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Secret story of HDD -3-
2015-12-29 정환용기자
아무도 알려주지 않던
The Secret story of HDD
The Secret story of HDD
3편. 이제는 HDD 선택 기준을 바꿀 때!
작성: 김현동 테크니컬라이터(cinetique@naver.com)
▣ 핵심은 퍼포먼스, 그리고 안정성
HDD를 선택하는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가격과 성능이다. 소비자들은 보통 이 두 가지 요소의 절충점에서 제품을 선택한다. 문제는 둘 중 성능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기기에 탑재돼 그보다 더 다양한 데이터를 저장하게 된 오늘날의 HDD에, 성능이란 단순히 빠른 속도나 높은 데이터 전송률만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예컨대, 여러 CCTV로부터 지속적인 녹화데이터를 받아들여야 하는 NVR 시스템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카메라가 촬영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사용자가 접근하는 서버의 경우 빠른 응답시간이 중요하며, 여러 대의 드라이브가 장착되는 NAS는 얼마간의 진동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드라이브가 한두 개 장착되는 PC와 달리, 드라이브를 다수 연결해 사용하는 NAS나 서버, NVR 시스템의 외적인 변수들은 상황에 따라 드라이브 본연의 성능을 저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시스템은 애초 목적한 데이터를 읽고 쓰는데 문제가 발생하게 되며, 상황에 따라 스토리지 시스템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망가질 수도 있다.
결국, 오늘날 HDD에서 성능이란 ‘각 HDD의 용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것’으로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특정 용도에 특화된 드라이브라면 해당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각종 악조건에서도 필요한 성능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퍼포먼스의 기준은 이제 이렇게 재정립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는 시스템의 안정성 측면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간단한 테스트를 위해 4종의 각기 다른 HDD를 준비했다. PC에 흔히 사용하는 7X00RPM급 드라이브, CE·NVR 시스템에 주로 사용하는 5X00RPM급 드라이브, 가장 높은 신뢰성을 위해 플래터를 늘리되 기록밀도를 낮춘 7X00RPM급 엔터프라이즈 드라이브까지. 현재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큰 틀의 HDD 라인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
RV센서는 최근 엔터프라이즈 기반의 HDD에 주로 채용되는 진동센서. RV센서가 진동을 감지하면, 내장된 SoC가 이를 분석해 헤드가 데이터를 읽거나 써야 하는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보정해 준다.
테스트는 약 150GB 크기의 파일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5회를 진행한 평균값이다. 단일 드라이브 테스트 시 모든 HDD가 제 성능을 정상적으로 발휘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세대의 드라이브답게 종류와 무관하게 160MB/s~190MB/s 수준의 양호한 쓰기 성능을 보였다.
여러 대의 드라이브를 장착하는 환경에서도의 성능 테스트를 위해 8대의 드라이브가 장착되는 2U 서버를 준비했다. 그리고 이 테스트를 통해 PC용 드라이브의 명확한 한계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8베이 서버에 동일한 PC용 드라이브를 모두 설치하고 전송률을 측정하자, 특정 베이의 HDD 성능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드라이브 자체의 불량일까? 아니면 해당 슬롯의 문제일까? HDD의 문제일까 싶어 모든 드라이브의 위치를 바꿔 측정했지만, 매번 1번 베이에서 비정상적인 측정결과만을 얻을 수 있었다.
베이 자체의 불량이 아니라면, 적어도 이 테스트 결과에서 한 가지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진동으로 인한 급격한 에러율의 상승. 드라이브 자체와 외부 섀시로부터 전달되는 진동이 1번 베이에 집중되고, 이 때문에 HDD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대개 드라이브에 일정 수준 이상의 진동이 가해지는 경우, 헤드는 이 진동의 영향으로 읽기·쓰기에 실패할 수 있다. 이 경우 플래터가 한 바퀴를 다시 돌아 제 외치에 오기까지 대기시간(Retry)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급격한 성능의 저하가 뒤따르게 된다.
문제는 보다 전문적인 환경에서의 사용이다. 위 테스트는 각 드라이브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개별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만일 8대의 드라이브가 RAID로 구성된 상황에서라면 결과는 차라리 악몽이다. 단위시간 동안 일정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읽거나 쓰는 시스템에서는 예상보다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섯 대의 카메라가 지속적으로 녹화한 거리의 영상을 NVR 시스템으로 전송한다고 가정하면, 해당 데이터는 우선 HDD의 버퍼메모리에 저장된다. 하지만 HDD의 버퍼메모리는 대용량이 아니다. 따라서 버퍼를 경유한 데이터는 그 즉시 디스크에 기록돼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해 촬영 데이터의 양이 스토리지 시스템의 기록능력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NVR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게다가 특정 베이에 장착된 드라이브의 성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면, 가장 낮은 성능에 기준을 맞추는 RAID 시스템에서는 성능이 기대 이하로 떨어진다. 평균 전송률이 50%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에서 작업이 계속된다면, RAID ARRAY가 파괴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다.
▣ 환경에 알맞은 드라이브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PC용 드라이브보다 열악한 작동환경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드라이브의 테스트 결과는, 반대로 1번 베이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CE·NVR·Enterprise 드라이브 모두 8베이 환경에서는 별다른 무리 없이 정상적인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모 HDD 제조사 담당자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CE 드라이브가 별도의 RV센서 등을 탑재하지는 않았지만, 설계와 제조단계부터 최소의 진동을 구현하도록 의도된 제품이기 때문이라는 것. 사용자의 명령에 무리 없이 응답할 수 있는 성능을 위해 이 드라이브는 회전수를 다소 낮추고, 보다 정밀한 플래터와 진동이 최소화된 스핀들 모터를 사용한다. 드라이브 자체의 진동을 최소화한 덕분에 약 8베이 수준의 시스템까지는 무리 없이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CE 드라이브는 어쩌면 여기까지일지도 모를 일이다. PC용 드라이브가 그랬듯, 더 많은 드라이브가 집적되는 경우 시스템 자체와 각각의 HDD들이 만들어내는 공진으로 인해 성능의 하락이 발생한 여지가 남아있다. 따라서 CE 드라이브라면 8베이 정도를 기준으로 이보다 적은 수의 드라이브가 장착되는 환경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반면, 이보다 더 많은 드라이브가 고도로 집적되는 환경에서는 RV센서가 진동까지 계산해 헤드의 위치를 정밀 조정하는 NVR·Enterprise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두 드라이브의 기본적인 스펙을 보면, NVR의 경우 지속적으로 밀려드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성능에 초첨을 맞추고 있는 반면, Enterprise는 스핀들 모터의 회전속도를 최대한 높이고, 용량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데이터 기록밀도를 낮춰 빠른 응답성능과 높은 신뢰성을 꾀한다.
따라서 NVR·Enterprise 드라이브 모두 8베이 이상의 환경에 적당하다 해도, 두 드라이브는 특성에 따라 용도가 분명하게 구분될 필요가 있다. NVR 시스템에는 NVR 드라이브가 적당하며, 웹서버 등에는 Enterprise가 더욱 알맞다.
▣ 시스템의 가치에 맞는 드라이브 선택이 필수적
개인 소비자 차원에서 HDD의 사용은 줄고 있지만, 모바일 기기로 즐기는 모든 콘텐츠는 반드시 어딘가에 저장돼 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각종 CCTV, 최상의 협업 환경 구축을 위해 구축하는 NAS 등, 과거엔 없던 다양한 환경에 특화된 스토리지가 요구되는 현실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PC·CE·NVR·Enterprise는 그런 큰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상황에 맞게 더욱 세분화되고 명확한 목적에 맞게 제작된 다양한 드라이브를 찾아볼 수 있다. 세상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폭증일로에 있고, 이를 담아낼 그릇은 아직까지 HDD가 유일하다. 그래서 여러 상황에 맞는 드라이브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HDD의 선택기준이 5400RPM/7200RPM, 높은 데이터 전송률 등에 있다면, 이제는 이런 선택의 기준을 다시금 고민해야 할 때이다. PC에 장착할 드라이브가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