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 나 아직 안 죽었다!
SSD에 대항하는 HDD의 자세작은 크기, 빠른 속도에 가격까지. SSD가 HDD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60~64GB 저가형 SSD 제품들의 가격이 10만원 이하로 낮아지면서 PC를 구성하는 저장장치의 점유율을 무섭게 잡아먹고 있다. 하지만 SSD를 장착하는 PC도 별도의 대용량 저장매체로 HDD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아직 HDD의 위상은 위축되지 않고 있다.
정환용 기자
HDD 파동, 그 이후
2011년 여름 태국에 닥친 홍수로 HDD 시장에 위기가 왔다. 세계 HDD 생산 공장의 90%가 모여 있던 태국에 물난리가 닥쳤고, 공장과 설비가 물에 잠겨 전 세계 HDD 공급이 중단되는 위험에 처했다. 당시 2TB 제품 가격이 평균 9만 원대였다가 파동 이후 급격하게 가격이 상승해 최고 2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그마저도 물건이 없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헤프닝이 몇 개월이나 이어졌다. 혹자는 HDD의 가격 상승의 원인이 태국의 홍수 피해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언론에서 보도된 만큼 공장의 침수 피해가 크지 않았으며, 홍수가 끝나면 바로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생산 공장이 태국이 아니라 중국에 있는 HDD 제조업체의 제품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도 재고 파동을 예상하고 피해를 입은 브랜드와 함께 가격을 올려버린 몇몇 업체들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국내 HDD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판매업체에 있었다. 이는 주유소의 가격 변화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판매업체들은 제품의 실수요를 보유하기보다 총판에서 주문, 수령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홍수 전에 이미 가지고 있었던 재고라고 하더라도 연일 언론에서 HDD 파동에 대한 보도가 나오며 가지고 있던 제품들의 판매 가격까지 함께 올려버린 것이다.
모 대형 판매업체에서는 하루 1인 1개만 구입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기도 했는데, 그 가격이 파동 전 가격의 두 배에 가까웠다. 시간이 지나며 홍수 피해는 복구가 됐고, 생산 공장은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HDD의 가격은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1년 전 약 7만 원대에 판매됐던 2TB 제품들이 현재 평균 12만 원대에 팔리고 있다. 꾸준히 하락하고는 있지만 500GB, 1TB 제품 또한 예전 가격보다 최소 10~40% 상승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홍수 피해를 입은 업체나 입지 않은 업체가 일시에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은 괘씸하지만, 그로 인해 SSD 시장이 성장하고 가격 경쟁력이 생겨 급기야 HDD의 입지를 위협할 정도가 됐으니 자업자득이라고 할 만하다.
CD에서 mp3로의 변화만큼은 아니겠지만, 머지않아 물리적인 회전동작으로 데이터를 읽는 방식의 저장장치는 플래시 메모리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대비 성능으로 경쟁해야
그래도 아직까지 HDD 시장은 활발하다. 성능 면에서는 SSD가 압도적이지만, 아직 같은 용량을 구현하기에 SSD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60GB SSD를 구매하는 가격으로 HDD는 500GB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저가형이나 사무용 PC에는 아직도 HDD가 대세이다. 또한 64GB 제품을 메인 드라이브로 사용한다고 해도 OS, 사무용 프로그램 등 필수 유틸리티를 설치하고 나면 여유 용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 추가적인 프로그램 설치가 어려울 수 있다. 용량이 큰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약 20GB의 여유 공간이 필요한데, 60GB 제품을 사용하면 자칫 용량 부족으로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기자를 기준으로 저장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블루레이 타이틀 립 파일의 경우 영화 한 편에 20GB가 넘는다. 영화 다섯 편만 블루레이에서 파일로 추출하면 100GB를 넘겨버려 SSD만으로는 용량이 절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진 파일 또한 DSLR에서 포토샵 수정용 RAW 파일로 촬영하면, 사진 파일 하나에 10MB를 넘겨 행사 한 번 다녀오면 2~3GB는 우습게 잡아먹는다. 때문에 기자의 PC에는 프로그램 설치용 64GB SSD를 제외하고 가지고 있던 3개의 HDD를 모두 추가해 약 1.6TB의 저장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마저도 항상 절반 정도는 파일로 가득해 항상 용량 관리가 관건이다.
가장 효율적인 저장공간 구성
SSD(부팅) - Liteon S200 128GB
프로그램 설치 용량도 부족하지 않고, 고용량의 데이터 저장도 문제없는데다가 속도까지 빠른 시스템. OS 및 프로그램은 SSD로 구동하고 데이터 저장은 HDD로 하는 것이 최선이다. 오피스 프로그램, 게임 등 많은 프로그램을 설치해야하는 사용자는 128GB 이상 고용량 SSD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기자가 여러 단위의 SSD를 사용해 본 결과 64GB는 약간 모자란 감이 있다. 각종 활용 프로그램과 테스트 게임들, 프로그램을 설치하려 하니 최저 45MB가 남는 비참한 상황까지 목격한 바 있다.(역시 게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소한의 공간을 활용하겠다는 생각보다는 120~128GB 제품으로 여유 있게 사용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HDD(저장) - Seagate Barracuda 2TB
HDD는 최근의 고용량 추세에 따라 2TB 제품을 추천한다. ‘많이 사면 싸다’는 당연한 논리는 HDD에도 적용된다. 씨게이트 바라쿠다 시리즈는 1TB 제품이 8만 원대, 2TB 제품이 12만 원대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저장장치는 PC 전체를 새로 구입해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작은 용량을 구매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는 순간이 오게 된다. 또한 가격 때문에 500GB 제품을 하나씩 구매하다 보면 기자처럼 PC에 HDD를 장착할 공간이 없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지금으로서 가장 적절한 용량이 1TB라고 생각하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2TB 제품을 구매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참고로 씨게이트 2TB 제품의 경우, 플래터가 2장인 제품과 3장인 제품이 있다. 2TB 제품의 우측 상단에 둥근 ‘ㄱ’자 형태로 파인 부분이 있는데, 얕게 파인 것이 플래터가 3장인 제품이고, 깊게 파인 것이 2장인 제품이다. 당연히 플래터가 적은 것이 플래터 당 1TB가 할당돼 있고, 3장에 비해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직접 매장에서 구매한다면 꼭 확인하고 구매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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