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NC)소프트 악화일로... 지스타서 B2B 부스만
사상 초유의 영업적자, 2012년 이후 첫 희망퇴직
과거의 영광 '리니지라이크' 딛고 일어서 반등 가능할까
[디지털포스트(PC사랑)=이백현 기자] 엔씨소프트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3분기 성적은 사상 초유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으며, 2012년 이후 처음으로 500여명의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등 악화일로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지스타 2024’에서도 B2B관에만 부스를 냈다. ‘스타트업 위드 NC’라는 부스명으로 매년 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의 일환이다. 2023년 지스타에서 200개 규모의 부스로 신작 홍보에 분주했던 것과는 사뭇 온도차가 느껴진다.
이런 온도차는 최근 엔씨 신작의 전반적인 부진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엔씨는 소위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계속해서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리니지라이크란 엔씨의 대표작, ‘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성을 가진 게임을 일컫는다. ‘로그라이크’란 게임 장르가 ‘로그’란 게임에서 유래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로그라이크’가 단순히 게임 장르를 명명하는 중립적인 표현인 데 반해, 리니지라이크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비판의 의미로 사용된다. 리니지라이크는 유저들 간의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고, 그 과정에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Pay-to-Win)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용어가 대중화된 것은 엔씨가 2021년 출시한 ‘트릭스터M’이 기점인데, 엔씨가 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성을 가진 게임을 IP(지적재산권)만 달리해 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표현이 정착됐다.
주로 그래픽과 유저 인터페이스만 다르고, 게임의 핵심 요소와 수익 모델(BM)은 비슷한 게임을 지칭할 때 사용되기 때문에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 리니지라이크는 일종의 ‘멸칭’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유사한 게임성을 가진 게임에 다른 껍데기를 씌워 파는 회사’라는 비판이 리니지라이크란 이름에 따라다니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처음 직면했을 때 곧바로 개선을 꾀했다면 엔씨 초유의 영업적자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2021년-2022년까지만 해도 리니지라이크는 소위 ‘돈을 되는’ 게임이었고, 엔씨가 당장의 매출을 보장해주는 수익 모델(BM)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 결과, ‘오딘:발할라 라이징’ 등, 회사 밖에서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할 무렵에도 엔씨의 관심은 오로지 ‘리니지’의 아류작을 확대하는 데 있었다.
영원할 줄 알았던 리니지라이크 사업에 적신호가 들어오면서, 엔씨는 변신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엔씨는 올해 장르·플랫폼 다변화를 내세우며 퍼즐 게임 ‘퍼즈업 아마토이’,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 크러쉬’, 수집형 RPG ‘호연’ 등 리니지라이크를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신작을 출시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엔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없었다. 퍼즈업 아마토이에 이어 배틀크러쉬까지 동시접속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 출시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다. ‘호연’은 출시 후 반짝 구글플레이 매출 20위권에 진입했으나, 이후 90위권에 머물며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리니지라이크’를 탈피하려는 엔씨의 도전은 왜 통하지 않았을까. 왜 게이머들은 ‘엔씨 게임’에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일까.
코어 게이머들은 결국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은 ‘돈을 버는 방식’을 지목한다. 유저 간 경쟁과 갈등을 유도하고, 이기기 위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야 한다는 수익 모델(BM), 즉 리니지라이크의 그림자가 엔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호연’의 경우, 리니지라이크의 특징인 유저 경쟁 콘텐츠, 무제한 PVP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랭킹이 매겨지는 콘텐츠에서 상위 순위를 차지하면 캐릭터에 높은 능력치를 부여해,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의 경쟁을 부추긴다.
이는 엔씨가 부분적으로 리니지라이크에서 벗어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재미있는 게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돈을 버는 방식(BM)’을 응용하는 데 골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엔씨는 리니지라이크의 요소 전체를 차용한 결국 ‘껍데기만 바꾼 리니지’가 먹히지 않으니, 대신 리니지라이크의 일부분만 적용한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그렇다면 엔씨는 과연 리니지라이크가 초래한 ‘보릿고개’를 벗어날 수 있을까? ‘호연’ 개발팀 100여명 감축에 이은 500여명의 희망퇴직, 그리고 초유의 영업적자 사태를 벗어나 재반등을 노릴 수 있을까?
당분간 엔씨는 시행착오라는 긴 터널을 지나야 할 전망이다. 겉보기에 리니지라이크를 포기한 엔씨의 전략은, 외부에서 보기에 ‘티 안나는 리니지라이크’이기 때문이다. 엔씨는 무엇이 재미있는 게임이고, 이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고민하지 않은 시간이 지나치게 길었다. 습관을 바꾸는 건 어렵고 체질개선 또한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게임에 어떤 수익 모델(BM)을 적용시킬까 고민하기 이전에, 우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엔씨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게임이 항상 많은 돈을 벌어다주지는 않는다는 건 이미 업계에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재미없는 게임은 돈을 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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