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맵도 모자라 태블릿 PC 영역까지
초창기 <PC사랑>을 살펴보면 자동차 안에 PC를 넣으려던 시도가 많았다. 그 시절에는 터치스크린은커녕 삐삐로 소통하던 시절이니 모바일 PC에 대한 환상이 남달랐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카 PC’가 자취를 감췄다. 이유야 뻔하다. 휴대하기 좋고 값 싼데다 매립하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노트북이 나와서다.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게 바로 내비게이션이다.
초창기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만 해도 버거웠다. GPS 수신율이 떨어지는 터라 고속도로처럼 빠르게 달리는 구간에서는 그야말로 젬병이었다. 종종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다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결정적 단초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 내비게이션이 달라졌다. 평범한 길 안내는 물론, 3D로 실제 도로를 표현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태블릿 PC 영역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아이나비 K9 이야기다.
뒷자리에서도 내비게이션을 다룰 수 있는 리모컨. 감도도 뛰어나다.
정전식 터치패널에 리모컨까지… 내비게이션 맞아?
정전식은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친숙한 용어다. 전기가 통하는 유리를 이용해 표면에 전류가 흐르고, 이를 손가락이나 터치펜으로 누르면 반응한다. K9은 정전식 터치패널을 써서 가볍게 누르기만 해도 메뉴를 불러오거나 글자를 입력한다. 기존 내비게이션은 ‘터치’라고는 하나 압력을 이용하는 감압식이라 콕콕 눌러야 알아채곤 한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감압식에 비해 튼튼한 강화 유리를 쓰기 때문에 아이들이 험하게 다뤄도 패널이 상하지 않는 것도 장점. 대신 흰 장갑을 끼고 운전하는 여사님이라면 K9이 불편할지 모른다. 정전식 터치패널 특성상 맨손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운전자라면 맨손이니 쓰는데 큰 불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불편하다면 리모컨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K9에 함께 딸려 오는 리모컨은 내비게이션이나 DMB, 비디오 등을 빠르게 켜고 끌 수 있게 만들었다. 소리 조절은 물론, 집으로 가기나 최근 목적지, 경로 취소 같은 내비게이션 메뉴도 다룰 수 있어 유용하다.
거치대는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구조다.
아이나비 TCON+로 ‘스마트’하게
‘아이나비 TCON+’(티콘 플러스)는 K9은 물론, 아이나비 3D 맵을 얹은 내비게이션에서 쓸 수 있는 새로운 통신 서비스다. 내비게이션에 블루투스나 USB로 된 수신기를 달아 와이파이 존이나 스마트폰 테더링(인터넷 연결을 위한 방식)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수신한다. 막히는 길 정보를 받아 알아서 최적의 경로를 찾아주고, 이용자가 CCTV를 직접 확인해 도로 구간별 교통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도 문제없다. 일반적으로 PC를 통해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반해, TCON+에 연결되어 있으면 한 달에 2번씩 자동으로 안전운행 구간 데이터를 업데이트한다. 이 밖에도 K9은 802.11n 모듈로 전용 인터넷 브라우저를 띄운다. 요새야 스마트폰이다 태블릿 PC다 해서 굳이 내비게이션까지 이 기능이 필요할까도 싶다. 그러나 의외로 휴게소처럼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곳에서 제법 유용하다.
3D 화면으로 길 안내를 하는 K9.(위)
화면을 나눠 언제 좌회전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준다.(아래)
내비는 모름지기 길 안내가 생명
K9에 들어간 맵은 팅크웨어에서 개발한 ‘아이나비 3D’다. 4월 현재 버전 5.0까지 나왔는데, 특징이자 장점은 가고자 하는 길이나 건물을 3D로 표현해 길치도 한 눈에 알아본다.
시점이 독특해서 흔히 보는 2D 시점부터 45도 아래서 내려다보는 버드 뷰, 실제 운전자 시점으로 길 안내를 하는 드라이브 뷰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드라이브 뷰 모드는 실제 시가지 모습을 그대로 구현해 흥미롭다. 하지만 정작 운전자가 언제 차선을 바꿔야 할지, 혹은 코너를 돌고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아이나비 3D 맵은 운전자가 앞을 보느라 화면을 놓치는 것을 감안, 주행차선 음성 안내 기능을 지원한다. 예컨대 유턴 후에 다시 좌회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나비 3D는 “유턴 후 좌측 차선을 이용하세요”라고 안내한다. 덕분에 초행길이나 복잡한 도로라도, 또 초보 운전이어도 전방에서 눈을 떼지 않고 길을 찾아 갈 수 있다.
지도처럼 3D로 꾸민 내비게이션 인터페이스도 쓰기 편하다. 화면을 한쪽으로 드래그하면 마이 메뉴와 고급 메뉴 화면으로 전환한다. 이때 위 아래로 드래그하면 상세 메뉴로 이동한다. 자주 쓰는 메뉴는 마이 메뉴에 등록하면 운전 중에도 빠르고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다.
본체 한쪽에 다용도로 쓰는 USB 단자를 숨겼다.
내비게이션, 그 이상의 활용을 고려하다
K9은 눈에 띄진 않아도 쓰다보면 느끼는 운전자 편의 기능이 여럿 있다. 예를 들어 L센서는 주변 밝기에 따라 내비게이션 화면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비슷한 기능은 다른 내비게이션들에도 있지만 대부분 시간에 따라 변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대낮에 터널을 지나가거나 할 때 K9은 알아서 화면을 어둡게 조절하는데 반해, 다른 내비게이션은 그대로 있어서 눈부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본체에 달린 카메라도 유용하다. 동영상과 사진 촬영 기능을 갖춘 카메라를 달아 블랙박스를 대신해 차량 외부 상황을 녹화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실제 블랙박스처럼 충격 녹화 기능이나 수동 녹화 기능을 지원해 내비게이션에 충격이 전달되면 충격 이전과 이후 시간을 녹화한 파일을 메모리에 저장한다.
GPS 기능을 활용한 지오태깅(Geo Tagging)도 가능하다. 지오태깅이란 GPS 위치 값을 사진에 기록해 이미지 경로를 여러 방면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여행일지를 꼽을 수 있다. 이 밖에도 K9은 내비게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얹은 버전도 있어서 태블릿 PC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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