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친구네 몇 집과 함께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나 즐겁게 놀고 다음에 또 자리를 마련하자며 헤어진 것은 좋았는데, 함께 찍은 사진을 건네는 일이 문제다. 메일로 보내자니 용량이 너무 크고, 직접 전하거나 CD에 구워 우편으로 부치는 건 너무 번거롭다.
웹하드를 이용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만 사진을 보내자고 서비스를 새로 가입하는 것도 그렇고, 사적이고 소중한 자료를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에 맡기는 것도 찜찜하다. LG전자 ‘넷하드’는 이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라면 절로 무릎을 탁 칠 만한 디지털 세대 맞춤형 저장장치다.
LG전자의 네트워크 스토리지, 넷하드는 까다롭고 불편한 NAS를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기존 기업용 제품에서는 생각지 못한 재미있고 독특한 기능을 더해 개인 소비자도 즐겁고 유용하게 쓸 수 있다.
■ 직접 관리해 정보 유출 걱정 없고, RAID로 안성성 2배
LG 넷하드는 기능과 하드디스크 슬롯 수에 따라 3가지로 구분된다. 저렴하지만 하드디스크를 하나만 넣게 되어 백업 옵션이 단순한 NT 시리즈, 2개의 하드디스크를 이용해 RAID 기술로 데이터를 백업하는 NC 시리즈, 그리고 4개의 하드디스크를 달아 제대로 된 스토리지를 구성하는 NS 시리즈다.
‘NC2 N2A2’는 종전 NT 시리즈의 몸집을 줄이고, 설정용 LCD 창과 미디어 백업용 광학 디스크 드라이브를 없애 가격 부담을 던 실속형 제품이다. 하드디스크는 전과 동일하게 2개를 넣을 수 있고, RAID 기술을 적극 활용해 스트라이프나 미러, JBOD 등을 구성한다.
스트라이프는 데이터를 두 개에 하드디스크에 나누어 담아 읽기/쓰기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흔히 RAID 0이라고 부른다. 미러는 데이터를 두 개의 하드디스크에 중복되게 저장한다.
하드디스크 하나가 망가지더라도 다른 쪽 하드디스크에는 데이터가 멀쩡히 남아있다. 중요한 데이터를 저장할 때 필요하고 RAID 1이라고 한다. JBOD는 두 개의 하드디스크를 연결해 하나의 볼륨으로 만드는 것으로 속도나 안정성과는 관계없고 단지 다수의 하드디스크를 한 개처럼 관리할 뿐이다. 여러 가지 특성을 볼륨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용 중에 볼륨 구성을 바꾸면 넷하드의 데이터가 모두 사라지고 초기화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선택적 미러링이란 똑똑한 재주도 있다. 백업 프로그램의 동기화 기능과 비슷한 것으로 특정한 폴더를 지정해, 다른 하드디스크에 동일한 폴더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능이다. 원본 폴더 내용이 바뀌면 자동으로 백업 폴더 내용이 변경되고, 이용자는 양쪽 폴더에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하다.
선택적 미러링은 LG 넷하드 중 NC 시리즈에만 적용된 기능이고, 볼륨 특성은 그대로 두기 때문에 다른 데이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온 가족이 함께 써도 넉넉한 2TB
하드디스크는 1TB짜리 2개가 들어간다. 웹 기반의 하드디스크 서비스가 5GB 안팎의 용량을 제공하는 것과 견주면 어마어마한 용량이다. 개인 이용자에게 이렇게 큰 용량의 네트워크 스토리지가 과연 필요할까?
웹브라우저에 □.lgnas.com이라고 입력하면 어디에서든 넷하드에 접속할 수 있다. |
온라인에 연결된 단순한 파일 서버라면 이렇게 클 필요는 없다. NC2는 일반 데이터 서버의 역할도 훌륭하게 해낼 뿐 아니라 가정의 멀티미디어 서버의 임무까지 맡고 있느니 용량이 넉넉해야 한다.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 등 온 가족이 쓰는 디지털 기기가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담고 백업하려면 수십 기가바이트는 턱없이 모자라다. 사진 폴더만 해도 20~30GB에 달해 백업에 애를 먹기 일쑤인데, 동영상과 음악 등을 관리하려면 테라바이트급 저장장치는 필수다.
도메인 주소를 넣고 접속하면 기본 정보창이 뜬다. 왼쪽 메뉴에서 모든 작동 설정을 제어한다. |
NC2는 DLNA(디지털 생활 네트워크 연합)을 지원한다. DLNA 기능을 갖춘 TV, 미디어 플레이어 같은 가전제품을 연결하면 파일을 이리저리 복사할 필요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해 해당 기기에서 바로 재생할 수 있다.
또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나 아이튠즈를 이용하면 넷하드에 저장된 멀티미디어를 PC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재생한다. 이를 위해서는 PC가 넷하드와 동일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넷하드 탐색기를 열면 익숙한 인터페이스의 화면이 나타난다. 이용자 권한에 따라 파일을 복사하고 내려 받는다. |
파일 공유 기능도 충실하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어디에서는 접속해 파일을 저장하거나 내려 받는다. DDNS 기능이 있어 외부에서도 도메인만 알면 간단하게 접속할 수 있다. 가정에서 쓰는 인터넷은 접속할 때마다 다른 IP 주소가 할당된다.
선택적 미러링이라는 유용한 재주가 있다. 중요한 폴더를 정하면 자동으로 백업 폴더를 만들어 양쪽 폴더에 똑같은 데이터가 저장되게 한다. |
하드디스크 볼륨 구성을 고르는 메뉴다. 미러링과 JBOD를 함께 쓸 수 있다. 중요한 데이터를 담은 폴더만 선택해 자동으로 동기화되는 거울 폴더를 만들어 데이터 안정성을 높이는 재주도 있다. |
때문에 외부에서 여기에 접속하려면 매번 바뀐 IP를 확인해야 한다. DDNS는 유동 IP를 xxx.xxx.com 등의 도메인으로 바꾸는 서비스다. LG 넷하드 NC2는 □.lgnas.com이라는 주소를 활용한다.
■ PC는 물론 스마트폰에서도 파일 공유 가능
넷하드에 연결 권한이 없는 이에게 파일을 보내고 싶을 때는 공개용 링크를 만들어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상대가 링크를 열면 바로 파일 다운로드가 시작된다. 링크 주소만 알려주면 되기 때문에 메신저나 이메일 등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파일을 공유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상황처럼 여러 사람과 임시로 파일을 공유할 때 무척 유용하다.
스마트폰에서 넷하드 도메인으로 접속하면 인터페이스가 간단한 모바일 전용창이 뜬다. |
스마트폰 iOS나 안드로이드를 쓴 스마트폰에서도 넷하드를 이용할 수 있다. 3G 또는 와이파이를 이용하니까 장소 제약이 전혀 없는 셈이다. 스마트폰의 웹브라우저에 넷하드의 도메인 주소를 입력해 접속하면 전용 인터페이스가 뜬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고 접속하면 폴더 형태의 목록이 뜬다.
여기서 파일을 찾아보거나 멀티미디어 파일은 바로 재생할 수 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모바일 운영체제를 쓰는 아이패드, 올레패드 같은 태블릿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넷하드를 이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으로 PC, TV, 그리고 휴대전화의 주요 3가지 디지털 기기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함께 활용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각각의 기기와 연결 가능하며, 넉넉한 공간을 갖춘 데이터 공유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PC가 이 역할을 해낼 수도 있지만 설정이 너무 복잡하다.
와이파이 또는 휴대전화가 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넷하드에서 파일을 내려 받거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게다가 PC는 항상 켜두기에는 전력 소모량이 부담스러운 기기다. LG 넷하드는 이런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한 기기다. 단,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투자한 것 이상의 일을 해내는 야무지고 똑똑한 물건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PC에 서버 운영체제를 깔아 파일 서버로 쓰고 있거나 돈을 내고 인터넷 스토리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꼭 한번 비용과 효용성을 따져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