탑재된 사물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이 정보를 다른 기기와 주고받으며, 적절한 결정까지 내릴 수 있게 된다. 앞서 냉장고가 스스로 ‘몸매 좋은 여자 비키니 사진’을 검색하는 것은 이러한 스마트 센싱 기술에 빅데이터가 더해지면 가능하다. 기존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미리 입력해 놓은 것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에 머물렀지만, 스마트 센싱 기능을 갖춘 사물이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기기 스스로 센싱한 상황에 적합한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사물인터넷(IoT)을 기회로 진단한 글로벌 기업들
① 드론 운송 서비스 예정인 아마존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2013년 12월 美 CBS방송 ‘60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미국연방항공청(FAA)의 허가를 받아 4~5년 뒤부터 드론 배달을 실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른바 ‘프라임 에어(Prime Air)’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소형 무인기 드론을 이용해 30분 이내에 물류를 고객의 집까지 배송하는 서비스이다. 이는 드론을 포함한 물류 시스템의 거의 모든 요소들이 사물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이 주문을 하면 주문한 물품이 항공 운송 전용 케이스에 담겨 컨베이어 벨트에 오른다. 케이스가 옥토콥터(Octocopter, 프로펠러가 8개인 무인기)의 대기 장소에 정확히 배달되면 옥토콥터는 이 상자를 들고 고객의 집으로 날아오른다. 옥토콥터는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인터넷에 입력된 고객의 주소로 자동으로 날아가고, 고객은 30분 만에 주문한 물품을 받아볼 수 있다.
프라임에어를 통해 운송 가능한 물건은 2Kg 내외의 소형 제품이며, 서비스 가능 지역은 도심에 있는 물류 센터로부터 반경 16Km 이내이다. 기존의 택배 서비스로는 최소 1~2일 정도가 소요됐지만, 프라임에어는 30분이면 충분하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마존의 프라임에어 공식 유튜브 동영상
② 가장 먼저 사물인터넷 시대를 열어가는 제조업체 - 롤스로이스
사물인터넷의 가장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꼽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영국의 롤스로이스이다. 우리에겐 명차를 만들어내는 회사로 익숙하지만, 사실 이 기업은 항공기와 선박엔진, 가스 터빈을 제조하는 중공업 회사이다. 롤스로이스는 엔진에 센서를 부착시켜 태평양 바다 상공 4만 피트에서도 엔진에 대한 데이터를 전송받는다. 전 세계 롤스로이스 엔진들의 데이터가 영국 본사로 모이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엔진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엔진의 고장 가능성을 예견하고 진단한다. 하늘에서 비행중인 엔진에도 이상을 파악하면 원격으로 조치가 취해지며, 만약 원격으로 조치될 수 없는 상황이면 가장 가까운 공항에 롤스로이스 지상 서비스팀을 배치시켜 미리 관련 부품을 준비해 대기할 수 있도록 한다.
2003년까지만 해도 엔진을 판매하는 것으로 수익을 얻었던 전통적인 제조업체가, 이제는 서비스를 통해 얻는 매출이 생산품 판매로 얻는 매출과 거의 동일해졌다. 뿐만 아니라 롤스로이스가 사물인터넷을 통해 서비스 사업을 키운 후로 제조업 부문 영업 이익률 또한 4%대에서 11% 대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롤스로이스의 혁신은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롤스로이스는 2014년까지 섭씨 2000도에도 견딜 수 있는 CCTV를 엔진의 코어에 설치해 엔진 속 상황을 시각적으로 바로 확인 진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엔진 속에서 서식하며 엔진이 정지되는 즉시 엔진의 상태와 문제 사항을 체크해 영상으로 전송하는 스네이크 로봇도 연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사물인터넷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에 롤스로이스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었으며, 새로운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③ 모든 것은 인터넷으로 통한다 - 시스코
시스코는 여러 IT업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사물인터넷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시스코는 사물인터넷(IoT)이라는 용어 대신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모든 것(Everything)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 시스코의 판단이다.
시스코는 스마트 홈 수준을 넘어서 스마트 시티(Smart City)를 건설하고자 한다. 시스코는 지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사물에 센싱과 네트워킹을 이용해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작년, 바르셀로나와 시스코가 사물인터넷을 적용해 도시의 삶을 질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이후 도시 전역에 500Km에 달하는 네트워크가 깔리고 있다. 또한 500개의 무선인터넷 핫스팟을 설치해 도시전체를 연결된 네트워크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실천해가고 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활용하고 있는 주차 애플리케이션
시스코는 상습 정체와 교통 혼잡, 주차 문제로 악명이 높은 바르셀로나의 본 지구에 스마트 주차장을 건립했다. 스마트 주차장은 주차장 바닥에 차를 인식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해 차가 정차하기 시작한 때부터 주차요금을 징수한다. 이는 주차 티켓에 대한 민원을 성공적으로 감소시켰으며, 주차 위반 적발에도 공헌해 시의 세수확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또한, 차가 주차돼 있는 공간의 센서는 자동으로 도시 네트워크에 주차가 돼있음을 알린다. 이 정보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차할 공간을 찾는 시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시민들은 주차장의 빈 공간 위치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바르셀로나의 도로 혼잡이 약 14% 정도 개선됐으며, 시민들은 주차를 위해 낭비했던 시간과 연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
④ “사물인터넷은 삼성의 다음 세대 먹거리” - 삼성전자
2014년 3월 한 삼성전자 임원이 글로벌 사물인터넷 전문가들과 벌인 좌담회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IT기업들과의 스마트 홈 솔루션 부문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사의 전문 인력 1000여명을 사물인터넷 운영체제 개발에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은 자체 운영체제(OS) 타이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SAMI(Samsung Architecture for Multimodal Interactions) 등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SAMI는 플러그앤플레이 등을 제공하는 삼성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른 글로벌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디바이스 경쟁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플랫폼 경쟁력’이라는 교훈을 얻었기에, 소프트웨어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에 강한 기업은 아니다. 그러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다른 IT 솔루션 기업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에 삼성의 경쟁력이 약하다 예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사물인터넷을 위해선 ‘사물’ 즉 인터넷을 탑재할 디바이스가 필요하다. 삼성은 그런 디바이스 분야에서 만큼은 글로벌 리더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 냉장고, 청소기, 세탁기 등 가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과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메모리, 반도체, AP(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에서도 강세이다. 이러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자신들의 강점을 충분히 잘 살린다면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하는 삼성전자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해서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이할 모든 준비를 끝냈다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도 문제이긴 하나, 삼성전자의 진정한 문제는 센서 사업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누차 언급했듯 사물인터넷 시대는 데이터를 모으는 센서가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센싱 원천기술 보유를 등 외시한 채 사물인터넷 사업을 진행한다면, 분명 혁신과 가치창출에 있어서 한계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Smart PC사랑 | 우민지 기자 woominge@ilovepc.charislaurencreat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