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바일게임 시장의 숨은 정복자, 유니티

2016-01-09     stonepillar

게임 엔진은 게임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들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프로그래머가 한 줄 한 줄 직접 코딩해가며 게임을 만들어야 했지만, 이제는 게임 엔진을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게임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역량 있는 게임 제작사들은 직접 엔진을 개발해 이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기도 하지만, 상용화된 게임 엔진을 구입하거나 무료 엔진을 활용해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나 개인도 많다. 이처럼 이미 개발돼 있는 게임 엔진을 사용하면 라이선스 등 일정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제작 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제작사들이 검증된 상용 게임 엔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게임 엔진이라면 역시 ‘유니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모바일게임 제작의 선봉장, 유니티
 
유니티는 본래 게임 엔진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플래시가 한참 잘나가던 시절, 플래시로는 구현이 어려웠던 3D에 특화된 개발 프로그램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시초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유니티의 개발 환경은 접근성이 쉬운 편에 속했는데, 이를 활용해 개발자들이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게임에 특화된 엔진으로 자리잡게 됐다.
 
Q. 유니티 엔진은 현재 게임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 점유율은 얼마나 되나?
전체 게임 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모바일게임 개발에 주로 사용되지만, 국외에서는 모바일게임 뿐 아니라 콘솔, PC게임 제작은 물론이고, 플래시 대체 기술로도 각광받고 있다. 얼마 전 블리즈콘에서 대회를 열기도 했던 블리자드의 TCG ‘하스스톤’도 유니티로 개발한 대표적인 게임이다.
 
Q. 모바일게임 제작사들이 앞 다투어 유니티로 게임을 개발 중인데, 이처럼 모바일게임 제작사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니티가 제공하는 개발 환경이 잘 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빌드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이 시스템적으로 잘 갖추어져 있다. 또, 유니티 엔진의 사용 방법 어렵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래머가 아닌 기획자나 디자이너도 툴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니티로 제작된 완성품을 다양한 플랫폼으로 멀티 포팅하기가 쉽다는 점 때문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Q. 한 언론 기사에서 우리나라 서울이 전 세계 도시 중 유니티 사용률이 가장 높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실제로 그런가?
도시별로 따지면 실제로 그렇다. 전체 사용 인구로 보면 아무래도 미국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가 3위긴 하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의 인구밀도도 높은데다 주요 개발사들이 대부분 서울에 밀집돼 있다 보니 이런 수치가 나온 듯싶다.
 
Q. 우리나라의 사용률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 유니티 본사에서 국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한국 시장이라고 딱 구분하지 않고, 일본, 중국 등과 묶어서 아시아 시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한정된 시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을 제외하고는 2~4위가 전부 아시아권 국가다 보니 아시아권 개발사들의 니즈나 피드백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원래 유니티는 3D에 특화된 엔진이었는데, 유니티로 개발된 콘텐츠들을 보면 오히려 2D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권, 특히 일본 등에서 이러한 경향이 강한데 이런 피드백들이 본사에 전달돼 4.3버전부터는 2D와 관련된 기술 지원들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 하스스톤은 유니티로 제작된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유니티가 이처럼 빠르게 시장을 장악한 것은 어렵지 않은 사용법과 함께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라이선스 비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니티의 라이선스 비용은 단돈 165만 원. 경쟁 게임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언리얼 엔진(주1)이 억 단위의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로 저렴한 비용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도 작년부터는 모바일용 개발 엔진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주1) 언리얼 엔진: 언리얼 엔진이 비싼 것도 3까지의 이야기가 됐다. 올해 초 에픽 게임즈는 언리얼 엔진 4를 공개하면서 무려 19달러에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Q. 작년 5월 유니티의 모바일 라이선스를 무료로 전환했다. 유료일 때와 비교해 사용자 수에 변화가 있었나?
사용자 수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 같은데, 대신 유니티로 개발한 게임들의 상용화 수가 급증했다. 원래 유니티는 프리버전이 있어서 개발 자체에 대한 규제는 없었다. 다만 상용 서비스를 하려면 정식 라이선스가 필요했는데, 이게 무료가 되면서 그 동안 눈치만 보던 게임들이 대거 풀려난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도 모바일 라이선스 무료화 전에는 모바일게임보다 웹게임이 더 많았는데, 무료화 이후 모바일게임 출시가 급증했다.
 
Q. 무료 라이선스라고는 해도 상용화 게임에 대한 제한이 있을 것 같은데?
상용화하는데 까지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연매출 기준으로 1억 원이 넘어가면 유료버전인 유니티 프로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한다. 사실 그 정도 매출을 올렸으면 도리상으로도 라이선스를 구입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무료 버전과 프로 버전의 기능적인 차이가 있나?
무료 버전도 기본적으로 게임을 제작하는데 제약은 없다. 다만 프로 버전을 구매하면 최적화와 관련된 기능들이 제공되기 때문에 게임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개발과 관련된 문의 내용들도 아무래도 무료 버전보다는 프로 사용자들을 우선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있고.
 
Q. 그렇다면, 유니티 프로 버전만 구입하면 모든 플랫폼에서 사용가능한가?
그렇지는 않다. 프로 버전 안에서 또 별도로 iOS나 안드로이드용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한다. 모바일게임을 개발한다고 하면 이 두 OS용 버전까지 포함해 총 500만 원 정도의 라이선스 비용이 소요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에는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서 개발자가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윈도우나 Xbox용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소니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도 마찬가지로 라이선스 비용 없이 개발할 수 있게 됐다.
 
▲ 많은 국산 모바일게임들이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 되거나 개발 중이다. 대표적인 모바일 RPG ‘몬스터길들이기’도 유니티로 개발돼 큰 성공을 거둔 게임 중 하나다.
 
 
1인 개발도 가능케 하는 ‘에셋 스토어’
 
유니티는 가격도 저렴하고 사용하기도 편리해 많은 게임 제작사들이 선호하는 게임 엔진이지만, 여타 게임 엔진들처럼 라이선스 구매를 해도 소스코드를 통째로 제공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제약이 있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게다가 아무리 사용하기 쉽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개발자들에 한정된 이야기고, 초보자가 무턱대고 도전해서 새로운 게임을 뚝딱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유니티가 자랑하는 ‘에셋 스토어(Asset Store)’를 활용하면 이러한 어려움을 보다 쉽게 해소할 수 있다.
 
Q. 유니티에 대한 정보를 보다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에셋 스토어다. 에셋 스토어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에셋 스토어는 게임 제작에 필요한 그래픽 리소스, 음원, 플러그인 등을 사고 파는 일종의 마켓이다. 간단히 말해서 앱스토어를 생각하면 된다. 누구나 에셋 스토어에 관련 자료를 올리고 거래할 수 있는 오픈 마켓이다. 캐릭터 모델링과 같은 하나의 그래픽 리소스부터 완성된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도 무료에서부터 수십만 원을 넘는 것까지 천차만별이다.
 
Q. 에셋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콘텐츠의 양과 거래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되나?
현재 약 15,000개 정도의 리소스들이 등록돼 있다. 매출 규모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한국에서만 약 12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정도로 활발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앱 마켓들과 동일하게 판매자가 70%의 수익을 가져가고 유니티가 30%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인데, 비공식 집계이기는 하지만 매출 순위 3위 안에 드는 판매자들은 월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월 2000만 원 이상 버는 판매자가 있다.
 
Q. 주로 어떤 것들이 에셋 스토어에서 많이 거래되고 있나?
가장 많이 등록되고, 거래되는 것은 그래픽 리소스다. 3D 모델링이 전체 등록된 콘텐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을 소규모, 혹은 혼자서 개발할 경우 기획이나 프로그래밍 등은 혼자서 한다고 해도 보다 그래픽 부분은 혼자서 작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Q. 에셋 스토어에서 구입한 리소스들은 상용화 게임에서도 제약 없이 사용 가능한가?
유니티 안에서 사용될 때는 그렇다. 이 리소스들을 유니티 이외의 다른 게임 엔진에서 사용하는 것은 라이선스 위반이다. 참고로 ‘유니티짱(Unity chan)’이라는, 일본 지사에서 개발한 유니티 캐릭터 모델링도 에셋 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 에셋 스토어는 많은 개발자들이 유니티를 선택하도록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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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짱(ユニティちゃん, Unity-Chan)
유니티짱은 유니티 일본 지사에서 “귀여운 캐릭터가 있어야 프로젝트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취지에서 제작한 캐릭터로, 무려 유니티의 공식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귀엽고 발랄한 소녀형 캐릭터로 설정됐으며, 관련 모델링과 액션, 심지어 성우 음성까지도 에셋 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유니티 사용자라면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상용화 게임에도 활용할 수 있지만, 몇 가지 조건이 존재하기는 한다. 우선 유니티짱이 사용된 게임에는 유니티 라이선스 로고가 삽입되어야 하며, 선정적이거나 음란 콘텐츠 및 정치적 콘텐츠 제작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일본에서는 이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 개발 콘테스트도 열 정도로 유니티를 홍보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반응도 좋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기획을 생각하기는 했었는데, 따라한다는 느낌이 강해서 접었다고 한다. 참고로 ‘오오토리 코하쿠(大鳥こはく)’라는 본명이 따로 있으며, 유니티짱은 애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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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게임 엔진, 유니티
 
유니티 엔진은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해서 꾸준히 진화해 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초기에는 3D에 최적화된 엔진이었지만, 2D에 대한 니즈가 많아지자 2D 지원을 대폭 강화한 것이 좋은 예다. 최근에는 개발자들에게 많은 불평을 받아 왔던 GUI 기능의 개선을 위해 NGUI의 개발자 Michael Lyashenko를 영입해 GUI 개선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Q. NGUI는 유니티 사용자들이 사용해야 할 필수 플러그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어떤 프로그램인가?
유니티의 장점 중 하나가 사용하기 쉬운 툴이라고 강조하고 있긴 한데, GUI 관련해서는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성능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고. 그런데 타샤렌(Tasharen)이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NGUI는 유니티의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GUI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플러그인으로 꼽히고 있다.
 
Q. NGUI 개발자를 영입해 유니티의 GUI 개선 작업을 했다고 했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NGUI의 개발자이자 타샤렌의 CEO이기도 한 Michael Lyashenko를 초빙해 기본 GUI의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원래는 스카웃해서 정식으로 영입할 생각이었지만, NGUI로 버는 수익이 상당하다 보니 그것을 포기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이 때문에 Michael Lyashenko를 GUI 개선 작업에 참여시켜 한 달 정도 함께 개발을 진행했다. 이 결과물은 곧 업데이트 될 4.6 버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Q. 유니티5.0의 베타 버전이 공개됐는데, 정식 버전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지만, 우리 역시 언제라고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어 안타까움을 느낀다. 적절한 시기가 된다면 공개할 것이라는 말 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다만, 유니티5는 지금까지 나왔던 모든 게임 엔진의 정수가 모인 최고의 게임 엔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Q. 유니티5.0는 이전 버전과 비교해 어떤 점들이 발전했나?
베타 버전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겠지만, 그래픽 성능이 크게 향상됐고, 특히 물리 기반 렌더링 퀄리티가 좋아졌다. 게임을 최적화하는 기능도 대폭 추가됐고, 타임라인 프로파일러 라는 기능의 추가로 코드를 한 줄 한 줄 분석하면서 제작물을 디버깅할 수 있게 됐다.
 
Q. 얼마 전 KGC2014에 이어 지스타2014에도 참가를 결정했는데,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성과가 있다면?
사실 게임 개발자를 비롯해 게임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유니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B2C 관에 부스를 차린 것은 유니티를 게임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각인 시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기획이다. 지스타 현장에서는 에셋스토어를 활용해 유니티로 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쉽게 시연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니티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또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smartPC사랑 | 석주원 기자 juwon@ilovepc.charislaurencreat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