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별 생각이 없다가, 간혹 출력물을 서둘러 챙겨야 할 때가 있다. 마음은 급한데, 프린터는 인쇄물에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느긋하다. 두세 번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인쇄 속도에 불만이 쌓이게 된다. 여기에 인쇄할 분량이 많아 양면 인쇄를 수동으로 하다 보면 프린터가 미워지기까지 한다. HP의 ‘컬러 레이저젯 엔터프라이즈 플로우 MFP M577 시리즈’(Color LaserJet Enterprise Flow MFP M577, 이하 M577)는 중형 크기에 인쇄, 복사, 스캔, 팩스 등의 기본 기능을 갖춘 컬러 레이저 프린터로, 자동 양면 인쇄는 물론 단면 인쇄 속도로 양면 스캔까지 해낸다. 기특하다.
▲ 리뷰에 사용한 제품은 상위 모델 M577z다. 터치 디스플레이 하단에 숨겨진 키보드를 꺼내면 워크플로우가 대폭 향상된다. 다른 2개 모델(M577dn, M577f)에서 터치 디스플레이 왼쪽에 NFC Touch-to-print 기능이 추가됐고, HP 무선 다이렉트 기능 내장으로 Wi-Fi 무선 출력도 가능하다. 스캔 파일 형식도 하위 모델이 PDF, JPEG, TIFF, MTIFF, XPS, PDS/A를 지원하는 것을 포함해 더 많은 형식을 지원한다.
▲ M577은 A4, A5 용지 크기를 기본으로 출력한다. A3 크기 인쇄에 대한 아쉬움이 약간 있다. 용지는 상단 ADF (Automatic Document Feeders, 자동 급지장치)에 100매, 하단 공급함에 550매를 채워둘 수 있다. 종이는 일반 용지부터 재생지, 중급지, 광택용지, 봉투, 라벨지, 색지, 불투명 필름 등 무척 다양하게 지원한다. 인쇄 속도는 다른 2개 모델보다 약간 느린데, 기술적으로 추가된 기능이 많아 충분히 상쇄된다.
▲ M577은 HP 508A 4색 토너가 기본 장착돼 출시된다. 사전에 설치된 토너로도 흑백 최대 6천 매, 컬러 최대 5천 매 인쇄가 가능하다. 이와 호환되는 대용량 버전 508X는 출력 용량이 508A의 두 배 가량이다. 장착 시 토너 윗부분이 살짝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아래부터 맞춰 넣으면 걸리는 일 없이 간편하게 장착할 수 있다.
▲ 키보드의 아래에는 자동 스테이플러가 배치돼 있다. 이 기능이 의외로 쓸 만한데, 약 15장, 최대 20장까지의 문서에 자동으로 스테이플러를 찍어준다. 문서를 정렬한 뒤 사진에 보이는 스테이플러 그림의 왼쪽 아래로 밀어 넣으면, 길이 약 1cm의 스테이플러가 가로로 찍힌다. 회의할 때 매번 손으로 찍는 것보다 고르고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
▲ M577의 오른쪽 측면에는 별도의 다목적 급지대가 있다. 일반 용지가 아니라 100매 이내의 특수 용지를 소량만 인쇄한다면 이 급지대를 이용하면 된다. 혹시 인쇄 중 종이가 걸리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측면 전체를 열어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출력테스트
PC와 연결한 상태에서는 USB 케이블 직접 연결과 네트워크 연결 등 모두 약 2%의 오차 내에서 출력됐다. 20장짜리 문서를 두 가지 상황에서 인쇄했을 때의 시간차는 1초 이내였다. 컬러 문서 출력에서 중간에 보정을 위해 잠시 딜레이되는 시간을 포함해도, 출력 속도는 고품질 모드인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빠르다고 할 수 있다.
흑백 문서의 속도는 소개 상의 스펙 거의 그대로였다. 1면 인쇄와 2면 인쇄 모두 속도는 비슷했고, 컬러와 달리 중간에 출력 이미지를 보정할 필요가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딜레이 없이 출력됐다.
컬러 인쇄는 1장 출력 시간은 비슷했으나, 인쇄 분량이 많을수록 중간에 출력 이미지를 보정하는 시간이 추가돼 흑백 문서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총 200장 가까이 뽑은 컬러 출력물 대부분의 품질이 균일했고, 원본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으나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색 재현율도 좋았다. 또한, 모바일 프린트의 테스트에서도 아이폰에서 사진 출력을 명령했을 때 9.34초 만에 출력이 끝나 빠른 반응 속도에 감탄했다.
인쇄 품질
흑백과 컬러 모두 테스트했는데 흑백에선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컬러 인쇄 품질의 차이는 출력물을 실제로 확인해본 결과 ImageREt 3600과 1200x1200 모두 구분이 잘 안 갈 만큼 뛰어난 수준이다. 인물 사진의 경우 모니터의 설정에 따라 원본과 출력물의 차이가 날 수 있는데, 기자는 사진 보정을 위해 모니터 밝기를 보통보다 밝게 해두는 편이라 화면에서 본 것보다 약간 어두운 출력물이 나왔다. 인물이 아니라 사물이나 풍경 사진의 출력물도 원본과 95% 이상 비슷한 결과물을 내줬다. 주로 출력하는 것이 문서나 PDF 파일이라면 품질 걱정은 접어둬도 좋을 만큼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