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사랑 막내기자, 용산컴퓨터상가 하루를 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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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사랑 막내기자, 용산컴퓨터상가 하루를 일하다
  • PC사랑
  • 승인 2007.03.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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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관련해 곳곳을 누비는 ‘IT 현장헤집기’가 이번호엔 용산의 컴퓨터 부품가게를 갔다. 이곳에서 기자는 하루 동안 가게 직원이 돼 함께 일했다.
기자가 일하기로 한 곳은 나진상가에 있는 테라컴이다. 이곳에서 직원들과 같이 제품을 팔고, 택배를 싸고, 컴퓨터를 조립하면서 용산 컴퓨터 상가의 하루를 엿봤다.
 
 
요즘 용산 컴퓨터 가게는 물건을 매장에 쌓아놓고 파는 경우가 드
물다. 가격비교 사이트가 생긴 이후 부품 값이 수시로변하기 때문에 재고를 떠않고 있을 수가 없다. 발품손님들이 많이 찾는 선인상가 쪽은 그나마 매장에 어느 정도 물건을 가져다 놓고 판다. 온라인 판매나 인터넷으로 가격을 보고 찾아온 손님들을 주로 상대하는 나진상가 가게들은 매장에 물건이 많지 않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선인에 비해 나진상가가 값은싸지만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손님이 와서 가격을 확인하고 부품을 주문하면가게에선 각 부품별 총판에 그때 그때 물건을시킨다. 총판에서 가게로 물건이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20분 정도. 사람이 많은 시간엔그 이상도 걸린다. 부품을 여러 가지 살 땐 시킨 제품들이 가게에 오는 시간이 제각각이라 나머지 제품들이 빨리 왔어도 제일늦게 오는 물건까지 기다려야 한다.
“CPU하고메인보드하고 하드좀보러왔는데요”
손님이보는앞에서인터넷견적서를통해찾는부품과가격을보여줬다.
“램하고그래픽카드도 보여주세요”
“파워랑케이스도볼께요”
 
 
11시 20분 쯤 서미경 실장(40)이 가게에 출근했다. 서실장은 박익성테라컴대표(41)의부인이기도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자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가게앞 복도는 물건을 시키는 사람, 시킨 물건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사람으로 붐볐다.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어떤 손님이 어떤 제품을 시켰는지, 누가 기다리는 손님이고 누가 새로 온 손님인지 헷갈렸다.
“손님뭐찾으시는거있으세요?”
“주문하고기다리는중인데요.”
“네…. 죄송합니다”
민망해지는 순간이다.
손님이 많아지니 총판에서 물건이 오는 시간도 더 길어졌다. 오래 기다리는 손님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총판에 물건을 빨리 보내달라고 다시 전화를 한다. 물건이늦어져 기다리는 손님이 많아지면 그만큼 신경이 그쪽으로쏠릴 수밖에 없다. 가게에 기자까지 5명의 직원이 있었지만손님 맞으랴 총판에 주문하랴 총판에서 온 물건 받으랴 온라인 관련 업무 보랴 눈코뜰새 없이 바쁜 가운데 점심시간이 지나고있었다.
 
 
금요일이라 유난히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았다. 붐비는 손님 틈바구니에서점심을먹을짬을내기도쉽지않았다.
“식사하고하세요.”
서미경 실장이 먼저 식사할 것을 권했다. 돌아가면서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나와 서실장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 근처 식당에 배달시킨백반은벌써30분전에와있었다.
“직원들이 같이 밥을 먹을 수도 없겠네요?”
“손님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아무도 안 지키고 전부 밥 먹으면 욕 먹죠”
서실장이웃으며말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제육볶음, 계란찜, 오이지, 햄 부침, 김 등 밑반찬이 화려했다. 하지만 음식 맛을 느낄 여유는 없었다. 서둘러식사를마치고손님을맞기위해일어섰다.
이어 공대리, 김주임, 박실장이 앉아서 밥을 먹었다. 기자가 손님을맞으며 이것저것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통에 그들 역시 맘 편히 식사를하지는못했다.
오후 3시 쯤 박익성 대표가 가게에 나왔다. 다른 날보다 가게에 나온시간이 늦었다고 한다. 박대표는 사람을 만나고 오느라 늦었다고 했지만“사진 찍힐까 봐 늦게 나온다고 했다”고 이미 서미경 실장에게 이야기를들은참이다.
 
 
한참 일을하고 있는데 전화상담을 하던 공대리의 목소리가커졌다.
“AS 센터에서이상없는제품으로교환해드린거라니까요.”
공대리가 전화에 대고 말했다.
“그러니깐반말은하지마세요!”
공대리 목소리가 커진 이유는 전화를 건 손님이 화가 나서 계속 반말을했기 때문이다. AS가 들어온 부품을 센터에 맡겨 바꾼 후 가게에서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보낸 제품이 여전히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항의 전화였다. 손님은 이상 없다는 제품이 움직이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고, 공대리는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보낸 제품이 이상하다니 역시 답답할 노릇이다. 그러던 중에 나이 많은 손님은 반말을 하기 시작했고, 이에 흥분한 공대리 목소리도 커졌다. 다행히 서로 거친 말이 오고가지는않고다시제품을교환해주기로하고마무리됐다.
“사태가좀더커져서거친말이오가길은근히바랬는데…”
“잡지에실릴까봐, 그래서참았어요”
일을다마친후농담을건네자공대리가웃으며말했다.
 
 
손님이 가게로 와서 찾아가겠다면서 ODD를 제외한 부분 조립을 부탁한시스템 조립을 맡았다. 조립을 여러 번 해봤지만 내 것을 할 때와 남의 것을 할 땐 다르다. 게다가 돈을 받고 팔아야 하는 물건이다 보니 적잖이 긴장됐다. 그래픽카드까지 끼우고 거의 조립을 마쳤다. 아뿔사, 메인보드백판넬을 끼지 않았다. 내 컴퓨터를 조립할 때는 백판넬을 끼우지 않다보니 미처 생각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다. 결국 케이스에서 메인보드를떼어내고처음부터다시조립을하는수밖에없었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온 제품들을 싸서 가게 앞에 내 놓으면 택배회사에서 수시로 지나가며 물건을 가져갔다. 그동안 총판 직원들도 수금을 위해 가게를 찾았다. 총판과 가게 사이에 대금결제일은 각각 다른데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곳이가장 많다고 한다. 때문에 금요일에 가장 많은총판직원이드나든다.
일이 끝나갈 쯤 포장한 물건을 들다 허리를삐끗했다. 평소에 운동이 부족했던 탓이다.그렇다고 누구한테 말할 상황도 아니었다. 택배 물건을 싸는 것을 마치고, 택배 회사 직원이와서 마지막 박스를 가져간 시간은 오후 7시 10분이었다.
“원래이시간이면일이끝나나요?”
“오늘은 일찍 끝났네요. 늦으면 9시까지도 가는데…”
박과장이말했다.
“한기자님이 있어서 좀 더빨리 끝난것 같네요”
왠지 대답을 유도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도 도움이됐다는말에약간은우쭐해진다.
 
 
가게 안을 청소하고 셔터를 완전히 내렸다. 박대표에게 물어보니 이날 매상은 온라인 2천만 원, 오프라인천만 원 정도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단다. 요즘은PC 부품 성수기라 이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직원들과 저녁을 함께하고 헤어지니 밤 9시다. 용산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다 보니 피곤이 확 몰려왔다.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데 비틀즈의 노래가 절로나왔다.
It's been a hard day's night, and I've been working like adog
(오늘은 힘든 날이었어. 난 개처럼 열심히 일했어)
It's been a hard day's night, I should be sleeping like a log
(오늘은 힘든 날이었어. 난 통나무처럼 누워서 자야해)하지만 막상 집에 도착해선 아까 삐끗했던 허리가 아파 제대로눕지도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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