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게임 -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오른쪽... 아차! 파이널 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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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게임 -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오른쪽... 아차! 파이널 파이트
  • PC사랑
  • 승인 2013.09.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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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난관을 돌파하고 천신만고 끝에 첫 스테이지의 보스와 대면한다. 정정당당한 승부의 의미로 첫 주먹을 교환하는 간, 게이머의 스틱과 버튼은 서서히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보스를 도와 줄 부하들은 등장할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쩔맨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좌측 2연타, 우측 헛손질을 반복하던 주인공은 끝내 한 대도 맞지 않고 보스를 러뜨리고 만다. 단지 이것 때문에 유명해진 횡스크롤 액션 게임, 파이널 파이트다.

정환용 기자
 
 
횡스크롤 액션의 양대산맥

‘ 캐딜락 앤 다이너소어’와 함께 오락실의 횡스크롤 게임을 지배했던 파이널 파이트’. 마샬아츠 사내 코디와 기괴한 근육질의 시장 해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코디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해거의 딸 제시카가 마피아 매드 기어에 납치돼 그녀를 구출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것이 게임의 배경이다. 여기에 친구 따라 강남도 갈 코디의 친구가이가 합세해 제시카를 구하기 위해 슬럼가로 뛰어든다.(납치된 것이 들이었다면 이 게임은 탄생하지 않았을 듯하다.)
 
우측의 덩치 해거는 전 길거리싸움의 챔피언이자 현재 메트로 시티의 시장이다. 게임에서조차 등용문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조작은 매우 단순하다. 세 캐릭터는 기본 4~5연타 일반 폭행을 기반으로 사물을 이용한 특수폭행, 위기탈출 제살 깎아먹는 필살기를 구사한다. 여기에 상대방을 잡아 니킥을 날리고 집어던지도 하며, 심지어 주변에 떨어진 쇠파이프나 단검을 사용하기도 한다. 액션 게임이다 그렇다지만, 어찌 보면 악당들은 납치를 해도 하필 이런 애들의 여자를 골랐는지 불쌍하기까지 하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등장하는 졸개들은 게임기계가 잘 작동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적은 NPC중 가장 덩치가 큰 앙드레 가족이다.(믿어지는가? 게임에 등장하는 호피무늬 애호가들이 모두 가족이라니!) 처음에는 중간보스 격으로 등장하더니 3스테이지부터는 일반 PC처럼 심심하면 나타나 주인공을 괴롭힌다. 폭주족 액슬과 슬래시는 NPC 중 유일하게 방어를 하기 때문에 짜증을 유발하지만, 붙잡아 던져주면 간단히 나가떨어진다. 화면 좌우에서 나타나 칼이나 화염병을 던지는 할리우드와 엘 가도는 체력이 약하지만 칼 두 자루를 쥐고 점프해 캐릭터의 머리를 노리기도 하니 조심해야 한다. 보스 캐릭터를 제외하고도 자잘한 적들이 저마다 공격 패턴과 특성을 가지고 있어 스테이지 4를 넘어가면 빠른 진행보다는 생존을 우선해 움직이는 민첩함이 요구된다.
 
레슬러 ‘앙드레 더 자이언트’를 토대로 만든 적 앙드레. 2인 플레이 시 스테이지 3에선 무려 세 명의 앙드레가 캐릭터들을 괴롭힌다. 누가 레슬러 아니랄까봐 무대도 철창 링이다





총 6개의 스테이지마다 다른 기술의 보스들이 포진해 있다. 무조건 때려눕히는 공략보다는 적의 특성을 알고 덤비는 것이 동전을 아끼는 길이다.
 
 
 
아직도 남아 있는 우울한 기억

사실 횡스크롤 액션 게임은 특별한 공략이 많지 않다. 슈팅 게임처럼 진행 코스나 적의 위치를 외워야 하는 것도 아니고, 대전 액션처럼 캐릭터의 기술을 익힐 필요도 없다. 약간의 보스 공략 노하우만 알면 클리어가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호에 이 게임을 선정한 이유는 기자의 기억에 이 게임은 즐겁기보다는 우울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을 해봤다면 스테이지 1의 보스‘댐드’의 공략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주인공 코디를 기준으로 우측에 보스를 두고 일반 공격 2연타를 먼저 먹인다. 그리고 잽싸게 주먹을 왼쪽으로 돌려 헛손질을 한 번한다. 그리고 다시 보스 2연타. 이를 계속 반복하면 중간에 졸개들을 불러들이지도 못하고 체력이 다해 쓰러진다. 2스테이지부터는 먹히지 않는 방법이지만, 기자는 어린 시절 이 공략을 몰라 스테이지 1을 클리어하는 데만도 숱한 동전들을 오락실에 헌납해야 했다. 게다가 파이널 파이트의‘꼼수’는 또 있다. 2스테이지에서 지하철을 타기 전에 맵 가운데의 쓰레기통에 올라가 있으면 게임 속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싸우지 않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또한 지하철의 끝에 모여 있는 다수의 오크통(지하철 마지막 칸에 오크통 한 무더기?) 위에 올라서면 적들이 더 다가오지 않고 또 그냥 넘어간다. 이른바‘ 시간끌기’전략으로, 약간의 여유를 가진다면 힘들이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비장의 꼼수다. 기자는 이 공략법들을, 무려 게임을 클리어하기 전까지 하나도 몰랐다. 오로지‘적은 깡패지만 나는 정공법으로’라는 말도 안 되는 정의감에 불타올라 몇 주치 용돈을 쏟아부었다.‘댐드’가 문을 부수고 나오기 전에 앞에 있는 졸개들을 먼저 처리하는 정도가 기자가 아는 공략의 거의 전부였다. 결국 매드 기어의 보스 벨거를 빌딩 밖으로 떨어뜨리고 난 뒤 쿨한 척 엔딩도 보지 않고 오락실을 나섰고, 며칠 뒤 다시 찾은 오락실에서 위와 같은 비기를 알게 된 후 허탈했던 기억이 난다.(이 글을 쓰다 보니 그때의 아픈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제길.) 이번 추억의 게임은 기자에겐 아픈 추억에 더 가깝다. 비록 게임 진행을 조금 앞당겨 주는 팁 정도에 불과했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그 공략을 모르는 대가가 너무나 컸다. 이 게임 덕분에 오락실에서 어머니께 잡힌 적이 몇 번이며, 동전이 더 없어 마지막 보스를 눈앞에 두고 폭탄과 함께 생을 마감해야 했던 적이 몇 번이었는가. 아마 이 시기부터 게임 공략을 열심히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차근차근 알아가며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게이머의 정신 건강을 위해 게임의 기본 정보와 간단한 공략은 숙지하는 것이 좋다. 이는 오락실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먼저 길을 닦아놓은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져 보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끝을 볼 생각도 해 보자. 아케이드 게임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적은 돈으로 클리어하는지 여부다. 액션이나 건슈팅에서 원코인 클리어가 왜 대단한 것인지는 해본 사람만 안다. 기자는 지금 다시 해본다 해도 그때처럼 백 원짜리동전을 신경질적으로 기계 앞에 쌓아둘 것이 뻔하다. 이 게임 말고도 어린 시절 기자에게 치욕과 굴복의 나날을 선사했던 악독한 게임의 기억들이 많이 남아 있으니, 독자들께서는 계속해서 기자를 비웃으며 즐겨주시기 바란다.
 
꾸준한 버전업으로 2010년에는 PSP, PS3용 타이틀 ‘파이널 파이트 : 더블 임팩트’가 출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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