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그동안 스마트폰을 구매하여 사용할 때는 통신사에서 구매한 유심(USIM) 칩을 받아 스마트폰에 장착하곤 했다. USIM 칩에는 사용자 인증은 물론 글로벌 로밍, 신용카드 등 다양한 기능이 있어서 매우 소중한 물건이었다.
올해부터는 이 풍경이 바뀔 지도 모른다. 올해 9월 1일부터 eSIM을 통한 스마트폰 개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휴대폰 이용자라면 USIM과 eSIM 중 원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개통할 수 있다. eSIM은 USIM에 비해 어떤 점이 다른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살펴보자.
휴대폰 사용자의 정보 담긴 SIM 카드
SIM(Subscriber Identity Module)은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저장한 칩으로, 가입자의 인증이나 과금, 보안 기능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필요하다. 휴대전화가 등장한 초기에는 SIM에 담긴 정보를 새로운 단말기로 이동시키기가 매우 번거로웠다.
이에 작은 개인정보가 담긴 IC 카드를 단말기에 넣어 두고 사용하다가 새 단말기로 교체할 때는 IC 카드를 꽂기만 하면 되는 방법이 등장했다. 이것이 바로 SIM 카드다. 초기의 SIM 카드는 단순히 가입자의 정보를 구별하는 용도로만 사용되었으나 이후 주소록 저장, 교통카드, 신용카드 등의 기능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단말기에 내장된 SIM 카드, eSIM
USIM 카드의 크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작아져 왔다. 2010년경까지는 엄지손톱만한 미니 USIM이 많았지만, 단말기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USIM 카드도 미니 USIM 카드보다 더 작은 마이크로 USIM, 나노 USIM 등이 쓰이게 됐다.
급기야는 아예 단말기 내부에 SIM 카드가 내장되는 스마트폰도 등장했다. 이것이 바로 eSIM이다. eSIM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칩에 회선을 발급하여 사용하는 디지털 형태의 SIM으로, QR코드나 활성화코드를 다운로드받아 사용한다.
올해 9월부터 국내에서도 사용 가능
2018년 출시된 아이폰 XS부터 eSIM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eSIM 사용이 더딘 편이었다. 2020년 7월, 알뜰폰 통신사인 티플러스에서 SK텔레콤 망을 통해 eSIM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메이저 통신사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러나 2022년 9월 1일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의 통신3사와 알뜰폰에서 eSIM을 통해 서비스 가입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12월, 정부와 통신사, 제조사 등의 협의체 논의를 통해 '스마트폰 eSIM 도입방안'을 마련하여 발표한 후, 시스템 개발, 제도 개선 등의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eSIM 서비스를 도입하게 되었다.
eSIM, 이래서 좋다
국내에서도 eSIM으로 스마트폰을 개통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여러 좋은 일이 생겼다. 먼저 온라인에서 스마트폰을 개통할 때 USIM과 달리 SIM 카드 배송 과정이 없어서 더 빠르게 스마트폰을 개통할 수 있다. 발급 비용도 2,750원으로 USIM 구매 비용인 7,700원보다 저렴하다. 올해 연말까지는 통신사에서 eSIM 무료 발급 프로모션도 진행된다.
또한, eSIM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USIM도 사용 가능한 듀얼심 모델이 많다. 그래서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두 개의 전화번호를 개통할 수 있다. 두 개의 번호별로 통신사를 달리하는 것도 가능하고, 선택약정 요금할인도 각각의 개통건에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대포폰 방지를 위해 1개 단말기당 한 사람의 명의로만 가입할 수 있다.
반드시 좋기만 할까?
하지만 eSIM이 무조건 좋은 변화인 건 아니다. USIM의 경우 기기를 바꿀 때 이전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에서 카드를 뺀 다음 새 폰에 장착하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eSIM에서는 신규가입이나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으로 스마트폰을 바꿀 때마다 eSIM을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 처음 스마트폰을 살 때는 eSIM이 더 편리할 수 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바꿀 때는 USIM보다 불편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하던 휴대폰이 크게 손상되었을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분실이나 침수, 기기고장 등으로 인해 임시로 다른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할 때 eSIM을 새로 발급하는 과정이 귀찮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는 것은 덤이다. 또한, 실수로 eSIM을 중복 발급받을 때는 수수료가 추가로 들 수 있으니 가입 시 정확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아이폰 14, 갤럭시 Z 플립4 등에서 eSIM 사용 가능
애플에서는 아이폰 X 시리즈(아이폰 X 제외)부터 eSIM을 지원해 왔다. 2022년 9월 기준으로 가장 최신 버전인 아이폰 14 시리즈 역시 eSIM을 지원한다. 아이패드에서는 아이패드 7세대, 아이패드 에어 3세대부터 eSIM을 지원한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서는 그동안 eSIM을 지원하는 모델도 국내 사양에서는 기능을 제외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갤럭시 Z 플립4와 폴드4부터 eSIM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갤럭시 S 시리즈나 Z 시리즈 차기작에서도 eSIM을 지원할 것이다.
eSIM, 앞으로 USIM을 완전히 대체할까?
앞으로는 eSIM이 USIM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말까지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구글, 모토로라, 소니, 오포 등 전 세계 7개 제조사가 eSIM이 내장된 스마트폰을 출시한 상황이다. 특히 9월 8일 발표된 아이폰 14 시리즈에서 eSIM만 지원한다는 루머가 제기되기도 했다. 일단 아이폰 14 시리즈는 nano-SIM과 eSIM을 모두 지원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만일 eSIM이 USIM의 자리를 완전히 꿰차게 된다면 스마트폰 시장에는 많은 변화기 있을 것이다. 우선 USIM 슬롯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에 스마트폰 경량화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 유심 카드 배송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비대면 스마트폰 구매가 더 활발해질 것이다.
하지만 앞서 단점 부분에서 살펴봤듯이 스마트폰 기기 교체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특히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반대로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기기를 바꿀 때 eSIM 이전에 쉽지 않을 수 있다. 번호이동 시 eSIM 관련 수수료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소비자에게 고민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