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시리즈 칩셋은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PC로 나누고, 데스크톱 PC는 다시 컨슈머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나눈다. 데스크톱 PC 컨슈머용은 Z77, Z75, H77이 있으며 비즈니스 시장엔 Q77, Q75, B75가 나온다. 인텔의 데스크톱 PC 로드맵만 봐도 인텔 7시리즈 칩셋 라인업에서 몇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X79 칩셋은 올해 말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간다. 샌디브리지-E를 대체할 아이비브리지-E가 연말에 나오지만 칩셋은 여전히 X79니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 다음은 LGA 775 소켓 이후 줄곧 자리를 지켜왔던 P 시리즈 칩셋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내장그래픽 강화와 함께 내장 그래픽 출력 기능을 갖춘 Z 시리즈 칩셋이 나왔으니 굳이 P시리즈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은 H61 칩셋을 7 시리즈 칩셋으로 대체하지 않고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기능이 제한된 저가형 제품을 굳이 따로 설계하느니 기존제품을 재활용하자는 이유에서다.
이것은 샌디브리지에 맞춰 내놨던 6 시리즈 칩셋에서도 아이비브리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가형인 H61은 물론이고 H67, P67, Z68에서도 아이비브리지 CPU를 쓸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ME8, 바이오스, 그래픽 드라이버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제공하는 건 메인보드 제조사 몫이며, 이미 발 빠른 일부 제조사들은 자사 6 시리즈 메인보드 제품에서 아이비브리지를 쓸 수 있다며 광고하고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까닭은 인텔의 똑딱(Tick-Tock) 전략이다. 인텔은 아키텍처가 똑같은 2개 세대 CPU에서 굳이 소켓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이어 쓰기로 한 것이다. 샌디브리지와 아이비브리지의 아키텍처는 기본적으로 같다. 샌디브리지 출시 초기 6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에 문제가 있어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지며 6 시리즈 칩셋 보급이 차질을 빚었던 점도 소켓이 바뀌지 않은 이유로 생각해볼 수 있다. CPU 소켓이 같다면 하다못해 CPU 냉각장치도 그대로 쓸 수 있으니 분명 이득이 있을 것이다.
7 시리즈 칩셋을 써야 할 이유는?
우선 7 시리즈 칩셋은 아이비브리지 뿐 아니라 샌디브리지 CPU도 쓸 수 있다. 6 시리즈 칩셋이 아이비브리지를 쓸 수 있는 것처럼 그 반대도 가능한 셈이다. 굳이 구형 샌디브리지 CPU와 새 7 시리즈 칩셋을 일부러 조합해가면서 쓸 이유는 없겠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 나쁠 건 없다.
다음은 PCI 익스프레스 3.0이다. PCI 익스프레스 3.0 컨트롤러는 아이비브리지 CPU에 내장된 것이나, 메인보드가 PCI 익스프레스 슬롯에 3.0 스위치를 구성하지 않으면 아이비브리지 CPU를 달아도 PCI 익스프레스 3.0을 쓸 수 없다. 6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 중에도 일부 PCI 익스프레스 3.0 스위치를 단 제품이 있었지만, 7 시리즈 칩셋메인보드는 전부 PCI 익스프레스 3.0을 쓸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아직 PCI 익스프레스3.0의 높은 대역폭을 제대로 활용하는 그래픽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은 논외로 하자.
내장 그래픽 기능은 메인보드 칩셋에서 CPU로 넘어간 지 오래나, 여전히 내장 그래픽출력단자는 메인보드에 꽂는다. 아이비브리지의 내장 그래픽에 맞춰 메인보드 기능도 개선해야 한다. 7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는 3개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아이비브리지 내장 그래픽 성능 강화 덕분이다. 6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중엔 아이비브리지를 달아도 3개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
USB 3.0 단자를 기본 제공한다는 점도 크다. 지금까지 인텔 칩셋 기반 메인보드는 별도 컨트롤러 칩을 달아서 USB 3.0 단자를 쓸 수 있었던 것이지 메인보드 칩셋에서 기본 제공했던 것은 아니다. 7 시리즈 칩셋은 USB 3.0 단자 4개는 기본, USB 2.0도 10개까지 달아 USB 단자가 모자랄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외에 인텔 라피드 스토리지 테크놀러지가 10.5에서 11로 업그레이드된다. 어떤 점이 변하는지 자세한 부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나?
그렇다고 인텔 7 시리즈 칩셋이 매력 넘치는 제품이란 건 아니다. 이곳저곳 부족한 부분이 눈에 거슬린다. 인텔은 D-Sub 단자나 PCI 슬롯을 없애 최신 인터페이스에 최적화할 것이라 공언했으나 현실은 정 반대다. D-Sub야 아직 CPU에서 출력 단자가 나가는 것이니 그렇다 쳐도, 메인보드 회사들은 별도 컨트롤러를 쓰면서까지 PCI 슬롯을 메인보드에 달고 있다. PCI 슬롯을 없애려는 인텔의 행보와 구형 기기를 계속 쓰려는 현실 사이엔 제법 괴리가 있다.
7 시리즈 칩셋의 SATA 단자는 6개다. 6Gbps 2개에 3Gbps 4개다. 6 시리즈 칩셋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인텔은 아직 SATA 6Gbps의 단자 수를 늘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SATA 6Gbps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제품이 고성능 SSD밖에 없으니 2개면 적당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Z77 칩셋의 고급형 메인보드를 내놓는 회사들은 전부 별도 컨트롤러를 써서라도 SATA 6Gbps 단자 수를 늘리고 있다. Z77 칩셋이 멀티 그래픽이나 오버클럭 외에 하위 제품과 비교해 너무 특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7 시리즈 칩셋의 제일 큰 문제는 어찌 보면 7 시리즈 칩셋 자신이 아닌 6 시리즈 칩셋에 있다. 6 시리즈 칩셋에서도 아이비브리지 CPU를 쓸 수 있는데 굳이 7 시리즈 메인보드를 구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기본 성능은 CPU가 결정하니 6 시리즈 메인보드들이 값만 저렴하다면 값 대 성능비가 뛰어난 조합이 나올 수 있다. 기왕이면 아이비 브리지에 맞춰 새로 나온 7 시리즈 칩셋을 쓰려는 것이지 7 시리즈 칩셋 자체가 크게 눈에 띄진 않는다.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7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를 홍보하면서 7 시리즈 칩셋 자체 기능보다 네트워크나 USB 가속 기능, 전원부 강화를 강조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타사 제품과의 차별화도 있겠지만, 워낙 7 시리즈 칩셋을 홍보할만한 말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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