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밤샘, 수정, 수정, 수정... 개발자를 소중히 대해주세요
2016-03-04 정환용기자
지난 2013년, 해외 IT 업체의 개발자 평균 연봉이 공개된 적이 있다. 미국의 직장평가 사이트인 ‘글래스도어’가 추산한 IT 기업들의 개발자 평균 연봉에서,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개발사인 주니퍼 네트웍스가 약 16만 달러(한화 약 1억 7300만 원)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링크드인(1억 4700만 원), 야후(1억 4100만 원), 구글(1억 37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 공개된 25개 기업의 개발자 평균 연봉은 글래스도어 데이터 추산 약 1억 2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신입도 있고 경력자도 있을 것이다. 또한, 개발자들의 가치를 연봉만으로 결정할 수도 없다.
국내 IT 기업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이 반 농담으로 “개발자들의 종착역은 치킨집”이라 말한다. 실제로 IT 기업들이 모여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의 치킨집은 홍보 전단지에 프로그래밍 코드를 실었다는 웃지 못 할 실화도 있다. 해외 유수의 IT 기업에서 “우리 재산”이라며 대우해 주는 개발자들이, 왜 국내에선 맥을 못 추는 걸까?
PC OS는 MS 윈도우, 레드햇 리눅스, 애플 맥OS가 있다. 모바일 OS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양분하고 있고 윈도우 모바일이 추격을 준비하고 있다. PC와 모바일 기기에서 쓰이는 각종 사무용 프로그램이나 유틸리티도 대부분 국내산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개발 중이던 모바일 OS ‘바다’를 포기하고 ‘타이젠’에 좀 더 힘을 쏟기로 했다. 국내 기업 중 플랫폼을 막론하고 OS를 개발하려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삼성전자가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며 마이크로소프트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지난 한 해에만 1조 원대에 달했다.(안드로이드 자체는 오픈소스이지만, MS의 특허가 적용돼 있어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는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MS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하드웨어는 더하다. ‘거대한 시장’을 연일 부르짖던 PC 업계지만, 정작 CPU, VGA, 메인보드 등 핵심 부품에선 삼성(모바일 APU ‘엑시노스’)를 제외하면 국내 개발사는 전무하다. 없어진 것이 아니라, 제조사가 있었던 적조차 없다. ‘엑시노스’도 핵심인 APU 코어는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ARM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RAM과 HDD, SSD에서 조금씩 국산이 보일 뿐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형 모바일 APU 개발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며 5년간 350억 원의 예산(정부 200억 원, 민간 15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역시나’ 기간이 3년으로 줄고 정부 지원 예산은 절반 이하로 깎일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장기 계획이 필수적인 핵심 기술 개발에 대해 기업은 물론 정부에서조차 눈 앞의 성과를 점칠 수 없으니 ‘여느 때처럼’ 슬쩍 말을 바꾼 것이다. 마치 국내 개발자들의 입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해당 분야의 개발자들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속칭 ‘공돌이들을 갈아 넣어야’ 하는 분야다. 그러나 국내 개발자들의 실정은 그저 치킨집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닐 정도로 심각하다. PC·모바일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산업에서도 핵심 기술이나 원천기술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 1위라고 떠드는 조선업도 그 핵심이 되는 부분의 설계도는 프랑스 등 해외에서 수천억 원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사 오는 것이 현실이다. 전후 반백년 만에 빠른 성장으로 현재에 이르렀지만, 산업의 근간이자 핵심인 원천기술 개발에선 왜 맥을 못 추는 걸까?
사전에 가볍게 짚고 넘어갈 것들
하드웨어(Hardware)
단어 그대로 표현하면 ‘단단한 물건’이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기기’라 부르는 대부분의 IT 제품들을 통칭해 하드웨어라 부른다. 컴퓨터를 예로 들어 PC 시스템을 구성하는 CPU, VGA부터 기자가 워드프로세서에 신나게 글자들을 입력하는 키보드까지를 가리킨다. 쉽게 말해 ‘눈에 보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제품과 부품은 모두 하드웨어로 보면 된다.
소프트웨어(Software)
하드웨어와 상반되는 ‘부드러운’ 이것은 하드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PC 분야에서는 관리를 담당하는 시스템 프로그램과 운영, 문제 해결, 확장 등 시스템 이외의 모든 형태를 운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보자면 그 자체가 하드웨어이고, 전원을 켜면 볼 수 있는 OS와 각종 앱은 모두 소프트웨어다.
원천기술(Original Technology)
원천기술이란 단어 자체만으로 해석하면 근원이 되는 기술이다. 이 말인즉슨 어떤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 기술을 원천기술이라 보는 것인데, 명확하게 따지면 설명이 부족하다. 원천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특허법에서는 비슷한 의미의 ‘발명’을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 자세히 찾아보니, 몇 문장으로 사전적인 의미를 정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중국과 대만의 기업에 원천기술을 빼앗기는 피해를 입은 TFT-LCD 제조업체 하이니스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FFS(Fringe Field Switch) 기술로, LCD 패널을 만들 때 움직이는 전극을 수평으로 배열해 화면을 터치해도 잔상이 남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기업이 이 기술을 이용해 LCD 디스플레이를 만들려면, 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니스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흔히 알고 있는 ‘특허권’을 연상시키면 개념이 대강 잡힐 것이다.
‘공돌이’는 위대하다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꺼져 있던 PC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잠자던 모니터도 입력 신호를 인식해 기지개를 켜고, 키보드와 마우스도 번뜩 정신을 차리고 일할 준비를 한다. CPU는 늘 하던 대로 하드웨어 이곳저곳을 빠르게 점검한 뒤 OS를 실행해 첫 화면을 모니터에 띄운다. OS는 눈을 뜨자마자 사용자가 지정해 둔 웹브라우저와 메신저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실행한다.
처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면 따로 모니터를 켜고 끄지 않아도 절전 기능이 갖춰진 모니터는 자동으로 켜지고 꺼진다. PC를 끌 때도 일반적으로 키보드의 윈도우 키, 오른쪽 방향키, 엔터키를 차례로 누르면 된다. 시스템이 종료되면 키보드와 마우스는 알아서 잠들고, 모니터도 잠시 기다리면 절전 모드로 들어간다. 열심히 일하던 쿨링팬이 천천히 동작을 멈추면, PC는 켜지기 전과 같은 상태로 다시 사용자가 전원 버튼을 누르길 기다린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컴퓨터를 켜고 끄는 동작은, 알고 보면 모두 정해진 ‘약속’(protocol)에 의한 것이다.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키보드의 esc 키를 눌렀을 때는 어떤 반응이 오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를 개발한 사람들의 몫이다. 전원 버튼처럼 기대 동작이 뻔한 것도 있고, 기계식 키보드의 펑션 키처럼 제각각 다른 기능을 하는 것 또한 조작에 대한 효과를 만드는 것 모두가 개발자들이 만든 것이라고 보면 된다.
작은 계산기부터 기상청의 슈퍼컴퓨터까지 모든 정보화 기기들은 ‘공학’(Engineering)의 산실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공연히 나도는 공학자들을 향한 경외 섞인 농담 ‘공돌이를 갈아 만든’ 기기들이 현재 IT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편안히 키보드를 두들기며 밤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데니스 리치부터 세르게이 브린까지, 컴퓨터로 범위를 한정지어도 충분히 위대한 개발자들 덕분이다.
단순히 ‘엔지니어’라고만은 부를 수 없는 세부 항목들이 있지만, 우리가 굳이 ‘왜 자연과학과 공학은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가’에 대해 답 없는 토론을 펼칠 필요는 없다. 고등교육과정부터 익숙하게 나눠지는 기준으로, 학문에는 ‘문’과 ‘이’, 그리고 ‘예’가 있다. 과학과 공학의 만남에 수학까지 가세하면, 우리는 석탄을 태워 수백 톤의 기차를 움직일 수도 있고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게 화끈한 화보 사진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인천에서 LA까지의 거리는 18세기에는 무한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한나절로 줄었다.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검색하는 것부터 LA공항에 내려 출구의 자동문을 나설 때까지, 우리는 공학 위에, 공학 덕에 살고 있다.
개발을 위한 개발, Upper Development
하나의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개발자’다.(정식 명칭은 ‘Developer’이지만, 본 기사에선 기술자(Engineer)의 의미도 포함해 공학 발전에 일조하는 전문가의 의미로 폭넓게 사용하겠다) 기계 위에 그 기계를 만드는 기계(마더 머신)가 있는 것처럼,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그 위에는 개발자들이 있다. PC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게임 엔진을 사용해야 하고, 게임 엔진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으며, 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언어(C)도 있다. C언어의 창시자 데니스 리치(위, Dennis MacAlistair Ritchie, 1941. 9. 9. ~ 2011. 10. 12.)는 엄연히 따지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아버지라 할 수 있다. 가장 단순한 설명으로,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컴퓨터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 공작기계(Machine Tools)
영국의 기술자 H.모즐리가 만든 나사 절삭 선반, E.C.윌킨슨이 만든 보링 머신, J.네이스미스의 전기 해머 등 18세기 산업혁명 시절 수많은 공작기계들이 개발됐다. 이는 기계를 만들기 위한 기계로, 기계의 어머니라 하여 ‘마더 머신’(Mother Machine)로 불리기도 한다. 이외에도 수많은 공작기계들이 이 시기에 만들어졌고, 산업혁명의 상징과 같은 증기기관의 실린더, 엔진 등의 부품들이 이 기계들로 제작됐다. 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공작기계의 성능 향상이 이뤄지고, 컴퓨터의 발달로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됐다. 2차대전 이후 재료를 제품으로 완성하는 하나의 기계 ‘트랜스퍼 머신’(Transfer Machine)의 탄생으로 오토메이션의 시대가 도래했고, 여기에 전자공학이 발달하며 공작기계에 수치제어(Numerical Control)가 적용돼 제작 과정이 더욱 세밀해졌다. 인텔이 14nm 굵기의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기계의 발달 때문이라고 보면, 기계, 전기, 전자 등이 집결된 공학 분야가 얼마나 대단한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개발자의 종착지, 치킨집?
산업의 근간이 되는 공학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 얘기다. 최근 IDC는 ‘2014~2018 한국 제조 IT서비스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4년의 국내 제조 IT서비스 시장은 전년 대비 3.0% 성장해, 전년의 3.5% 대비 다소 둔화됐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는 모바일 환경의 확대와 사물인터넷 기반의 제조 산업 지능화 등을 바탕으로 약 3.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체 IT서비스 시장의 평균 수준의 성장세를 올해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앞서 언급한 ‘원천기술’에 대한 것인데, 사실 원천기술을 설명하기엔 그 범위가 너무 넓고 기자의 지식도 많이 부족하다. 원천기술을 최대한 간단하게 정의하면 특허와 비슷한 개념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삼성전자에 지적재산권 관련 로열티 소송을 걸었다. MS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일부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삼성전자와 계약했고, 삼성전자는 관련 특허에 대해 MS에 수년간 로열티를 지불해 왔다. 어떤 기술에 대해 이를 사용하길 원하는 기업은 해당 기술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 또는 기업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원천기술은 바로 이 특허와 비슷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제품이나 프로그램의 제작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기술’을 원천기술의 일반적인 정의로 볼 수 있다.
개발자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기획기사에서 이 단어를 언급한 이유는,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어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선 이를 ‘개발’해야 하는 필수 과정이 있고, 그 중심에 개발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의미로 보면 완제품이 나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관련 기술이나 기계 뿐 아니라 이를 다루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 또한 필수라는 뜻이다. 단순히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나 자본만으론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오지 않는다. 기획부터 시작해서 조사, 구성, 개발, 디자인, 수정, 검수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럼에도 시장에 선보였을 때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모든 과정에 치밀한 계획이 필수고, 특히 원하는 그림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개발자의 역할은 급격히 상승한다.
그런 개발자들의 처우가 국내에선 찬밥 신세다. 정확히 말하면 홀대한다기보다는 그들의 업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봐야 옳은 듯하다. 몇 년 전 우연히 알게 된 친구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게임회사에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라는 친구와 가끔 술잔을 기울이는데, 일에 대해 물으면 으레 돌아오는 답이 “힘들다”로 끝나기 일쑤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직업인데다가, 열을 잘 해도 하나만 실수하면 곧바로 날아오는 유저들과 팀장의 질타, 그리고 기약 없는 야근에 박봉까지. 지난해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연봉 동결을 알려온 회사에 투정을 부렸더니 곧장 “싫으면 나가라”는 고함이 돌아왔다고 한다. 입사 후에 유니티와 C언어를 비롯해 자바, HTML5 등 새로 공부해야 하는 언어와 플랫폼이 계속 늘고 있어 공부하기도 벅차단다. 관련 책자도 워낙 비싼 편이어서 기자의 사무실에 있는 책 중 볼만한 몇 권을 빌려주기도 했다. 개발 툴과 언어, 플랫폼은 계속 늘고 개발자는 하염없이 하라는 대로 따라가야만 한다는 친구의 하소연이 무겁게 들린다.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하는 일과, 그 기술을 끊임없이 새로 배워야 하는 일의 강도는 꽤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게임 개발자들이 스마트폰 초창기에 큰 고생을 하기도 했고, 지금도 크기와 하드웨어가 제각각인 플랫폼에 끼워맞추는 퍼즐 같은 일을 끝없이 하고 있다고 한다. ‘개발자들의 끝은 치킨집 개업’이란 농담이 있을 정도로 IT 업계의 역군들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하드웨어 쪽도 마찬가지다. 가끔 택시를 타면 다른 일을 하다가 택시기사로 직종을 바꾼 경우가 많다. 얼마 전 거나하게 술에 취해 집에 가는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한 공단의 자동차 부품 공장의 연구소에서 20년간 일했다고 한다. 어떤 분야든 10년을 꾸준히 하면 전문가가 되는데, 20년이면 준 장인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그런데 경영 악화를 이유로 사측에서 권고사직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유는 부하직원들에 노조 가입 권유(일 것으로 예상하신다며 쓴웃음을 지으셨다.) 기업을 운영하는 오너들에게 20년 근속의 의미는 숙련도가 아니라 고액의 인건비인 것 같다는 기사님의 말에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시작이 반’이란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기자도 마찬가지로, ‘시작이면 말 그대로 그냥 시작이지 반은 무슨’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이 말이 일리가 있는 경우가 있다. 개발자들의 업무를 여기 대입하면 말 그대로 ‘시작이 반’이 맞다. 그들이 코딩을 시작해야 비로소 제작 과정이 본격화되니까.
그런데 국내 IT 산업의 대부분은 질보다 양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굴지의 대기업이라는 삼성전자의 간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4도 APU는 퀄컴, OS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한다. 자체 APU인 엑시노스 시리즈도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퀄컴 칩이 삽입된다. 자체 OS를 만드는 시도도 최근 실패로 돌아갔고, 하드웨어도 자체 제작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핵심 기술의 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성패 여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시도하지 못 하는 것이다.
의지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개발자 환경이 척박하다고는 하나 세계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도 생각보다 많다. 오히려 거대자본을 운용하는 기업이 새로운 길을 닦는 것에 인색하다. 오너의 입장에선 적은 투자로 많은 이윤을 내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데, 성공할지 확신이 없는 신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두려운 듯하다. IT업계를 바라보는 그들의 의식이 전환되지 않으면, 새롭고 편리한 신기술들이 속속 등장해도 우리는 막대한 로열티와 함께 동경의 시선이나 바치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smartPC사랑 | 정환용 기자 maddenflower@ilovepc.charislaurencreat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