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의 PC 조립은, 지금과는 다른 세계였다. 인텔과 엔비디아, AMD와 ATi의 조합은 당연한 듯 여겨졌고, CPU와 VGA의 조합에 따라 메인보드도 호환성이 좋은 것으로 골라야 했다. PC 조립업체들이 ‘호환성’을 부르짖던 이유였다. 점차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며 호환성에 대한 고민은 거의 사라진 현재, 우리는 새 PC 조립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동안 집에서 게임을 즐기지 못했던 기자의 PC 속 제온 프로세서가 주인을 비웃고 있는 현재, 용도 대비 가격 및 성능 맞춤 CPU를 찾아보자.
정장에 고무신은 하이패션이 아니다
짚신도 짝이 있는데, CPU에 제대로 된 짝꿍을 붙여 주는 건 당연지사. 기자처럼 다수의 SATA3 포트의 필요성 때문에 제온 프로세서에 Z97 칩셋 메인보드를 조합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오버클럭을 안 한다 해서 고성능 메인보드가 필요 없는 건 아니지만, 가능하면 청바지에 러닝화, 수트에 구두를 매치해 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i7-4790K와 같은 고성능 프로세서에 B85M 칩셋의 보급형 메인보드를 조합하는 것은 되도록 지양하고, 프로세서가 고성능이라면 메인보드와 VGA도 가급적 같은 등급의 제품으로 맞추는 것이 좋은 조합이라 볼 수 있다.
곧 선보일 스카이레이크를 기다릴까?
지금 시점에서 PC 업그레이드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인텔의 차세대 프로세서, 코드명 ‘스카이레이크’의 출시다. 2015 IDF에서 인텔의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언급한 대로 14nm 공정의 6세대 프로세서 스카이레이크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가격은 물론이고 정확한 시기가 공개되지 않아 그 날짜가 7월일지 12월일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함께 공개된 2-in-1 PC용 ‘브라스웰’과는 별개로, 데스크톱용 차세대 프로세서의 출시가 임박한 시점에서 현 세대 프로세서로의 업그레이드가 망설여지는 건 당연하다. 새 프로세서가 출시되며 차세대 RAM 플랫폼인 DDR4의 보급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기에 망설임은 더하다.
이 시점에서 굳이 ‘중요한 건 현재’라며 업그레이드를 종용할 순 없다. 다만 새 제품의 출시 초기에 형성될 가격대는 지금까지의 추세대로라면 안정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고, 제한된 예산에서 PC 구매를 준비하는 시기는 출시 시기보다 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보편적인 분석이다. 때문에 약간의 예산을 더 들여 얼리어댑터가 될 것인지, 성능이 입증된 현재의 제품으로 앞날을 준비할 것인지는 온전히 구매자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액셀, 워드가 제일 재미있다면
하스웰 리프레시 i3-4160
기자의 20대는 PC 사용에 나름의 철학 비슷한 걸 가지고 있었다. 집에선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첫 번째였고, 이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알기 전까지 참으로 잘 지켜오던 기자의 덕목이었다. 사실 평범한 회사원이 업무에 사용하는 PC는 별도로 VGA도 없어도 된다. 사무실 PC에서 가장 많이 구동하는 프로그램이 MS 오피스일 정도니 말 다 했다.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하며 온갖 화려한 효과와 영상을 버무려도, i3-4160은 웬만한 사무 작업에서 밀리지 않을 성능을 갖췄다. 비록 코어는 두 개지만 4개의 가상 스레드가 3.6GHz로 동작하니, 단일 코어 성능은 i7급 못지않다. 게다가 i3-4160 기반으로 업무용으로 충분한 성능의 본체를 맞춰도 40만 원을 넘지 않으니 경제적이기도 하다. 13만 원대.
못 다 본 예능, 내가 만들어 보자
하스웰 리프레시 i5-4690
저녁이나 주말에 놀 시간도 부족한 청년들. 그래도 예능이나 시사 프로그램은 챙겨봐야 한다. 재방송 볼 시간도 맞추기 어렵거나 매달 내는 IPTV 수신료가 부담된다면, 아예 직접 자신만의 릴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내가 보는 영상은 내가 만든다’는 자부심(에 약간 더해진 정신적 포만감)으로 TV수신카드를 장착하고, 원하는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녹화해 보고 싶을 때 보는 것이다. 1분당 100MB가 넘는 TS 포맷의 영상들은 되도록 720P 정도 화질로 인코딩해 보관하자. i5-4690의 3.5GHz 동작 속도라면 다수의 영상 인코딩도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4개의 코어가 역할 분담하면 고화질 영상을 앞/뒤를 남발하며 확인해도 충분히 당신을 도와 줄 수 있다. 25만 원대.
집에서도 내 할 일은 렌더링 뿐
제온 E3-1231V3
물건은 오로지 그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CPU를 고를 때도 내장그래픽을 신뢰하지 않기 마련이다. 굳이 성능 좋은 그래픽카드를 두고 작은 CPU 속에 집어넣은 GPU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겠지. 서버용으로 주로 사용되다가 최근들어 고성능 PC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제온 시리즈가 인기를 시나브로 모으고 있다. 하스웰 리프레시 라인업의 데스크톱 CPU E3-1231V3는 내장 그래픽을 배제한 프로세서로, 4개의 코어가 최대 3.8GHz로 동작한다. 아직도 제온 프로세서의 홍보문구에는 ‘서버|워크스테이션’이란 문구가 붙어 있지만, 최근엔 외장 VGA를 장착하는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프로세서이기도 하다. 기자도 지난해 장만한 새 PC의 수장으로 E3-1230V3를 앉힌 바 있다. 약 8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의 사용 경험은, 알파벳 ‘b’로 대신 표현하겠다. 30만 원대.
영상도, 게임도, 포토샵도
데빌스캐년 i7-4790K
어딜 가나 욕심쟁이는 있기 마련. 평소 PC로 하는 일이 영화 감상 1/4, 게임 1/4, 웹서핑 1/4, 그리고 약간의 업무 관련 작업 1/4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하려다 보니 보급형 i3 프로세서는 좀 아쉽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i5 프로세서도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엔 2% 부족하다. 어차피 자신의 PC 사용 성향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 테니, PC 구성에서 CPU에 좀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 것이다. i7-4790K 데빌스캐년 프로세서는 최대 동작 속도 4.4GHz로 상당히 빠르다. 그러나 절대값인 가격대는 좀 높은 편에 속하고, 오버클럭을 위해선 별도로 쿨러가 필요하기에 추가 비용도 필요하다. 많은 하드코어 유저들에 의해 오버클럭 수율이 입증된 만큼, 과감한 투자로 모든 용도에서 만족할 수 있는 성능으로 끌어올릴 여지는 충분한 제품이다. 39만 원대.
언제적 FHD더냐, 나는 4K로 간다
하이엔드 데스크톱 i7-5820K
슬슬 6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4K 모니터가 하나둘씩 선보이고 있다. 기자가 최근 구입한 40인치 UHD 모니터도 성능 대비 가격이 반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해졌다. 이미 예전부터 게임들은 3840X2160 해상도를 지원했다. 다수의 모니터를 연결해 전투기 콕핏과 같은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제대로 지원하려면 VGA도 좋아야 하지만, 제대로 된 결과값을 제 때 계산해내는 CPU도 중요하다. 2011-V3 칩셋의 5820K는 이름에 이미 ‘하이엔드’를 붙이고 나올 만큼 고성능 마니아들에게 매력적인 프로세서다. 6개의 코어가 각 3.3GHz로 동작하고, 필요할 땐 3.6GHz까지 빨라진다. 아직 보편적이지 않은 DDR4 RAM을 지원하는데, 용량 대비 가격이 아직 많이 비싼 편이다. 설계전력도 140W 수준으로, 여기에 걸맞는 고성능 VGA까지 조합하려면 파워서플라이의 정격용량이 적어도 600W 이상이어야 한다. 45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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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대부분의 독자들의 경제사정이나 필요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쓸데없이 눈만 높이는 꼴...
사무용에 i3라니...
i3면 일반적인 가정에서 하는 게임용으로도 훌륭합니다.
사무용은 팬티엄 G시리즈로도 차고 넘칩니다.
제발 현실에 부합하는 추천 기사를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