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남지율 기자] 과거 키보드는 PC와 사용하는 것이 정석과도 같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PC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태블릿PC, 콘솔 게임기, 심지어 TV에서도 키보드가 쓰인다. 이처럼 키보드가 사용되는 기기가 늘면서 다양한 기기를 사용하는 이들의 고민도 함께 증가했다. 기기마다 키보드를 하나씩 구비하자니 비용이 상당하고 공간도 문제다.
키보드 제조사들은 이 점에 착안해 멀티 페어링이 가능한 키보드를 출시해왔으며, 최근에는 기계식 멀티 페어링 키보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기사를 통해 멀티 페어링 키보드를 구매할 때 눈여겨볼 점과 탁월한 키감과 독특한 디자인을 갖춘 멀티 페어링 키보드 2종을 살펴보자.
구매 전 꼭 따져보자!
멀티 디바이스용 키보드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
구매 전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키보드의 무선 연결 방식이다. 무선 연결 방식은 보통 블루투스와 USB 무선 동글을 사용하는 2.4GHz로 나뉜다.
블루투스 방식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같은 기기와 호환성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블루투스가 탑재되지 않은 데스크톱 PC와 사용 시에는 별도의 블루투스 동글이 필요하다.
2.4GHz 방식은 대체로 USB Type-A 방식의 전용 동글이 사용된다. 독자적인 방식의 동글이 사용되기 때문에 동글 분실 시 난처할 수 있지만, 대신 반응속도가 블루투스 대비 확연히 빠른 것이 장점이다. 게이밍에 특화된 2.4GHz 무선 키보드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사용할 플랫폼도 고려해야 한다. macOS 기기나 아이패드와 함께할 예정이라면 가급적 macOS 레이아웃에 대응하는 키보드가 좋다. 또한, 키보드마다 동시 페어링 가능한 기기 대수가 달라 자신의 사용 환경을 고려해 선택해야 추가적인 지출을 막을 수 있다.
무선에서 이런 키감을?
archon K79 블루투스 5.0 기계식 키보드
검은 바디에 검은 키캡, 하얀 키캡 각인이 더해진 108키 풀사이즈 키보드. 키보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 사무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정석적인 디자인. 그런 디자인이 ‘archon K79 블루투스 5.0 기계식 키보드(이하 K79)’에도 적용됐다.
구성품은 키보드 본체, 키캡 리무버, AAA 건전지, 그리고 2.4GHz 무선 동글이다.
키보드 하판에는 큰 사이즈의 고무 패드가 장착돼 밀림을 방지했으며, 무나사 구조가 적용됐다. 실측 무게도 1,225g으로 제법 묵직해 타이핑 중 밀릴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유선 연결 시에는 USB Type-C 포트를 통해 결합되고 전원 스위치가 그 옆에 위치한다. 무선 사용이 메인인 제품이지만, 케이블 라우팅을 위한 프레임이 적용된 점이 인상 깊다.
무선 사용 시 AAA 건전지 2개를 장착해야 하며, 최대 3개월간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내장 방식과 달리 오랜 기간이 지나도 전력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과 배터리가 없는 상태에서 건전지만 구하면 바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배터리 커버 내부에 2.4GHz 동글을 삽입할 수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인체공학적 곡선 구조인 스텝스컬쳐 2가 적용됐다. 높이조절 다리도 장착돼 취향에 맞게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장시간 타건에도 좋다.
K79에는 동일 가격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화려한 RGB LED나 단색의 LED도 탑재되지 않았다. 무선 게이밍에 적합한 스펙을 지닌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믹이 더해진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직접 타건해보니 K79가 비싸다는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리뷰에서 사용된 K79는 체리 적축 스위치 탑재 버전인데, 이 키보드는 동일 가격대의 체리 적축 스위치 탑재 유선 키보드와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타건감을 지녔다. 오히려 무선인 걸 고려하면 가성비가 뛰어나다.
타건감이 아주 정갈했다. 고가의 유선 키보드에서나 경험할 수 있었던 수준의 정갈함이다. 타건감의 비밀은 키보드 내부와 키캡에서 찾을 수 있다.
키보드 내부에는 흡음재와 보강판이 탑재됐다. 흡음재가 키보드 안쪽에서 발생하는 통울림을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보강판으로 인해 단단한 키감을 경험할 수 있다. 왜 이 키보드가 무거운지를 쉽게 납득할 수 있었다. 윤활 처리된 체리식 스테빌라이저도 탑재됐다.
키캡은 고급 키보드에 주로 사용하는 PBT 재질이다. ABS 키캡과 달리 번들거림이 적고 마모도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K79의 키캡은 단순한 PBT 키캡이 아니다. 일반 키캡보다 높이가 낮은 체리 프로파일 키캡이 적용됐는데, 덕분에 손목 부담이 적다. 또한, 키캡의 두께가 두꺼워 타건감을 가볍지 않게 하는 것도 특징이다.
연결성은 어떨까? 최대 4대의 블루투스 연결과 2.4GHz 무선 연결, 그리고 USB Type-C 유선 연결이 가능하다. 키보드 한 대로 최대 6대까지 사용 가능하니 많은 기기를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주목할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FN 키와 측면 각인된 키를 조합해 어떤 기기와 연결할지를 쉽게 결정할 수 있고 기기 볼륨 조절키도 탑재됐다.
아이패드 프로 11형 2세대와의 연결도 매끄러웠고 쾌적한 사용이 가능했다. 특히, macOS 레이아웃 모드가 지원돼 애플 기기와의 궁합도 뛰어나다.
무선 게이밍도 가능할까? 반응속도가 매우 중요한 리듬 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로 테스트해봤다. 블루투스보다 빠릿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가벼운 게이밍 용도로는 문제없다. 다만 래더 매치용으로 활용하기에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으니 진지하게 즐기고 싶다면 유선 연결로 즐기는 것이 좋다.
블랙과 화이트로 출시된 K79의 가격은 적축, 갈축이 149,000원, 저소음 적축은 159,000원이다. 뛰어난 연결성과 고급 유선 키보드급 키감을 원한다면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레트로 감성의 무선 기계식 키보드
ABKO TW1867 레트로 블루투스 기계식 키보드
레트로 열풍이 거세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폴더폰 디자인의 코드리스 이어폰 케이스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키보드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고전 키보드 디자인의 제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으며, 심지어 아날로그 타자기를 닮은 키보드도 등장했다. ABKO TW1867 레트로 블루투스 기계식 키보드(이하 TW1867)도 그런 열풍에 힘입어 등장한 제품이다.
83키의 콤팩트한 레이아웃을 지닌 이 키보드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며, 얼핏 보면 진짜 타자기 같아 데스크테리어용으로도 손색없다. 특히, 플라스틱과 금속 느낌을 지닌 대부분의 키보드 바디와 달리 그레인 우드 컬러 상판이 적용된 것이 인상적이다.
레트로 감성 넘치는 다이얼과 레버도 탑재됐다. 이는 단순히 장식용이 아니라 LED 이펙트와 밝기, 볼륨을 조절하는 데도 사용된다. 탑재된 LED는 화이트 컬러인데, 어두운 곳에서의 타이핑을 도울 뿐만 아니라 감성까지도 더해준다.
앞서 소개한 K79와 달리 1,000mAh의 내장 배터리가 탑재됐다. 동봉된 마이크로 5핀 케이블로 충전할 수 있으며, 유선 연결도 가능하다.
키보드의 각도는 상당히 완만하며, 높이조절 다리가 없기 때문에 적응에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다.
무게는 실측 기준 714g이다. 무게 자체가 그리 무겁지 않으면서도 무게 중심이 잘 잡혀있어 이동하며 사용하는 용도로도 좋다.
패키지에는 마이크로 5핀 케이블과 교체용 스위치 2개, 블루투스 USB 동글, 그리고 키캡 리무버가 동봉된다. 비록 2.4GHz 무선 방식의 빠릿함은 제공하지 못하지만, 블루투스가 없는 데스크톱 PC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스위치는 오테뮤 스위치가 사용되는데, 스위치 교체가 가능하다. 키캡을 분리하고 스위치를 수직으로 잡아당기면 분리되고 별도의 납땜 과정 없이 바로 교체할 수 있다. 다른 종류의 스위치를 사용하고 싶거나 수명이 다한 스위치가 있다면 유용할 것이다. 체리식 스테빌라이저가 적용돼 소음을 줄인 점도 돋보인다.
타건감은 어떨까? 약간의 서걱거림이 있기 때문에 누르는 재미가 좋았다. 원형 키캡이 제공하는 독특한 타건감도 상당히 개성 있다.
무선 기능 테스트를 위해 아이패드 프로 11형과 사용해봤다. 태블릿 PC를 키보드에 거치해보니 정말 아날로그 타자기로 작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났다.
페어링 채널을 바꿔 PC와도 연결할 수 있었다. 블루투스가 없는 PC지만 동봉된 동글을 사용하니 블루투스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iOS는 물론이고 윈도우용 레이아웃도 단축키를 통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PC와의 호환성도 우수했다.
TW1867의 가격은 108,560원이며, 청축과 적축 스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 데스크테리어용 키보드로도 충분한 디자인을 지녔으며, 감성적인 환경에서 글을 쓰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키보드다.
두 제품 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10년 전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스펙인데요... 제품 기술/스펙 상의 혁신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말 아날로그 타자기로 작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났다.' 이 부분은 너무 심한 과장입니다. 자동차로 치면 오토기어 P에서 D로 바꾸는 느낌을 수동변속기와 비교하는 정도겠네요. 80년대 기준 타자기는 책상이 흔들릴 정도로 덜컹거리는 레토나 수준입니다.
마케팅도 좋지만, 제품의 성능/기능이 상품성과 매출을 만듭니다. 극단적인 영업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kinesis가 좋은 롤모델이 될겁니다.
'정말 아날로그 타자기로 작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났다.' 이 부분은 너무 심한 과장입니다. 자동차로 치면 오토기어 P에서 D로 바꾸는 느낌을 수동변속기와 비교하는 정도겠네요. 80년대 기준 타자기는 책상이 흔들릴 정도로 덜컹거리는 레토나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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