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 그리고 TLC
SD카드를 비롯하여 SSD, USB 메모리 등에 쓰이는 낸드 플래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장방식이 바뀌어 왔다. 낸드 플래시의 저장방식은 크게 SLC, MLC, TLC, QLC로 구분되는데, 거칠게 말하자면 셀 하나에 1비트/2비트/3비트/4비트를 저장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셀당 저장하는 비트가 많아질수록 한정된 면적에 저장되는 데이터가 많아지기 때문에 더 경제적이며, 대용량 스토리지 설계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셀 하나에 저장되는 비트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속도가 느려지며, 수명도 짧아지고, 안정성도 떨어진다. 즉, 경제성만 제외하면 SLC가 MLC보다, MLC가 TLC, QLC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있다.블랙박스 SD카드에는 MLC가 어울려
기자는 ‘그러니까 TLC 낸드 플래시는 쓸 게 못 된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반도체 기술이 날로 발전한 지금, TLC 낸드 플래시를 채택한 제품의 성능은 대폭 개선됐다. 특히 읽기 속도/쓰기 속도의 경우 현재의 TLC 제품이 이전의 MLC 제품보다 더 좋은 편이다.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MLC SD카드가 MLC가 아니라니
문제는 일반 메모리카드는 물론 블랙박스용 SD카드의 경우에도 저장방식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보통 MLC를 저장방식으로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제품명에 MLC를 표기해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MLC가 표기된 제품이라도 실제로는 TLC를 사용한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미 2016년에 이 문제 때문에 업계가 한 번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렉사(Lexar)의 633X 마이크로 SD카드의 경우 MLC 방식을 채택한 것을 내세워 타사 TLC 제품보다 2.5배나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이 기업은 ‘자사의 모든 제품은 저가의 TLC 메모리를 사용하지 않고, MLC 방식을 사용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128GB 제품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능을 지니고 있음이 알려지면서 일이 커졌다. 렉사측은 MLC 방식을 사용했는지, TLC 방식을 채택했는지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거듭했고, 렉사 SD카드의 OEM 제조사는 자사나 외부로 나가는 128GB 제품 중 MLC로 된 제품은 없다고 응답했다. 이로 인해 유저들 사이에서 렉사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아직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샌디스크의 블랙박스용 마이크로 SD카드 'High Endurance'의 경우 다나와, 에누리 등 대부분의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저장방식이 MLC로 표기되어 있다. 본사와 판매처 역시 이 메모리카드는 MLC 방식을 채택했다고 밝혔다.이게 MLC인가 TLC인가
이에 기자는 샌디스크 해외 지원팀에 이메일을 보내 이 제품이 어떤 저장방식을 채택했는지 문의했다. 답변은 "모든 샌디스크 SD카드와 마이크로 SD카드는 2개 이상의 비트를 낸드 플래시 셀에 저장하는 MLC 방식을 사용합니다(All SanDisk SD and micro SD cards are MLC (Multi Level Cell) store two or more bits per NAND flash cell)"이었다.마치며
지금까지 블랙박스용 SD카드 저장방식의 실태에 관해 알아봤다. 현재 TLC SD카드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아직 MLC의 신뢰성을 찾는 이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제대로 된 제품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저장방식을 잘못 표기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상대적으로 양심적인 업체가 없는 건 아니다. 키오시아(구 도시바 메모리)는 블랙박스용 모델인 EXCERIA™ M303E 마이크로 SD카드에 3D TLC 낸드 플래시를 채택하고 있다. 키오시아측은 "블랙박스와 같이 쓰기 집약적인 디바이스에서는 연속 녹화 성능이 가장 중요시된다"며 "자사 프리미엄 등급의 3D 메모리를 채택해 다각도의 테스트를 통해 고내구성 SD카드가 충분한 연속 녹화 시간을 지원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업체들이 블랙박스용 SD카드의 저장방식을 제대로, 정직하게 표기하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는 SD카드는 물론 PC와 IT기기에 사용되는 스토리지의 제품정보를 모두가 투명하게 알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본다.저작권자 © 디지털포스트(PC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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