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나: 달빛도적단

2016-03-03     stonepillar
▲ BH게임즈 조홍섭 실장 & 웹젠 국내사업실 사업1팀 정임호 팀장
 
얼마 전 웹젠에서 약 3년 만에 신작발표회를 열었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공개된 게임도 예사롭지 않았다. 지금까지 웹젠에서 서비스했던 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웹젠은 그 동안 조금은 코어한 게임을 주로 서비스한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번에 공개한 ‘루나: 달빛도적단’은 그런 이미지를 180도 벗어난 캐주얼한 그래픽의 게임이었다. 그러나 정작 개발사의 조홍섭 실장은 ‘루나: 달빛도적단’은 코어한 MMORPG라고 단언한다.
 


 새롭게 태어난 ‘루나’ 
‘루나: 달빛도적단’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 중 십중팔구는 아마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신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그래픽 퀄리티가 썩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 본래 ‘루나: 달빛도적단’은 2011년 말에 공개됐던 ‘루나 온라인’의 후속작, ‘엘스 온라인’을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이기 때문이다.
 
Q. ‘루나: 달빛도적단’은 ‘엘스 온라인’의 리소스를 재활용한 게임이다. 어떤 계기로 ‘엘스 온라인’과 연을 맺게 됐나?
지금 ‘엘스 온라인’을 검색해보면 한 게임웹진에 남아 있는 영상 딱 하나가 검색이 된다. 당시 그 영상을 봤는데 그래픽 같은 것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함께 일하던 팀원들에게 왜 우리는 이런 걸 못 만드냐고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엘스 온라인’ 개발이 취소되고 개발됐던 리소스가 매물로 나왔더라. 그래서 앞뒤 잴 것 없이 덥석 물었다.
 
Q. 원하는 리소스를 얻었는데,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됐나?
당연히 아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RPG에 ‘엘스 온라인’의 그래픽을 입히면 말랑말랑하면서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막상 시장조사를 해봤더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기존에 어느 정도 완성된 소스를 재활용한다고 해도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는 데에는 적어도 1년 반에서 2년 정도는 걸리기 마련인데, 과연 게임이 출시됐을 때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니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바닥부터 새롭게 논의를 해야 했다.
 
Q. 그렇다면 새롭게 설계된 ‘루나: 달빛도적단’은 어떤 게임인가?
처음 생각했던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개발됐다. 개발 기간이 2년 반 정도 걸렸는데, MMORPG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PVP와 아이템파밍에 중점을 둔 하드코어 게임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뒀다.
 
Q. ‘루나: 달빛도적단’은 겉으로 보기에 캐주얼 게임에 가까운데, 하드코어 게임이 될 수 있을까?
내(조홍섭 실장)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MMORPG는 캐주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겉보기에 귀여운 그래픽이나 가벼운 시스템 등으로 접근성을 높일 수는 있다. 그러나 MMORPG라는 장르의 특성상 게임의 플레이 자체는 하드코어를 벗어날 수 없다. 일반적으로 MMORPG에서 이용자들은 아이템을 파밍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고, 이렇게 성장시킨 캐릭터로 강한 적을 보다 쉽게 상대하거나 다른 이용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게임을 즐기게 된다. 이런 재미에 빠지게 되면 1~2년 동안 하나의 게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는데, 이런 게임을 캐주얼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캐주얼한 하드코어 게임? 
MMORPG는 하드코어하다는 조홍섭 실장. 그렇다면 과연 하드코어한 MMORPG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조홍섭 실장은 그 해답이 사람들을 얼마나 깊숙이 빠트리느냐에 달렸다고 이야기한다.

Q. MMORPG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MMORPG에 한 번 빠진 사람들은 오랜 시간 그 게임을 파게 된다. 이런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게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깊이 있는 게임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게임성이라고 해서 특별히 거창한 무엇인가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령 대규모 집단전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시스템이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캐릭터의 성장과 아이템 파밍은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한 콘텐츠가 된다.

Q. ‘루나: 달빛도적단’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용자들이 파고들 거리를 제공하고 있나?
먼저 아이템 파밍을 들 수 있다. 우리 게임은 캐릭터에게 능력치가 붙어 있지 않다. MMORPG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에서 캐릭터에는 힘, 지능, 체력, 민첩 등의 능력치가 붙어 있기 마련인데, 우리 게임에는 이런 능력치가 장비에 붙어 있다. 무기에는 공격력 이외에 각각의 능력치, 그리고 속성, 슬롯 등 다양한 옵션이 붙게 된다. 이 시스템 덕분에 이용자들은 무한에 가까운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자신에게 최적화 된 아이템들로 캐릭터를 세팅할 수 있다.
 
Q. 캐릭터에 능력치가 없다고 했는데, 그러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능력치만 없을 뿐이지 레벨업을 통해 얻는 이득은 분명히 있다. 일단, 더 좋은 장비를 착용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레벨 업이 필요하다. 또, ‘루나: 달빛도적단’은 착용 장비에 따라 스킬이 달라지는데, 장비와 상관없이 배울 수 있는 캐릭터 전용 스킬들도 있다. 당연히 높은 레벨이 될수록 더 좋은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레벨이 높을수록 이득을 보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게임에서도 캐릭터 레벨은 중요하다.
 
Q. 아이템 강화 시스템은 어떤가?
물론 강화 시스템도 있다. 성공확률이 있지만, 10강까지는 아이템이 부서지거나 하는 패널티가 없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그 이상을 노리는 사람이라면 조금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게임에서 보다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합성이다. 장비 아이템에는 보석을 박을 수 있는 슬롯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하나만 뚫려 있다. 하지만 두 개의 아이템을 합성하면 슬롯이 두 개인 하나의 아이템으로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빈 슬롯이 있는 다른 아이템을 또 합성하면 세 개의 슬롯을 가진 아이템이 만들어진다. 합성을 반복하면 최대 30개의 슬롯까지 뚫을 수 있다. 물론 합성에는 확률도 있고, 실패시 패널티도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30개를 뚫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부에서는 개인 계정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5개까지 뚫은 직원이 있는데, 그 친구도 더 이상은 겁나서 못 하겠다고 하더라. 아마 슬롯 30개짜리 아이템 만들기는 평생을 투자해도 힘들 것이다.
 


 
 
 부족한 타격감? 관점의 차이!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좋은 장비를 착용하는 이유는? 당연히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함이다. 물론, 더 좋은 장비를 얻고,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기 위한 수단 역시 전투다. RPG 장르의 게임에서 전투는 모든 게임 시스템의 중심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전투가 재미없다면 당연히 게임에 대한 흥미도 떨어질 것이다.
 
Q. 게시판의 평가를 보면 타격감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취사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타격감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공격하는 캐릭터의 준비동작부터 공격 궤적, 공격이 명중 했을 때의 리액션, 몬스터의 피격 모션, 그리고 효과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적절히 조합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요소를 모두 적용하다 보면 리소스도 많이 필요로 하고 액션 자체가 묵직해져야 한다. 이는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 ‘루나: 달빛도적단’은 빠르고 경쾌한 액션을 강조한 게임이다. 이런 부분에서 취향에 맞지 않는 이용자라면 부정적인 평가를 줄 것이고, 반면 취향에 맞는 이용자라면 오히려 속도감 있는 전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묵직한 액션과 속도감을 모두 잡으면 좋겠지만, 양쪽 모두를 추구하다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것보다는 한 방향이라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을 선택했다.

Q. 이용자들 사이의 전투, 즉 PvP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 했는데, ‘루나: 별빛도적단’은 어떤 PvP 시스템을 준비 했나?
우리 게임도 다른 MMORPG처럼 PvP 모드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사실 PvP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겉으로 보이는 시스템보다, 그 근간이 되는 무기, 스킬, 상성, 컨트롤의 재미를 어떻게 녹여 내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본 요소가 잘 갖추어져 있다면 어떠한 형태의 모드를 즐겨도 재미가 있고, 반대로 기본적인 것들이 부실하다면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사실상 1차 CBT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Q.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를 상당히 강조하고 있는데, 전투 이외의 즐길만한 콘텐츠는 무엇이 있나?
우리 게임에도 생활형 콘텐츠는 물론 있다. 제작도 할 수 있고 요리도 만들 수 있지만, 이런 콘텐츠들도 결국은 전부 전투로 귀결된다. 제작으로 장비를 만들 수 있고, 요리로 만든 음식들을 먹고 버프를 받을 수 있다. CBT를 즐기는 이용자들을 보면 요리를 아껴 먹는 경향이 있는데, 아낄 필요 없이 계속 먹으면서 사냥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Q. 게임의 모든 것이 전투로 귀결되는 느낌이다.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요즘 ‘갑(甲)질’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게임 서비스에 있어서는 우리가 을이고, 이용자들이 갑이다. 그렇다고 이용자들이 횡포를 부린다는 의미는 아니고, 우리가 이용자들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루나: 달빛도적단’에서 이용자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투가 물론 우리 게임의 핵심 콘텐츠이긴 하지만, 전투가 싫은 이용자라면 생산을 메인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파밍을 좋아하는 이용자는 아이템 파밍에 집중하면 되고, PvP를 좋아하면 난투전에 참가해 기량을 뽐내면 된다. 이 모든 행위는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고, 우리는 이용자들이 선택해 놀 수 있는 장소를 제공 해주는 셈이다.
 


 
 
 잭팟보다 스테디셀러를 목표로 
1월 15일부터 1차 CBT를 시작한 ‘루나: 달빛도적단’은 1차 CBT 치고는 길다고 할 수 있는 9일 동안 테스트를 진행했다. 같은 기간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관심을 받는 게임들이 CBT를 진행하기도 했고, 심지어 장르도 같았기 때문에 원했든 원치 않았든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평가는 어찌 보면 냉혹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이런 평가 속에서 ‘루나: 달빛도적단’이 선택한 전략은 무엇일까?
 
Q. 하필이면 테스트를 시작하는 시점에 다른 게임들이 줄줄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묻히는 감이 있는데, 테스트에 지장은 없었나?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네임밸류를 봤을 때 우리 게임이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작 게임들이 다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함께 묶어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반사 이익도 많이 봤다. 게다가 우리 게임은 처음부터 전체 시장을 아우르겠다는 포부로 개발된 게임이 아니다. 우리 게임과 성향이 맞는 이용자층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다수의 게임들이 시장에 등장하면 시장의 파이가 더욱 커지기 마련이고,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틈새시장의 영역도 더 넓어질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환영하고 있다.
 
Q. CBT를 통해 원했던 성과는 충분히 얻었다고 생각하나?
내부적으로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루나: 달빛도적단’은 원래 15세 이상의 등급을 받았는데, 이번 CBT에서는 보다 심층적인 의견을 받고 싶어서 19세 이상의 이용자들만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게시판을 통해 의견을 남겨 주었는데, 단순히 이벤트를 노린 한줄 평이나 성의 없는 의견이 아니라, 게임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애정 어린 의견들을 많이 남겨 주었다. 이런 의견들을 반영해 OBT때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사실 그 동안 웹젠은 코어한 게임들을 개발하고 서비스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루나: 달빛도적단’은 게임성이야 어쨌든 외형은 캐주얼의 형태를 띄고 있다. 운영상의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렵기는커녕 운영팀이 그 동안 어떻게 참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잘해주고 있다. 그 동안 묵직한 게임들을 서비스하면서 못했던 것들을 우리 게임에서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운영팀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Q. 향후 서비스 일정은 어떻게 되나?
일단, 추가적인 CBT 없이 상반기 중에 바로 OBT를 가는 것이 내부 방침이다. 물론, 1차 CBT때의 반응과 내부의 의견에 따라서 추가적인 테스트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만약 테스트를 해야 한다면 이번과 같은 공개된 방식 보다는 FGT 형태로 할 가능성이 높다.
 
Q. 이제 첫 번째 CBT가 끝났는데, 향후 어떤 목표로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할 계획인가?
우리 게임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서는 부족한 면이 더 부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린 시선으로 게임을 접해 본다면, 분명 취향에 맞는 이용자들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에게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약속드린다. 유행을 타고 한 순간 반짝하는 게임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게 서비스되는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smartPC사랑 | 석주원 기자 juwon@ilovepc.charislaurencreat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