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내‘캔디폰’이 오늘은 제법 귀를 시끄럽게 한다. 돈 좀 빌려 쓰라고 몇 통, 카드깡 하라고 몇 통, 기억도 나지 않은 몇 개의 메시지와 전화들, 거기에 부재중 전화도 몇 개 찍혔으니 오늘로 비로소 내 휴대폰이 시계가 아니라는사실이밝혀졌다. 기특한 것! 할 일 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백수의 향연을 펼치던 오후 2시. 부르르~ 손안에서진동이느껴진다. 폴더를열어보니생전전화한통없던잡지사후배이름이떠있다. “웅, 너구나” “타잔형, 부탁이있어요” 연초가 되면 너나없이 건네는“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인사말도 없이 뜬금없이 웬 부탁? 거두절미 건넨 말은 원고 하나를 써 달라는 얘기다. 무한루트로 반복되는 백수와직장인의 경계에서 다시 백수로 돌아온 지금, 집에서 탱자 탱자 놀 바에는 뭔가 상큼한일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고픔은 나의 능력과 아무런 상관없는 일도 해야 한다고‘꼬르륵’신호를 보낸다. 별다른 고민 없이‘백수 5일차는 다른날로 넘기자’고 다짐하고 과감히 승낙을 했다. 한글문서 창을 띄우고 단오한 각오의 다짐 한 줄을 쓴다.‘ 일주일 동안 인터넷 접속 안 하기!!’혼자 방바닥을 긁는‘컴백 노총각백수’4일차에 배운 것은 인터넷이야 말로 친구요, 돈이요, 사랑이라는 것이었다. 낮시간부터 술 먹자고 친구를 불러낼 수도 없고, 불러내고 싶어도 백수 만나기 부담스러워 꼬리를 슬슬 빼는 친구들뿐이다. 인터넷이 있다면 얼굴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로 시간을 죽일 수도 있고, 온갖 낚시성 기사를좇아다니다보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있건만, 아! 고통스런 일주일을 어떻게 지낸단말인가! |
1월 4일목요일. 첫째날 인터넷을 접은 지 몇 시간이 됐다고 세상이 갑자기 막막하게 느껴진다. 친구들이 퇴근하기 전까지 집구석에 앉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밖에 나간다고 해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책을 볼까? 나하고는 안 맞다. 인터넷에서조차 스크롤을 내려야 하는 긴 글은 보지 않는 내가 그림 하나 없는 백지 속의 글자들과 시간을보내다니, 그건‘미션 임파서블!’이다. 그렇다면 열공을? |
이것 역시 나한테 맞지 않는다. 서울대학교 의예과에 들어가 의사가 되고 돈 많은 집 처자를 만나 개업의가되는 그런 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토플이니 토익 만점을 받아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에 들어가 억대 연봉을 받는 장미빛 꿈이 있는 것도아닌 나다. 꺾어진 30대에게 열공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 아니던가. TV를 볼까? 하지만 인정옥 작가의 대사 빨에 울고 웃었던 <네 멋대로 해라>와“내가 너무 굶었나봐”를 당당히 외치던 삼순이누나 이후로 그 어떤 드라마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월드컵이 매일 열리는 것도 아니다. 그럼 뉴스라도? 바비인형을 닮은 앵커우먼의 흥분된 목소리가 모두 진실이라고 믿기에는 세상을 너무 알아버린 나다. 개인기라고 우기는 연예인들의 수다는? 오, No! 결론은 인터넷뿐인 것이다. 포털 페이지는 내가 궁금해 하는 결혼과 파경에 얽힌 가십성 연예 소식이나 박지성이 맨체스터 몇번째 라커에 무엇을 집어넣는지까지 시시콜콜 다 알려준다. 서른 넘긴 노총각의 유일무이한 낙이 바로 이런 것들인데, 그런 나를 두고 일주일동안 인터넷을 하지 말라니! 밥을 먹지 말라고 하거나, 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 모를까 인터넷을,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닌 일주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21세기 인터넷 최강국 대한민국의 서울시민에게 가당키나 한 요구냔 말이다! 커서만 깜빡이는 한글 화면을 띄워놓고 있는 지금도 사실은 애타게 나를 노려보고 있는 익스플로러 아이콘을 클릭하고 싶다. 저것만 클릭하면 내가 상상하는 신세계가 펼쳐지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다. 다시 전화를 건다. “야! 도저히 안되겠다. 생각해보니까 인터넷 중독인 내가 어찌 일주일동안 인터넷을 안 쓰겠냐. 다른 사람 찾아봐라.”했더니, 이 후배 놈이 온갖 감언이설로 살살 꾀인다. “형, 원고청탁이 4개나 펑크 났어요. 좀 있으면 마감인데 하나도 한 것이 없어요. 부탁 좀 할게요. 원고료 빵빵하게 줄게. 업계최고로 보장할게. 제가 언제 형한테 부탁이나 했어요?” 하긴 우리는 생전 전화 한 번 없는 사이지. 난 네가 내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는 것도 신기했다. 결국 난 그 감언이설에 넘어가 다시 승낙을 하고 말았다(아, 기자들은 왜 이렇게 말을 잘 하는 거야? ㅡ.ㅡ;;). |
1월5일금요일. ‘다시’첫째날 ‘일주일 동안 인터넷 접속 안 하기’원고 청탁을‘다시’수락. 오후동안 무얼할까곰곰이 생각했다. 외출하고 돌아와 버릇대로PC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해 포털 사이트들을 돌아다니고, 온갖 루머를 접하면서 코웃음 치고,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콧방귀를 끼고,‘이런 말도안 되는 기사를 포털메인에 올리다니’하면서혀를 끌끌차고 싶었지만후배 얼굴떠올라 아쉽게도 접속을 못했다. |
내e-메일에무슨 생각지도 못한 당첨 소식이 들어온 것은아닐까? 내 블로그 방명록에 아리따운 여인이 찾아와 멋진 글에 감명을 받았다고 댓글을 달지는 않았을까? 광고창을 클릭하면 컴퓨터를 준다든가, 카메라가방을사면 DSLR 카메라를 준다든가 하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이번 주 단 일주일 동안만 하는 것은아닐까? 아, 점점 불안해 진다. 평소 일어나지도 않은 일까지온갖 상상이 나의 뇌를 자극한다. 다행히 내일하고 모레는 주말이라 산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어디든지 집에 붙어 있지않는 게 최선이다. 별로 친하지 않던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걸어보자. 예상치 못한 약속이 PC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나를 구원해줄지 모른다. 전화번호를 뒤적여 보자. 벌써 오후가 훌쩍넘었다. 이런, 낭패 보기 전에 일찍 자야겠다. |
1월6일토요일둘째날 산에 가기로 한 날이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 산행 준비를 한다. 괜히 뻘쭘이 앉아 있다가는 버릇대로 PC를 켜게 될지 모른다. PC가 이렇게 애물단지가 될 줄은 상상도못했는데, 쩝. 산아 고맙다. 네가 이놈의 디지털 생지옥에서 나를 구원해 주는구나. 내일도 잘 부탁한다. 노총각의 골방에서 오늘과 내일 부디 편히 잠들게 해다오! 잘만 하면 일주일 중 이틀은 날로 보낼 수 있다. 음화화화화~. 일주일 인터넷 접속 안하기 별거 아니네 뭐. 산에 갔다 왔다. 일부러 못 마시는 술에 뒤풀이까지 갔다. 샤워를 하고 뒷정리까지마쳤는데도 10시가 채 안됐다. 오늘따라 정신이 더 말짱하다. 평소대로라면 PC를켜고 인터넷에 접속해야 한다. 오늘처럼 산에 다녀온 날은 바로 사진을 올리고 다음날쯤 산행기를 쓴다. 이번에는 5일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이를 어쩌나, 고민이다. 산행기든 사진이든 5일이 지나 올리면 완전‘뒷북’되기 십상이다. 어찌해야 할까? 그냥 잠깐 접속해 사진만 올리고 끌까? 흠, 내일 산에 갈 때는 이놈의 카메라도 가져가면 안 되겠다. 이 멋진 사진을 나 혼자 봐야 하다니 좀 아깝네 그려. |
1월7일일요일. 셋째날 오늘도 산이다. 어제는 간신히 TV 앞에 앉아 새벽 2시까지 버텼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TV도 재밌더군. 밤 12시가 넘으니 케이블 방송에서 생각지도 못한(?) 영화를 틀어준다. 곳곳에서 만만치 않은 수위를 뽐내는 여인들. 대한민국 방송 파이팅! 오늘은 오대산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했다. 오늘처럼 먼 곳으로 원정 산행 가는날은 인터넷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갔다 오면 밤늦은 시각이고 피곤해서 바로 뻗어서 잘 테니. 오늘 하루는 이걸로 해결이다. 앞으로 4일! 아싸~! 오대산은 눈이 무릎까지 쌓이는 그야말로 고대했던환상적인 설산이었다. 있는 폼 없는 폼을 다 잡고 새로 산 고글까지 끼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기를 안 가져갔더니 다른 사람들 조리개에 더 많이 노출되더라. 멋진 내 모습을 볼 길이 없다니, 가슴이 아프다. |
1월 8일월요일. 넷째날 주말은 알차게 보냈는데 이제는 남들 다 일터로 가고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평일이 시작되었다. 백수의 하루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오늘부터 3일간은 아주 아주 길 것이다. 그런데, 후배야 내 고백하나 하마. 사실은 어제 산에 다녀와서 인터넷에 접속을 했다. 4일 만에 본 익스플로러 화면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그 환상의 퍼레이드 앞에서 내가 어떤 것을 보았는지 너는 모를 것이다. 미안하다 후배야.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이 백수 선배는 다른 건 몰라도 멋들어진 설산 사진을 보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너도 한번 봐라. 이 장관을 놔두고 어떻게 4일을 기다릴 수 있겠니. 어떡할래? 배 째라! 진짜 아주 잠깐 썼으니 용서해줘. ㅜ ㅜ |
오늘부터 슬슬 금단 증세가 나타난다. 인터넷의 장점은 24시 편의점처럼 쉴 줄은 모르고 서비스한다는 것이다. 내 의지만 있으면 언제나 접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냉정한 삶은 백수에게 24시간 서비스는 고사하고 질긴 지루함의 고통만을 안겨준다. 이 원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PC를 아예 켜지 않아야 한다. 한글만 쓸 거라고 다짐을 해도 콩알만한 익스플로러 아이콘이 큰북이 되어 나를 울리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용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 몇년만에 A4 용지에다 펜글씨를 쓴다.악필아 반갑다. 이정도 노력하는데 어제 접속한 건 좀 봐주라 후배야, 응? 잠자리에 누워 기도를 한다. 나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소서. 아침에 일어나 뉴스가 궁금하면 컴퓨터가 아닌 TV를 켜게 하옵소서. 밥은 컴퓨터 책상이 아닌 밥상 위에서 먹게 하옵소서. 문자 메시지가 오지 않게 해 네이트온에 접속할 일이 없게 하옵소서. MP3의 유혹도 비켜가게 하옵소서. 마지막으로 후배에게 거짓말 할 일 만들지 말게 하옵소서. 진정 나를 시험에 들지 말게하옵소서. 아! 하루가 정말 길다. |
1월9일화요일. 다섯째날 어제부터 다시 시작된 금단 증세를 떨쳐보려고 극장에 갔다. 집에 조금이라도 붙어 있으면 큰일(?)을 낼 것 같아 일부러 조조를 보기로 했다. 절대로 백수라서, 돈이 없어서, 조조는 4천원이라서, 거기에 할인까지 받으면 2천 원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우기고 싶지만, 사실은 그 이유가 가장 크다. 전철을 타고 극장으로 향하는데 군데군데 사탄들이 참 많다. 휴대폰, 노트북으로 인터넷질을 하는 저 인간들을 보라! 정말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은 강국인가보다. 어딜 가나 인터넷이 없는 데가 없다. |
얼마 뒤에는 화장실 안에도 PC가 들어서 전국민에게 변비를 안겨줄지도모르는 일이다. 요즘은 극장에도 인터넷 시설이 기본이다. 사람은 많지만 PC는 달랑 다섯 대. 인터넷을 즐기려면 항상 많은 경쟁이 필요하다. 어랏?! 가는 날이 장날. 오늘은 내 앞에 자리 하나가 텅~하니 비어있다. 세상 모든 것이 나를 인터넷으로 유혹하는 것 같다. 예고편이 흘러나오는 TV 앞으로 고개를 돌린다. 5분이 5시간이 되어 나를 잠식한다. |
1월10일수요일. 여섯째날 이제 이틀 남았다. 점점 목이 마르다. 온통 모래 천지인 사막이 아니라 손만 뻗으면 물을 얻을 수 있는 내 방이라 더 목이 마르나 보다. 오늘은 PC를 아예 켜지 않을 작정이다. 오전에는 영화를 볼 것이고 오후에는 야간 산행을 하기 때문에 잘 견뎌낼 것이다. 내일이면고행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 |
마라톤도 35km에서 가장 힘들다고 하지않는가? 예정대로 영화를 봤고, 집에 오자마자 아예 멀티탭을 뽑아 옷장 속에 넣어버렸다. 5일 간의 수행으로 이젠 제법 노하우가 쌓인 것 같다. 야간산행을 갔다 왔다. 집에 오니 12시가 다 됐다. 이제 잠자리에 들면 오늘도 끝인 거다. 이제 단 하루! 그런데 정말 35km 지점이 제일 힘든 거 맞아? 쥐라도 한번 나야 되는데 너무 멀쩡하니 미안하네. 예쁘지도 않은 손 글씨 쓰는 게 더 고역이다. 몇 자나 썼다고 손이욱신거린다. 힘 빼자! |
1월11일목요일. 마지막날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오늘만 지나면 인터넷을 할 수 있다. 이제 10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제 남은 건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진인사대천명이라 했던가? 누가 보면 이또오 히로부미한테 도시락폭탄이라도 던지러 가는줄 알겠다. 내가 죽거든 묘비에“인터넷 중독에 경종을 울린 이 여기에 잠들다”라고써줄 사람은 없겠고, 그냥“인터넷 일주일 안하고 원고료 받아먹다!”이렇게 써줄라나? 어찌됐건 시계바늘은 거짓말 없이 째깍째깍 잘 돌아간다. 마지막을 어떻게 멋들어지게 장식해볼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내 머리로 생각할 수있는 건 뻔했다. 그래서 또 극장엘 갔다. 이러다 극장에 취직되는 건 아닐까? 다행히오늘은 빈자리가 없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 슬쩍 다가가서 고개를 삐쭉 내민다. 아, 네이버다, 싸이다, 블로그다! 후배야 뒤에서 그냥 보기만 하는 거야. 내가 접속한 거 아냐. 그러니까 조용히 좀 해봐. 좀만 더 봐야겠다. 앗! 저 사람은 게임하네? 아, 저 게임이 새로 나온 거구나. 구경 잘하고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내일의 영광을 기대하며 편히 잠이 들었다. |
EPILOGUE 결과적으로‘일주일동안 인터넷 접속 안 하기’는 실패다. 처음부터 자신이 없었다. 산에 다녀온 3일째까지는 억지로 홀릭을 넘겼지만 집에 있던 월요일부터는 메신저와 메일을 체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21세기 통신 최강국인 대한민국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인터넷과 함께 살아왔던 내게,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넘지 못할 산이었다. 무엇이건 하루아침에 바꿀 수 는 없다. 지금은 인터넷 강국이라고 펜티엄, 듀얼코어를 얘기하지만 처음에 삑~하는 소리에 mp3 파일 하나 다운받는데 30분이나 결렸던 전화모뎀을 쓰던 날도 분명 있었다. 무언가에 편해지고, 그 편함에 고마워하고, 그 고마움이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아무런 느낌도 가질 수 없게 된다. 이 자신 없는 원고 청탁을 수락한 것은‘일주일동안 인터넷 쓰지 않기’를 성공하자는 의미보다는 내게 소중하고, 익숙해진 어떤 것에서 잠시 떠나 보자는 것이었다. 겨우 일주일을 보낸 것뿐인데, 옛날처럼 똑같이 일주일 숨 쉰 것뿐인데,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것 같았다. |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마냥 안절부절 못했다. 정말 소중한 걸 놓쳤다거나, 정말 인터넷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저 잠시 떨어져 지낸 것뿐이었다. 습관이란 게 이리도 무서울 줄이야! 앞으로도 나는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지못할 것이다. 어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든 PC를 켜고 익스플로러의 향연을 즐길 것이다. 무엇이든 넘치면 좋은 것이 아닌데 점점 더 넘치고 넘쳐서 과분해지는 것 같다. 과유불급이란 말을 언제나 목구멍에 넣고 다니지만 튀어나오질 않는다. 내가 하는 것은 불륜도 로맨스가 되는 세상이니 늘 정당성을 찾으려고 억지를 부리는 것 같다.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친구와 연락이 끊기고 PC가 없으면 단 일주일도 버티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도 가끔은 수첩에 빼곡히 적혀있는 사람들 연락처가 그립다. 게임하느라 PC 앞에서만 노는 아이들을 본다. 그 아이들에게 딱지치기, 구슬치기, 숨바꼭질,망까기, 자치기, 땅따먹기를 가르쳐 주고 싶다. 진짜 재미는 PC와 온라인 게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있는, 눈과 살을 맞대고 노는 저기 흙먼지 날리는 놀이터에, 자연에 있다는 것을…. 이런! 오늘 정기 채팅이 있는 날이다. 늦었다. 빨리 접속 해야지. 후다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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