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칩 생산…물류 문제도 겹쳐
원래 겨울철 크리스마스, 신년, 새내기 대학생 등으로 인해 PC 관련 수요가 많은 시기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가격 폭등, 재고 부족 사태는 이례적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평가다. 여기에는 PC부품에 필수적인 칩 생산이 수요에 미치치 못한다는 문제가 크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COVID-19) 백신 보급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칩을 만드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넘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수요 증가에 자동차, 5G 스마트폰 관련 수요도 늘면서 TSMC, 삼성전자 등의 파운드리 업체에 스마트폰 AP, GPU 등을 주문할 경우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글로벌 물류 쇼크'도 원인이다. 검역으로 인해 화물 운송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고, 선적 일자 지연이 이전보다 많아지면서 제품에 필요한 원자재를 받기도, 생산된 제품을 배송하기도 쉽지 않은 시점이다.떡상하는 가상화폐,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 부추겨
큰 폭으로 상승 중인 가상화폐은 특히 그래픽카드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7일 기준으로 36,975.10달러(약 4,023만원)까지 오른 가운데, 다른 가상화폐 가격 역시 상승하면서 채굴용 그래픽카드를 사재기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해외 IT매체 비디오카즈(VideoCardz)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GPU 채굴을 시도하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공개한 채굴장비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 78개가 탑재됐다. 지포스 RTX 30 시리즈가 와트 대비 채굴 성능이 우수하며 특히 이더리움 채굴 효율이 뛰어나다는 것이 채굴업자들 사이에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채굴 목적으로 그래픽카드를 대량 구매하는 사례가 이어질 경우, 그래픽카드 가격 폭등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 A는 "중국 등지에서 가상화폐 채굴을 위해 그래픽카드를 다량으로 구매하면서 국내에는 그래픽카드 씨가 마른 상태"라고 말했다.미중 무역전쟁, PC부품 가격에 변수 되나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미중 무역전쟁이 이어질 경우 PC부품 가격이 더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4일(현지시간) 해외 IT매체 톰스 하드웨어(Tom’s Hardware)는 미국의 중국 제품 수입 관세 면제가 종료되면서 컴퓨터 부품에 쓰이는 원재료에 7.5~25%의 관세를 추가로 지불해야 함에 따라 그래픽카드를 비롯한 PC부품의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단 이 가격 상승은 미국에 한정되지만, 추후 국내 가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국이 보복 관세를 매기기 시작할 경우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주요 생산시설이 중국에 있는 PC업체가 가격 상승의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B는 "전반적으로 PC 수요가 오르는 시기에 생산 부족, 비트코인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겹쳐 그래픽카드는 물론 전반적으로 PC부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유례 없이 가격 폭등, 재고 부족 등을 겪다 보니 소비자와 업체 모두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저작권자 © 디지털포스트(PC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