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PC는 다양한 장치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목적에 따라 CPU·그래픽카드·SSD 등 성능을 갖춘 부품으로 시스템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이 중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는 컴퓨터 부품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전원을 공급한다. 그래서 CPU가 컴퓨터의 두뇌라면, 파워서플라이는 컴퓨터의 심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파워서플라이에 요구되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여러 기기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단자를 제공하는 것도 좋겠지만, PC 부품에 전원을 전달하는 것이 주 역할이므로 출력 안정성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최근 CPU와 그래픽카드와 같은 주요 부품의 전력 소모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여서 안정적인 출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일반 데스크톱 프로세서의 TDP(열설계전력)는 제품에 따라 65~95W 정도지만, 고성능 제품은 120~250W 수준이다. 그래픽카드도 최근 출시된 지포스 RTX 30 시리즈가 300W를 넘볼 정도로 기존 대비 전력소모가 증가했다. 이렇게 주요 부품들이 요구하는 출력이 증가하면서 파워서플라이 업계는 출력을 보강,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고출력만이 정답은 아니다
흔히 PC 시스템의 전력 소모량이 증가하면 바로 떠올리는 것이 고출력 파워서플라이다. 여유로운 출력을 확보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지만, 가격 상승 요인이 되므로 고출력 제품을 쉽게 선택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최근 출시되는 파워서플라이는 효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어 소비자들은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이상 고출력 제품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실제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자료를 보면 절반 이상이 500~700W가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자 다수가 선택하는 제품이 제한적인 상황 속에 제조사는 최적의 출력 효율과 안정성을 구현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기기 자체의 전력 손실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내외적 요소의 변화를 통해 목표를 달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이 강해야 효율도, 안정성도 좋아진다
먼저 변화가 시작된 곳은 바로 부품에 연결되는 '케이블'이다. 파워서플라이에 쓰이는 케이블은 전력 공급을 위해 적정 두께로 제작되어 있다. 그동안 파워서플라이용 케이블은 주로 18AWG 규격이 쓰인다. 그러나 마이크로닉스는 캐슬론 M 시리즈에 이보다 두꺼운 16AWG 규격 케이블을 적용, 출력 효율 및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AWG 규격은 미국 전선 규격(American Wire Gauge)에서 제안하는 것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케이블 직경과 단면적이 두꺼워진다. 대부분의 파워서플라이가 채택 중인 18AWG 규격 케이블은 직경 1.024mm(단면적 0.823㎟)인데 반해 16AWG 규격은 직경 1.291mm(단면적 1.31㎟)다. 두께도 그렇지만, 케이블 내에 포함되는 구리선의 단면적도 자연스레 증가하게 된다.
케이블의 두께는 파워서플라이 성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18AWG의 1㎟당 허용 전류는 7~16A 수준이지만, 16AWG는 12~19A 수준으로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이블만 변경해도 부품에 더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두꺼운 케이블을 적용했을 때의 안정성 향상도 주목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케이블 내에 적용된 구리선의 단면적이 작으면 발열이 높아진다. 그 원인은 저항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사용하는 18AWG 규격 케이블은 m당 0.021옴의 저항을 갖는데 비해 16AWG 규격 케이블은 m당 0.0132옴으로 낮아진다.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아 전류 이동에 따른 부하가 낮아지는 셈이다.
실제 마이크로닉스 캐슬론 M 600W에 각각 16AWG와 18AWG 케이블을 적용해 전원을 인가한 결과, 두 케이블 사이에 약 8도가량 온도 차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케이블 온도가 낮아지므로 자연히 PC 시스템 전체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치며
출력 효율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파워서플라이 업계의 변화를 이끌었다. 시장에서 판매 중인 인기 제품 대부분이 80% 이상 출력 효율을 만족하는 80PLUS 스탠다드 인증을 받았거나 준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그 예다.
하지만 까다로운 PC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다른 변화가 필요하다. 마이크로닉스는 16AWG 케이블로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이 외에 여러 파워서플라이 제조사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