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신 아마존에서 노트북 사는 시대
[smartPC사랑=이철호 기자] 노트북으로 배틀그라운드를 즐기기 위해 게이밍 노트북을 구매하기로 한 L씨(26세). 그러나 용산전자상가를 돌아다니고 가격비교 사이트를 열 심히 검색해도 가성비 좋은 노트북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해외직구 정보를 발견했다. 한국 가격보다 20만 원 이 상 저렴했기에 구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L씨처럼 해외직구를 통해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8년 2분기 해외직구 구매액이 6,869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컴퓨터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늘어나는 해외직구는 컴퓨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올해 들어 큰 폭으로 증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6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2017년 컴퓨터 및 주변기기 온라인 해외직 구 구매액은 379억 원으로 추산됐다. 2018년 1, 2분기에는 벌써 239억 원에 달한다. 인텔 신형 CPU 공개, 엔비디아 신형 GPU 발매 등의 이슈를 고려해보면 500억 원 돌파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특히 올해는 해외직구로 컴퓨터 및 주변기기를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난 해이다. 2017년 2분기 해외직구 구매액이 68억 원이었던 반면, 올해 2분기에는 125억 원에 달한다. 전년도 같은 분기 대비 84.5%나 증가한 것이다.다른 품목과 비교해 보면 그 상승세가 더 명확해진다.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은 25.3% 증가, 음·식료품은 14.3% 증가에 그쳤으며, 해외직구 열기가 높은 가전·전자·통신기기도 73.2%로 컴퓨터 및 주변 기기의 상승세에 미치지 못했다.노트북, 외장하드 등 인기 많아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PC 관련 제품을 해외직구로 많이 구매할까? 국내 최대 해외배송 대행서비스 ‘몰테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직구족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컴퓨터 관련 제품은 노트북이었다. 노트북은 컴퓨터 관련 제품 직구 건수 중 약 47%를 차지했다. 그 외에는 스피커, 헤드셋 등이 지난해에 큰 인기를 끌었으며, 외장하드 또한 직구족의 많은 선택을 받았다.몰테일 관계자는 “델 인스피론, XPS 시리즈나 ASUS 비보북, 레노버 씽크패드 등 해외 업체 노트북의 인기가 높았다”고 하는 한편 “지난해에 큰 인기를 끌었던 블루투스 스피커와 할인된 가격으로 출시된 WD 외장하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최근에는 CPU를 비롯한 고가 부품 역시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사례가 늘 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인텔 CPU 가격이 대폭 상승하면서 아마존 해외직구 관련 정보를 요청하는 이들이 부쩍 증가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은 “현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도 국내 가격이 너무 비싸 직구 이외엔 답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가성비 좋은 제품 찾기
앞서 살펴봤듯이, 가격은 소비자가 해외직구로 컴퓨터 및 주변기기를 구매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국내 가격과 해외 가격 차이가 심한 제품이 많다 보니 G마켓이나 쿠팡, 용산전자상가 대신 아마존을 찾는 이들이 느는 것이다.일례로 WD My Passport 1TB 외장하드의 가격을 비교해보자. 9월 13일 무렵 이 외장하드의 국내 가격은 오픈마켓 최저가 기준으로 79,900원이지만, 아마존 최저가는 49.99달러다. 우리 돈으로 약 56,000원이니 30% 정도 저렴한 셈이다.한 달이 지나고 환율이 바뀐 뒤에도 가격차는 유지됐다. 10월 24일, WD My Passport 1TB 외장하드의 국내 가격은 79,900원이지만, 아마존 최저가는 51.2달러(약 58,000원)다.이렇게 국내 가격과 해외 가격의 차이가 심한 이유로는 복잡한 컴퓨터 유통체계, 프리미엄 전략으로 인한 고가 마케팅 등이 꼽힌다. 최근 재고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는 과정에서 용산전자상가로 대표되는 유통업계에 대한 불신이 쌓인 것도 해외직구 증가의 원인이다.국내 PC 시장에 가져올 영향은?
점점 규모가 커지는 해외직구에 대한 컴퓨터 및 주변기기 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아직까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업계 관계자 A는 “해외직구가 매출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는 처음 들은 것 같다”면서 “해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도 국내 매출이 유의미하게 하락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세금이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미국에서 컴퓨터나 주변기기를 구매하면 미화 200달러(약 224,000원)까지 면세가 적용된다. 그 이상의 제품은 세관으로부터 부가세, 관세를 내야 한다. A/S도 문제다. 글로벌 워런티가 적용되지 않는 이상, 사용 도중 문제가 발생하면 외국으로 택배를 보내 A/S를 받는 수밖에 없다.그러나 해외직구로 컴퓨터 및 주변기기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수록 업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 B는 “A/S의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외직구를 찾는 고객이 많아진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금도 몇몇 업체의 경우 매출이 줄어 비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피해·악용 사례도 늘어
한편으로는 컴퓨터 해외직구 이후 피해를 보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컴퓨터를 비롯한 IT·가전제품 해외구매(직접구매, 구매대행, 배송대행 포함) 후 불만 사례가 2017년 상반기 438건에서 올해 696건으로 58.5% 증가했다.주요 불만사유로는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가 가장 컸다. 개인 사정으로 구매를 취소해야 하거나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배송 과정에서 물품이 파손되거나 판매자와의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해외직구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CPU나 메인보드 등을 아마존에서 싸게 구입한 후 중고 거래 사이트에 웃돈을 얹고 판매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상 개인사용 목적으로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관세청 관계자는 “해외직구 물품 판매 사례가 적발될 경우 벌금, 추징금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며 “사용 후 중고로 파는 경우에도 상습적인 경우 관세청의 판단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마치며
가성비 좋은 노트북, 스피커, 외장하드 등을 찾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컴퓨터 직구족도 늘고 있다. 아직은 국내 PC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 C는 “국내 가격과 해외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큰 브랜드의 경우 향후 해외직구로 인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한편으론, 해외직구 과정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의 주의도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은 국제거래 소비자포털(//crossborder.kca.go.kr)을 통해 사기의심 쇼핑몰 리스트를 확인하고 결제 전 해당 사이트로부터 피해를 본 소비자가 없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저작권자 © 디지털포스트(PC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