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고이 꼬아 나빌레라 - 트위스트 케이블을 장착한 이어폰 열전
2016-04-06 우민지
추수 후의 볏짚으로 새끼를 엮어 놓은 것처럼 꼬여 있는 이어폰 케이블을 어디선가 본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르기는 하지만(케이블이 일반적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엉켜있는 것처럼 보여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내구성이 일반 케이블보다 강해 많이들 선호한다. 무슨 연유로 이어폰 케이블을 이리 꽈 놨는지 한 번 살펴보자.
내구성 - 단선을 줄이기 위한 꼬임
이어폰이 고장 나는 원인 대부분은 ‘단선’에 의한 고장이라 할 수 있다. 매달 smartPC사랑으로 날아드는 엽서들 가운데 이어폰 관련 문의 중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질문이 ‘단선이 잘 안 되는 이어폰’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인류 보편의 진리를 나지막이 되뇌어 보지만, 제품의 가격이 단선문제와 반드시 비례하진 않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잘 끊어지지 않는 배배꼬인 녀석들을 추천해보고자 기획했다. 이어폰의 여러 부분 가운데에서도 단선이 가장 쉽게 발생하는 부분은 단연 플러그부분이다. 케이블을 플러그 부분과 연결하기 위해선 납땜이 필요한데, 당김 등에 의해 이 납땜한 부분이 분리되면 케이블을 무엇을 썼든 간에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다. 줄이 당겨지면 완충 없이 그대로 모든 충격을 흡수하게 되는 I자형 플러그보다 그 충격이 약간이나마 완화되는 L자형 플러그가 단선에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단선이 많이 발생하는 부분은 Y자 부분이다. 일반적인 보급형 이어폰들은 플러그에서 Y자로 갈라지는 부분까지 3심(Left, Right, Ground)을 사용하다가 Y자 부분에서 좌우 신호선과 접지선 두 줄씩(Y자에서 4심으로 나뉨)을 이어 붙인다. 이 부분에서도 당김에 의한 단선이 자주 발생한다. Y자부분에서의 단선이 잘 발생하지 않는 제품을 고르는 법은 Y자부분이 두껍고 단단하게 마감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고, 플러그 부분에서부터 4심선을 사용하는 케이블을 장착한 이어폰을 선택하는 것이 다른 한 가지 방법이다. 후자의 경우는 보통 고가의 커스텀 이어폰 케이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처음부터 그라운드(접지)선을 두 개를 사용한 4심선이기 때문에 Y자부분에서 이어 붙일 필요 없이 레프트+그라운드 선과 라이트+그라운드 선으로 나눠 주기만 하면 된다. 이번 소개할 UE900S도 이러한 방식의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단선이 적은 제품을 구매하길 원한다면 케이블의 재질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PVC로 마감한 케이블 보다 방탄피복 재질(TPE, 케이블러)을 사용한 이어폰이 단선의 위험이 적다. 또 꼬아서 만든 트위스터 방식의 케이블도 당김이 발생할 때 여러 곳으로 힘이 분산되기 때문에 단선이 발생할 확률이 적다.
음질 - 노이즈 없는 원음을 위한 꼬임
왜 이리도 케이블을 얽어 놓았을까? 꼬인 케이블이 주는 음향적인 효과는과연 무엇일까? 트위스트 케이블은 터치 노이즈나 화이트 노이즈 등 각종노이즈가 사운드에 섞이는 것을 차단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케이블을 꼬아 놓은 것은 노이즈를 제거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줄까? 어떠한 원리에 의해 노이즈가 제거되는 것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차동입출력을 이용한 동상신호 제거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노이즈가 상쇄돼 잡음 없는 깨끗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천천히 설명해 보겠다. 트위스트 케이블을 이용해 전달하고자 하는 본래의 음악, 신호 A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A라는 신호를 두 신호 선에 흘려 보낼 때 차동신호로 보낸다. A의 차동신호는 A=-(-A)이기 때문에 ‘-A’가 된다. 즉 신호선 한 쪽엔 ‘+A’로 다른 한쪽엔 방향이 다른 ‘-A’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 때 케이블에 원치 않는 신호인 노이즈가 유입됐다(고 가정하자). 두가닥의 꼬여있는 케이블에 노이즈가 유입되면 이 노이즈는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인해 두 선에 똑같이 전해져 동상신호가 된다. 노이즈를 ‘N’이라 때 동일한 노이즈가 유입된 두 신호선에는 ‘+A+N’과 ‘-A+N’ 신호가 존재한다. 그리고 수신단에서 차동신호만을 취할 경우 동상신호는 제거가 된다.(A+N)-(-A+N)=2A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동상신호인 노이즈가 상쇄되기 때문에 우리는 본래 들으려고 했던 신호만을 들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짚어 설명하자면, 두 신호선을 꼬아놓으면 유입되는 노이즈가 두 선 전기장 또는 자기장의 결합에 의해 동일하게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종래에는 상쇄되는 것이다.
트위스트 케이블을 사용하는 좋은 이어폰들이 많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직접 공수가 가능했던 제품들을 엄선해 소개한다.
10만원 이하 티피오스, 바게트 이어폰
트위스트 케이블을 사용하면서도 39,800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을 갖춘 티피오스의 바게트이다. 전작의 보급형 이어폰에서 발생하던 플랫케이블 특유의 microphonics(기계적 진동으로 일어나는 전기 신호에 의한 잡음)을 개선 해 제작단가가 상당히 높지만 터치노이즈의 발생이 적은 트위스트 케이블을 채용했다. 바게트라는 이름이 다소 인상적인데,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바게트와 같이, 하우징은 메탈하우징으로 단단하지만 유닛이 내는 사운드는 부드러운 고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름 지었졌다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독특한 이름으로 소비자들에게 한층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게트의 케이블은 트위스트 된 전선이 적나라하게 보이진 않는다. 꼬여 있는 케이블을 다시 한 번 TPE 재질로 감싸, 일정하게 울퉁불퉁한 표면만이 안의 케이블이 꼬여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래서 겉면의 TPE 피복을 벗겨 보았다. Y자로 갈라지기 전의 두꺼운 케이블 부분을 자르자 따로따로 피복 처리돼 섬세하게 꼬인세 가닥의 케이블이 보인다. 유닛에 가까운 얇은 케이블 부분은 역시 각각 피복처리 된 두 가닥의 케이블이 촘촘히 꼬여있었다. 사진의 케이블은 일부러 그 꼬임을 풀어본 것이다.
▲ 트위스트 케이블이 사용된 부분은 Y자로 갈라지는 부분에서부터 유닛 연결 부분까지이다. 아랫부분도 트위스트 돼 있을 수 있지만 차마 ER-4PT를 티피오스의 바게트처럼 잘라 볼 수는 없었다. 공식 수입원인 사운드 캣이 밝힌 소비자가는 399,000원이지만, 사운드 캣 공식 쇼핑몰에서 330,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30만 원대 에티모틱, ER-4 PT
‘얄포’라는 별명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에티모틱의 ER-4이다. 플랫하고 선명한 음색을 가진 이어폰으로 최고의 이어폰 중 하나이지만, 함부로 추천하기도 어려운 제품이기도 하다. ER-4 시리즈는 장착하는 팁과 착용 깊이 변화에 따른 음색변화가 있다. 그래프 특성을 확인하는 것보다 직접 청음샵에가서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ER-4 시리즈에는 뒤에 알파벳이 붙는다. 그 가운데 P와 S는 임피던스에 차이가 있다. ER-4 P보다 ER-4 S가 임피던스가 더 높고, 고음이 더 많은 소리를 낸다. ER-4 B는 바이노럴의 B이다. 바이노럴이란 머리 모양을 한 모형의 양쪽 귀에 마이크를 설치하고 녹음하는 방법으로, 콘서트 장소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나 차안에서의 대화 등, 복잡한 음의 재생을 리얼하게 녹음할 때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바이노럴은 고음역대가 적게 녹음되기 때문에 고음이 더 높게 튜닝 돼있다. ER-4 B의 고음의 양이 세 모델 가운데 가장 많고, ER-4 B의 임피던스는 ER-4 S와 같다.
이번에 공수한 제품은 ER-4PT로 ER-4 P와 모든 음악적 특성이 일치한다. 다만 ER-4 P에는 없는 여행용 어댑터가 추가적으로 구성돼있고 ER-4 P를 ER-4S로 변환해줄 어댑터가 포함돼있다.
▲ UE900S의 공식 소비자 가격은 50만 원대이지만 온라인몰 등에서 39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50만 원대 로지텍, UE900S
전작인 UE900의 커넥터부분과 드라이버 배치, 그리고 내부구조를 새롭게 바꾼 UE900S이다. 내부구조가 바뀐만큼 전작과는 소리에서도 차이가 난다. BA드라이버 4개가 배치돼있으며 3개의 크로스오버 필터가 장착돼있어 노트를 놓치지 않고 원음 그대로를 전달한다. UE900S는 UE900에서 느낄 수 없었던 풍부한 베이스와 선명한 고음을 선사한다.
UE900S는 MMCX타입의 트위스트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는데 케이블에 장착된 이어루프가 전작에 비해 좀 더 쫀쫀하게 개선됐다고 한다. UE 시그니처 컬러의 블루 케이블이 기본으로 장착돼있고, 여기에 심플한 블랙컬러의 트위스트 케이블을 구성으로 포함하고 있다. 로지텍의 UE시리즈는 공식 소비자 가격과 실제 시장가격의 차이가 좀 큰 편이다.
그 외의 트위스트 케이블 이어폰
이번 기획에서 다루진 못했지만 가장 유명한 트위스트 케이블을 가진 업체 중 하나가 바로 WESTON LABS다. 업그레이드 된 EPIC 케이블을 사용하는데, 초 저저항 장력 철사와 아라미드 섬유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내구성과 음향적 투명도, 그리고 기계적인 케이블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케이블이 꼬여져 있다. 이 케이블은 탈착식으로 음악감상용 W 시리즈 유닛에 장착 할 수 있다.
Smart PC사랑 | 우민지 기자 woominge@ilovepc.charislaurencreat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