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불량 PC 판치는 인터넷 오픈마켓 - 재생 하드디스크, 막장 부품, 불법 유통 문제 심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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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불량 PC 판치는 인터넷 오픈마켓 - 재생 하드디스크, 막장 부품, 불법 유통 문제 심각해
PC사랑
승인 2008.02.1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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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PC에서 나온 재생 하드디스크 이 회사가 파는 재생 하드디스크는 250GB짜리(버퍼 8MB/SATA)가 5만1천 원으로 동급의 신품보다 1만 원 정도 싸다. 160GB는 4만6천 원으로 신품보다 5천 원 정도 저렴했다. 재생이지만 값이 10~20% 싸고, 1년 애프터서비스까지 한다면 나름대로 경쟁력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생 하드디스크임을 뜻하는 recertified란 글자를 품질보증 스티커로 살짝 가려놓아 하드웨어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는 이 제품이 신품인지 재생인지 알 수 없게 해 놓았다. 더 큰 문제는 제품에 대한 설명은커녕 이름도 정확히 알리지 않고 이를 이용해 PC를 만들어 파는 업체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PC를 보내온 독자도 이를 문제 삼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PC가 이런 정체불명의 부품으로 만든 PC였다니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독자가 보내온 PC를 꼼꼼하게 뜯어보니 품질이 형편없는 부품이 한 둘이 아니었다. 원가를 낮추려고 품질이 떨어지는 부품을 거리낌 없이 썼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CPU부터 문제다. AS 기간을 PC 제조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트레이 제품이다. 트레이 CPU에는 정식 수입사가 들여온 OEM CPU와 병행 수입사가 수입한 그레이 CPU가 있다. 하지만 둘 다 AS 기간은 엿장수 마음이어서 유통사가 재량껏 기간을 정할 수 있다. 보통 1년을 두고 있지만 PC 제조사가 없어지거나 회사 이름을 바꾸면 어디에도 하소연하지 못한다. 인텔이 정식 수입사가 파는 OEM CPU를 정품으로 인정하긴 했지만 AS에 관해서는 직접 책임지지 않는다. 소비자가 정당한 권리인 3년 보증기간을 요구할 수 있는 제품은 정식유통사가 파는 상자에 담긴 정품뿐이다. 값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파워서플라이는 더 가관이다. 정격 400W라고 표기해 놓았지만 내부 회로를 보니 도저히 400W를 안정적으로 출력할 수 있으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부품 조립 상태도 엉망이었다. 용량과 규격 표시조차 없는 정류 콘덴서는 과연 이 파워서플라이가 작동이나 할 수는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다. 더욱 가관은 PC는 물론 PC 주변기기 등의 정보기기라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전자파적합등록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자파적합 등록은 의무사항으로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처벌을 받는다. 전자파적합등록 대상 제품에는 인증마크와 인증번호, 인증 받은 업체 이름 등을 반드시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의 PC에 달린 파워서플라이에는 인증마크만 있을 뿐 인증번호는 물론이고 인증받은 업체의 상호와 모델명조차 적혀 있지 않았다. 전자파 인증을 거치지 않는 전자기기가 일으키는 전자파는 다른 기기에 영향을 미치거나 오작동의 위험이 있다. 또한 전자파가 우리 몸에 미치는 유해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전자파 인증 무시한 불법 부품 혹시나 인증을 받았지만 제품에는 표기를 하지 않은 것인지 알아보려고 제품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업체의 답변이 가관이다.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로“저가형 제품은 수익 문제때문에 대부분 전자파 인증을 받지 않는 게 보통”이라며“우리 같은 작은 업체는 대부분 인증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전자파인증은 다른 품질인증과 달리 제품이 안전한지 그렇지 못한지 확인하는 기초검사다. 이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어떤 위험을 안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과 다름없다. 파워서플라이는 전기장치인 만큼 합선이나 과열 등으로 화재나 감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파워서플라이 유통업체 컴퓨마트의 이시영 과장은“전자파 인증은 당연히 기본으로 받아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다가 적발되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하면서“법률을 떠나 위험을 안고 있는 제품을 판다는 것은 업자의 양심 문제지만 저가 파워서플라이를 공급하는 업체 중 상당수가 인증을 거치지 않은 제품을 팔고 있다는 사실은 용산에서는 비밀도 아니다”고 귀뜸했다. 저가 파워서플라이는 개당 마진이 500원에서 1천 원에 지나지 않아 인증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게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본 인증 검사조차 받지 않은 파워서플라이가 안고 있는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출력이 불안정해 메인보드나 하드디스크 등의 부품을 망가뜨릴 수도 있고, 화재나 감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저가형 파워서플라이가 합선을 일으켜 PC의 다른 부품까지 망가졌다는 경험담은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또한 전기를 정류하고 변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기준치 이상으로 높아서 이용자의 건강을 서서히 망가뜨릴 수도 있다. 불법 파워서플라이를 유통하는 업체도 문제지만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이것으로 PC를 만들어 파는 업체는 한 술 더 떴다. 해당 PC 판매 업체에 환불을 요구하자“PC를 만들다 보면 상황에 따라 다양한 부품을 수급해 쓸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생 하드디스크나 인증을 못 받은 파워서플라이가 들어갈 수도 있다”면서 “오픈마켓의 제품 설명에도 사정에 따라 동급 제품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적어 놓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보증기간 안에 문제가 생기면 수리나 교환을 해 줄 수는 있지만 부품의 품질 문제는 교환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팔리는 PC 가운데 이같은 저질 부품을 쓴 PC는 어느 정도나 될까? 오픈마켓에서 PC를 유통하는 다른 업체에서는“보급형 PC는 쌀수록 잘 팔리기 때문에 열에 아홉은 조금씩 문제가 있는 부품을 쓴다”고 털어놨다. 재생 하드디스크나 전자파 인증을 받지 않은 부품 뿐 아니라 부품 수입사가 쌓아두고 있던 악성 재고를 싼 값에 사들여 PC를 만들기도 하고, 불량품 교체를 위해 남겨뒀던 AS 재고물량을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품은 고장이 났을 때 동일 제품으로 교환이나 수리가 불가능한데 그런 경우에는 상위 모델로 교체를 권하고 부품 값을 비싸게 받는다. 이런 속사정을 알 길이 없는 소비자는 두 번 골탕을 먹는 셈이다.
싼 것만 찾는 소비 행태도 문제 이런 저질 부품으로 만든 PC를 피하려면 제품명과 제조사를 정확하게 표시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현재 생산하지 않는 용량, 이를테면 120GB나 200GB짜리 하드디스크는 모두 재생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다른 부품도 마찬가지다. 품질이 좋고, 잘 알려진 부품을 쓰면 제조사나 모델 이름을 밝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소비자도 무조건 싼 것만 찾는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는 유통업계의 말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직하게 만들면 값이 비쌀 수밖에 없고, 단 돈 만 원이라도 더 나가면 소비자들은 철저히 외면을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제대로 된 PC를 팔다가 매출을 늘리려고 저가 제품의 유혹에 넘어가는 업체가 상당수다. 물론 눈앞에 매출만 보고 제살 깎아먹기에 열을 올리는 조립 PC 업계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품질에 대한 검증 없이 물건을 많이 팔아 수수료 수익을 높여주는 입점 업체만 밀어주는 오픈마켓들도 문제다. 매출은 오르지만 수익은 악화되는 도깨비장난 같은 구조를 이겨내지 못하고 오픈마켓을 떠나는 업체도 적지 않다는 것은 뜻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금의 오픈마켓은 장사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