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Q메신저의 아버지 마화텅
연매출 약 14조 2,977억 원, 순이익 약 4조 3,129억 원, 시가총액 178조 원. 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작년 한 해 동안 기록한 실적이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서비스 기업인 네이버의 2014년 매출은 2조 7,619억 원, 순이익은 4,566억 원, 시가총액은 약 23조 원에 달했다. 10여 년 전 텐센트가 처음 상장할 당시에는 네이버(당시에는 NHN)와 비교할 수 없는 작은 회사였지만, 4년 후인 2008년 네이버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고, 그 다음해부터는 네이버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 1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구글, 아마존에 이은 세계 3위의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했다.하지만 의외로 텐센트의 성장 신화에 비해 창업자인 마화텅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화텅은 고위공직자 출신의 아버지 덕에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경제적 어려움 없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1971년생인 그는 1989년에 선전대학에 입학해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1993년 졸업 후 선전룬쉰이라는 중국의 통신회사에 입사했다. 선전룬쉰에서 마화텅은 무선호출기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회사를 나와 창업을 준비한다. 1998년 11월 마화텅은 한 살 아래의 친구인 장즈동과 둘이서 ‘선전시 텅쉰 컴퓨터시스템 유한공사(이하 텐센트)’를 설립한다. 대학시절부터 별명이 해커였을 만큼 컴퓨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마화텅이 컴퓨터 사업에 뛰어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초기 투자금인 12만 달러는 마화텅이 그 동안 주식투자 등으로 벌어둔 자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자금만으로 사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을 것으로 보이며, 상당부분을 부모님에게 빌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창업 초기 마화텅의 어머니가 텐센트의 지분 중 60%를 보유하고 있었고, 법인의 대표이기도 했다. 마화텅이 처음 시작한 사업은 이메일 서비스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고,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외주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하곤 했다. 당시 서양에서는 ICQ라는 이스라엘 출신 개발자가 만든 메신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마화텅은 1999년 2월 ICQ를 모방한 QICQ를 만들어 중국내 메신저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QICQ는 서비스 두 달 만에 2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마화텅은 유료로 다운로드 받아야 했던 QICQ 메신저를 무료로 제공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이러한 판단은 대성공을 거둬 QICQ의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다.그런데 한참 분위기가 좋았던 1999년 8월 ICQ 서비스를 인수한 미국의 인터넷서비스 회사 아메리칸온라인(AOL)이 QICQ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패한 텐센트는 2001년 4월 QICQ를 QQ메신저로 이름을 바꾸고 무단으로 사용해왔던 이미지 소스도 모두 새롭게 교체했다. 한참 성장세에 있던 메신저 서비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태였지만, 오히려 QQ라는 이름이 이용자들의 호감을 사면서 상승작용을 불러일으켰다.황금알을 낳은 QQ메신저
텐센트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QQ메신저는 1999년 10월 100만 명의 가입자를 돌파했고, 2000년 6월 1000만 명, 2002년 3월에 1억 명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하는 인터넷 산업과 맞물려 빠르게 이용자를 늘려나갔다. 그리고 2009년 2분기에 9억 9000만 명의 가입자를 돌파해 지금은 10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하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메신저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물론 그 대다수가 중국인이거나 중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중국내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치고 QQ메신저 ID가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QQ ID가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사용된다고 하니 그 위상을 짐작케 한다. 그리고 이는 텐센트가 인터넷 사업을 전개하는데 강력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그러나 QQ메신저의 급성장으로 발생한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은 양날의 칼이 되어 텐센트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이때 텐센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미디어 그룹 내스퍼스(Naspers)였다. 2001년 내스퍼스는 자회사인 MIH를 통해 350억 원을 투자하는 대신 텐센트의 지분 46.5%를 매입했다. 이 투자 덕분에 텐센트의 숨구멍이 트이기는 했지만,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투자금도 언젠가는 바닥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위기 속에서 궁여지책으로 2002년 한때 QQ메신저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했었지만, 이용자들의 반발과 경쟁 서비스의 성장세에 다시 무료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를 벤치마킹해 아바타 꾸미기 아이템 등을 판매하기는 했지만, 서비스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만족할만한 수익을 창출해내지는 못했다.그러나 QQ메신저가 가진 잠재력만큼은 무궁무진했다. QQ메신저가 보유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저풀은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가 됐다. 2003년 시작 한 게임 서비스를 비롯해 각종 콘텐츠 사업과 검색, 광고, 모바일 서비스, 전 자거래, 소셜커머스, 금융 등 인터넷으로 가능한 거의 대부분의 사업에 손을 뻗치고 있으며, 그 근간은 모두 QQ메신저가 보유한 방대한 가입자 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QQ메신저를 통해 게임의 광고를 내보내고, 광고를 접한 QQ메신저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경우 별도의 가입절차 없이 바로 QQ ID로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통합 계정 환경을 일찍부터 구축한 것이다. 최근 모바일게임의 카카오 서비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처럼 텐센트는 QQ메신저의 성공을 기반으로 하나씩 서비스를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워 왔으며,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다시 공격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이제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회사로 거듭났다.중국 1위의 게임 퍼블리셔
지금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게임 시장인 중국이지만, 처음 시작은 우리나라보다 다소 늦었다. 이때만 해도 온라인게임 개발력에서 국내 회사들이 중국을 압도했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국산 온라인게임을 수입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중국의 대표적인 게임 퍼블리셔 중 하나인 샨다는 2001년부터 액토즈소프트에서 개발한 ‘미르의 전설’을 서비스하면서 중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수익모델에 고민하던 텐센트에게도 게임 서비스는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었다. 텐센트는 2003년부터 국내 개발사들과 접촉하며 게임을 수입해 오려 했지만, 그때만 해도 중국의 생소한 중소기업에 선뜻 게임을 제공하려는 업체는 많지 않았다. 텐센트가 어렵사리 계약을 성사시켜 처음으로 서비스한 게임은 이매직이 개발한 ‘세피로스’로 계약금 6만 달러에 로열티 30%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게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좋은 게임을 가져와야 했지만, 당시에만 해도 ‘미르의 전설’로 큰 성공을 거둔 샨다를 선호하는 국내 기업들이 많았고, 이렇다 할 실적도 없는 텐센트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려는 회사는 없었다. 국내 게임 회사들의 담당자들이 아예 텐센트 관계자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고 하며, 텐센트 관계자가 넥슨의 워크샵까지 쫓아가 담당자를 만났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이렇게 어렵사리 국내 게임들을 모셔가야 했던 텐센트가 게임 시장에서 극적인 반전을 마련한 것은 ‘던전 앤 파이터’와 ‘크로스 파이어’가 연달아 대박을 터트리면서부터다.텐센트가 2007년 많은 국산 게임들 중에서도 딱히 눈에 띄지 않는 ‘크로스 파이어’를 선택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서비스 초기 중국에서의 동시 접속자는 예상을 밑도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텐센트는 ‘크로스 파이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 역시 텐센트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중국 게이머들에게 최적화된 형태로 게임을 개선해 나갔다. 이런 노력에 대한 보답이 마침내 2009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9년 처음으로 동시접속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한 ‘크로스 파이어’는 2010년에 200만 명, 2011년에는 300만 명이라는 동시접속자를 기록하며 역사를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9월에는 400만 명의 벽마저 넘어버렸다. 현재 ‘크로스 파이어’가 기록한 최대 동시접속자 수 420만 명은 온라인게임 역사상 최고의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크로스 파이어’와는 달리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던전 앤 파이터’ 역시 중국내에서 동시접속자 수 300만 명을 기록하면서, ‘크로스 파이어’와 함께 텐센트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앤 소울’과 ‘MXM’ 등 국내의 주요 개발사들의 게임을 거의 독점적으로 중국 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중이다.역전된 위상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산 게임을 수입해 가기 위해 철저히 을(乙)의 입장에 서야 했던 텐센트.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텐센트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10년 사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게임 시장으로 성장했고, 전 세계의 온라인게임 회사들과 모바일게임 회사들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에서는 외국계 기업이 독자적으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기업과 손을 잡아야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중국 1위의 게임 퍼블리셔인 텐센트에 많은 기업들이 달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슈퍼 갑(甲)이 된 텐센트는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서비스할 게임을 걸러내고 있다.텐센트의 내부 심사는 총 6단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차는 기술 테스트, 2차와 3차는 두 번의 알파 테스트, 4차는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인데, 4차의 CBT에서 1주일 동안의 이용자 잔존율이 25%를 넘지 않으면 탈락하게 된다고 한다. 4차를 통과하면 이후 프리 오픈 베타 테스트를 거쳐 정식 서비스에 들어갈 수 있는데, 테스트 과정에서의 성과에 따라 계약 조건도 달라진다고 하니 마지막까지 난관의 연속이다. 게다가 모든 심사를 뚫고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게임 회사들이 앞 다투어 텐센트에 몰리고 있지만, 서류 단계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하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텐센트의 게임부문 매출은 2011년 25억 달러로 세계 6위에 올랐고, 2012년에는 36억 달러로 5위, 그리고 마침내 2014년 약 5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2014년 역시 72억 달러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텐센트의 2014년 매출이 약 14조 원 이었으니 절반 이상이 게임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 중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수입해 간 게임들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텐센트의 성공이 국내 게임 덕분이었을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외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국내 게임의 영향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QQ메신저로 확보한 막대한 잠재적 고객을 철저히 관리하고 활용하면서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전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을 내수 시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긴 했을 것이다.공격적인 투자 전략
텐센트를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사실 하나는 바로 적극적인 인수합병이다. 텐센트는 게임 사업을 통해 얻은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투자를 지속해 오고 있다. 2008년 인도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MIH를 인수했고, 2010년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소셜네트워크 기업과 게임 회사를, 2011년에는 미국의 게임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인수합병은 아니지만 2012년 우리나라의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720억 원을 투자해 현재까지 다음카카오의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이외에도 넷마블을 비롯해 국내의 크고 작은 회사들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어, 이러다가 사실상 국내 게임 업계가 통째로 텐센트에게 먹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는 상황이다.사실 이런 텐센트의 적극적인 투자 마인드는 창업자인 마화텅이 아니라 대주주인 내스퍼스의 영향이라는 주장도 있다. 앞서 잠깐 언급한 내스퍼스는 현재 텐센트의 지분 33.6%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이자 실질적인 모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2001년 350억 원을 투자해 14년이 지난 현재 50조 원 이상의 규모로 불렸으니 엄청난 수익률을 거둔 셈이지만,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텐센트의 주식을 팔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최대 주주로 군림하고 있다. 내스퍼스는 1915년 설립된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가 깊은 회사로 제이콥 페트스 베커(Jacobus Petrus Bekker)가 1997년 내스퍼스의 최대 주주이자 대표이사가 되면서 지금까지 주가를 30배나 높였다고 한다. 특히 대표 이사 취임 당시부터 인터넷 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중국 시장을 눈여겨보다 텐센트에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런 내스퍼스의 영향이었을까? 텐센트의 창업자인 마화텅도 평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수 합병의 중요성을 자주 어필했다고 하며, 실제로도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 합병으로 텐센트를 세계에서도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물론, 텐센트의 투자가 항상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텐센트는 스튜디오 혼, 탑픽, 레드덕 등 국내의 중소 게임 개발사에도 각각 수십억 원 규모의 투자를 했지만, 아직 이쪽에서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텐센트의 정말 무서운 점은 내스퍼스와 마찬가지로 단기적인 성과를 바라본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 필지 모르지만 일단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뿌려 두고 지켜보는 인내심이 성공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현재 텐센트는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사업에 손을 대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새롭게 개발한 사업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사업을 모방하고, 발전시킨 것들이다. 그런데 그 대부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 텐센트의 놀라운 점이다. 창의적이거나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야 말로 텐센트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볼 수 있겠다.이런 전략이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는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사 내용 정정
라이엇 게임즈 측에 따르면 텐센트에 투자를 받았으나 인수가 추진된 적은 없고, 정확한 지분 비율 및 금액 또한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또한, 미국 본사 주도하에 어떤 경영권에 대한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운영 중이며, 텐센트는 라이엇 게임즈의 투자자이자 중국 내 퍼블리셔 기업입니다.따라서 텐센트가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텐센트가 라이엇 게임즈에 지분을 투자한 것으로 정정합니다.
저작권자 © 디지털포스트(PC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