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iver
‘인터넷(internet)’과 ‘강(river)’의 영문 단어를 합친 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정확히 짚어내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흐르는 한 줄기 강과 같은 기업이 되겠다는 뜻.
1999~2000년
1999년 1월 주식회사 레인콤 설립
2월 홍콩 현지법인 레인콤 HK설립
2000년 3월 CD/ DVD 픽업/ 메카니즘 테스터 장비 개발
4월 주식회사 옵티로직 합병
5월 홍콩 AV콘셉으로부터 투자 유치
7월 국내 판매법인 아이리버 설립
8월 미국 소닉블루(現 리오)와 멀티 코덱 CD플레이어 ‘iMP-100’ 공급계약 체결
11월 ‘iMP-100’ 개발 완료
iMP-100
2000년 11월에 만들어진 아이리버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일반 오디오 CD는 물론 MP3, WMA, ASF 파일등 여러 종류의 파일을 모두 재생하는 멀티 코덱 기술에 파격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CD형 MP3 플레이어다. ‘iMP-100’은 모델이 바뀔 때마다 새 제품을 사야 하는 종전과 달리 PC를 업그레이드하듯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펌웨어 방식을 채용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지속적으로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며 11개의 iMP 시리즈를 더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소닉블루의 OEM 제품으로 ‘리오볼트’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미국 진출 6개월 만에 점유율 1위에 오르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아이리버의 첫 작품. 여러 종류의 파일을 재생하는 멀티 코덱 기술이 특징이다.
2001~2002년
2001년 1월 레인콤 전자 통신연구소 설립
11월 미국 현지 법인 ‘아이리버 아메리카’ 설립
12월 세계 초박형 MP3 플레이어 ‘슬림X’ 개발
2002년 6월 데이터 플레이 디스크를 재생하는 뮤직 플레이어 ‘IDP-100’ 개발
9월 ‘iFP-100’ 시리즈 출시
12월 홍콩현지법인 아이리버 홍콩 설립
iFP-100
2002년 9월 태어난 아이리버 성공신화의 신호탄이며 최고 효자 상품. ‘iFP-100’은 플래시 메모리를 단 MP3 플레이어로 김영세 디자이너가 기능성과 디자인을 잘 조화시킨 삼각형 모양이 특징이다. ‘프리즘’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라디오, 다이렉트 인코딩 기능, 녹음 등의 다양한 재주를 지녔다. 당시 미국 유명 가전업체인 베스트바이에 공급하며 큰 인기를 얻어 세계시장 1위에 자리의 올랐다. 이후 만들어지는 ‘크래프트’와 함께 아이리버의 최대 히트작으로 꼽힌다. 이후 6개의 시리즈를 더 만들었고 그 가운데 ‘iFP-300/800’이 우주선을 닮은 크래프트 디자인으로 형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iFP-100은 플래시 타입의 MP3 플레이어로 실용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능은 큰 인기를 얻으며 아이리버의 이름을 알렸다.
2003~2004년
2003년 4월 초박형 MP3 플레이어 ‘IMP-550’ 출시
6월 하드디스크 타입 플레이어 ‘H110’ 출시
7월 일본 현지 법인 아이리버 재팬 설립
12월 코스닥 등록
2004년 1월 유럽 현지 법인 아이리버 Europh Gmgn 설립
5월 국내 최초 월 10만대 판매 돌파
7월 목걸이 타입 MP3 플레이어 ‘N10’ 출시
9월 ‘PMP 100’ 출시
12월 전자사전 아이리버 ‘딕플’ 출시
PMP 100
2003년부터 PMP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지만 국내에는 아직 본격적인 시장이 생기지 않았을 때다. 레인콤은 시장의 흐름을 읽고 2004년 9월 아이리버가 ‘PMP 100’을 내놓았다. 88.9mm 26만 컬러 TFT LCD를 단 하드디스크 타입의 대용량 포터블 비디오 기기 PMP 100은 동영상 재생은 물론 오디오 파일 재생, 이미지 뷰어, USB Host, TV 출력 등의 다양한 재주를 지닌 제품이다. 하지만 DivX, Xvid 같은 동영상 파일과 자막 재생을 지원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 뒤 아이리버는 한동안 PMP 시장에는 눈길을 주지 않다가 3년 뒤 ‘P10’으로 다시 진출했다.
PMP 100은 기대와 달리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해 아이리버가 아쉬워 하는 제품 중 하나다.
2005~2006년
2005년 1월 미국가전협회 CES 어워드 ‘iFP-1000’ ‘N10’ 시리즈 혁신적 디자인상 수상
4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N10 ‘베스트 디자인’ 수상
중국 공장 완공, 연 500만대 양산 능력 확보
6월 아이리버 ‘iFP-895’, 미국 PC 월드 선정 세계 100대 IT 제품으로 선정
9월 플래시타입의 오디오/비디오 플레이어 ‘U10’ 출시
11월 와이브로 게임 단말기, 무선 포털서비스 사업 진출 선언
2006년 5월 휴대용 지상파 DMB TV(아이리버 포켓 TV)출시
리모콘 재주를 지닌 6GB 하드디스크 타입 E10 출시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개발한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클릭스’ 미국서 출시
9월 초박형 MP3 플레이어 ‘S10’ 출시
클릭스
MP3 플레이어의 뒤를 잇는 아이리버의 새로운 대표 상품이다. 2004년 12월 처음 만들어진 딕플 ‘D10’은 YBM시사의 108만 표제어와 290만 어휘가 담긴 사전과 MP3 플레이어를 더한 모델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 7월에 나온 12번째 시리즈인 ‘딕플 스터디 팔레트 100’은 디자인 업그레이드는 물론 영어, 중국어, 일어 사전과 더불어 프랑스어, 독일어 사전까지 담아 딕플 라인업 중 가장 탄탄한 어학 콘텐츠 구성을 자랑한다.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MID(모바일 인터넷 기기) 수준의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D50N’, 독일 디자인상을 받은 ‘D5’ 등의 전자사전이 인기를 끌었다.
클릭스는 인터내셔널 디자인 어워드, 굿 디자인 상 등을 수상하며 디자인 명가의 자존심을 이어갔다.
2007년
2007년 2월 보고사모펀드 투자유치(600억)
4월 휴대용 DMB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B20’ 출시
6월 디즈니 캐릭터 미키마우스를 닮은 ‘M 플레이어’ 출시
7월 세계 최초 듀얼 액정 터치휠 시스템 내비게이션 ‘NV’ 출시
9월 이명우 대표이사 취임
11월 클릭스, M 플레이어, NV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08 수상
12월 DMB 기능 업그레이드 한 클릭스 +/ 동영상 기능 최적화 한 MP4 플레이어 ‘W7’
딕플
MP3 플레이어의 뒤를 잇는 아이리버의 새로운 대표 상품이다. 2004년 12월 처음 만들어진 딕플 ‘D10’은 YBM시사의 108만 표제어와 290만 어휘가 담긴 사전과 MP3 플레이어를 더한 모델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 7월에 나온 12번째 시리즈인 ‘딕플 스터디 팔레트 100’은 디자인 업그레이드는 물론 영어, 중국어, 일어 사전과 더불어 프랑스어, 독일어 사전까지 담아 딕플 라인업 중 가장 탄탄한 어학 콘텐츠 구성을 자랑한다.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MID(모바일 인터넷 기기) 수준의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D50N’, 독일 디자인상을 받은 ‘D5’ 등의 전자사전이 인기를 끌었다.
‘D100’은 팔레트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시선을 끈다.
2008~2009년
2008년 2월 멀티미디어 전자사전 딕플 ‘D30’ 출시
3월 D5, M 플레이어 시즌 2, W7, 2008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
5월 라이브 플레이어 ‘L-플레이어’ 출시
6월 USB 메모리타입 MP3 플레이어 ‘볼케이노’ 출시
8월 SPINN 출시
11월 E100 누적판매 100만대 돌파 / ‘E100 시즌 2’ 출시
KT 인터넷전화 ‘아이리버 웨이브폰’을 출시
12월 ‘딕플 D35’출시 / 52시간 음악 연속재생 ‘E50’ 출시
2009년 1월 ‘SPINN’ ‘P20’ CES 혁신 디자인, 기술상 수상
3월 김군호 대표이사 취임 레인콤에서 아이리버로 사명 변경
PMP ‘P7’ ‘P35’ 출시/ 모바일 인터넷 딕플 ‘D50-N’ 출시
4월 아이리버 ‘E150’ / 딕플 ‘D7’ 출시
5월 도미노 ‘2009 D&AD 어워드’수상
6월 MP4 플레이어 ‘B30’ 출시 / 내비게이션 ‘NV클래식’ 출시
NV 시리즈
2007년 8월 레인콤은 ‘NV’ 제품을 만들어 내비게이션 시장에 문을 두드린다. 오른쪽에 붙인 조그다이얼은 조작성과 생김새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운전자의 시야에서 벗어난다는 불편과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로 인해 레인콤은 내비게이션에서 손을 뗀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여름 성수기 효자아이템인 내비게이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인지 2008년 3월 ‘NV life’, 10월 ‘NV미니’ 그리고 올해 6월 4번째로 ‘NV 클래식’을 내놓았다. 아이리버 NV 클래식은 ‘맵피’ 지도를 단 7인치 내비게이션으로, 터치 메뉴키를 포함해 모든 조작 버튼들을 운전자와 가까운 제품 전면 왼쪽에 달아 편의성을 높였다.
NV 클래식은 4개의 제품 가운데 성능과 디자인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비하인드 스토리
올해로 10살이 된 아이리버는 MP3 플레이어도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운 주인공이다. 소비자는 ‘예쁜’ 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아이리버의 인기도 계속 올라갔다.
올해 3월부터 아이리버를 이끌고 있는 김군호 대표.
‘아이리버 신화’의 주역인 양덕준도 다른 벤처 1세대처럼 도전 정신만 가지고 약 20년 동안 근무하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었다. 1999년 1월, 3억 원을 가지고 직원 7명과 레인콤을 설립한다. 적은 인원이지만 연구 개발자가 대부분인 다른 벤처기업과 달리 마케팅, 수출, 재무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를 모은 것이 특징이다.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승부사’라 불리는 창업자 양덕준의 성공신화는 많은 언론과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MP3 플레이어의 수퍼스타
양덕준은 처음부터 MP3 플레이어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대기업에 솔루션을 만들어 팔 계획이었지만 타깃으로 삼은 5개 업체 모두 기술 호환이 어렵다며 손을 내저었다. 결국 양덕준은 의도와 달리 하드웨어까지 직접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직접 MP3 플레이어를 생산하려니 어려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자금이 시급한 문제였다. 한참 닷컴열풍이 불 때라 국내 투자자들은 하드웨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양덕준은 홍콩 펀드의 도움을 받아 생산을 시작한다.
2000년 미국 회사 소닉블루에 OEM 브랜드로 납품한 것이 레인콤의 출발이었다. 당시 소니와 필립스 등 유명 업체들이 이미 시장에 진출한 뒤였지만 여러 종류의 압축 파일을 모두 작동할 수 있는 멀티 코덱 기술이라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만든 것이 ‘IMP-100’이다. 소닉블루의 인지도가 높아서인지 제품 덕분인지 시장에서 반응이 무척 좋았다. 미국 진출 6개월 만에 점유율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두 회사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하고 대립이 생기기 시작했다. 소닉블루가 미국에 자체 브랜드를 내놓으려는 레인콤의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양덕준은 “소닉블루가 아이리버를 견제하려는 것 같다”고 생각해 관계를 끊고 홀로서기를 택했다.
하지만 독자 브랜드로 활동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최대 전자제품 체인점 베스트 바이를 찾아갔지만 바로 거절당했다. 당시 베스트바이 진열대에 올라간 한국 제품은 삼성뿐이었다. 양덕준은 6개월 동안 끈질긴 협상 끝에 ‘3개월 내에 플래시 MP3 플레이어 2만6천 대를 만들라’는 조건이 달린 기회를 얻었다.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해 내놓은 제품이 바로 아이리버 신화를 이끈 ‘프리즘’이다. 베스트바이 전매장에 깔린 프리즘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프리즘의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자 2, 3위 유통업체인 CompUSA, Circuit City 등도 팔기를 원했다.
레인콤은 새 모델을 만들어 베스트바이에 독점으로 공급하고, 프리즘의 판로를 확대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신모델이 항공모함 모양을 닮은 ‘크래프트’다. 크래프트 역시 큰 사랑을 받으며 속편이 안고 있는 부담과 우려를 모두 날려버렸다. 2004년 매출액은 무려 4540억 원. 초창기 12억 원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이었다. 세계 MP3 시장의 11%를 차지했고 빌 게이츠가 아이리버를 공개 시연회에서 수차례 소개할 정도로 잘나가는 제품이었다.
‘프리즘’과 함께 아이리버의 전성기를 이끈 ‘크래프트’.
기술이 디자인을 따라가다
양덕준은 아이리버의 경쟁자는 이탈리아 명품 ‘조르지오 알마니’나 캐주얼 시계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스와치’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스타일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는 말이다. 디자인으로 받은 상이 음질이나 성능으로 받은 상보다 훨씬 많다. 아이리버의 인기작 ‘프리즘’을 디자인한 김영세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으면 양덕준이 디자인 욕심을 알 수 있다.
2001년 12월 베스트바이에 공급할 MP3 플레이어 개발하던 양덕준의 새로운 디자인이 있어야 성공할 것으로 보고 김영세 디자이너를 찾아간다. 김영세는 자기의 책을 보고 무작정 찾아와 “자체 브랜드로 첫 출발하는 것을 도와 달라”는 양덕준의 말에 흔쾌히 동참한다. 프리즘을 설계할 때 레인콤의 엔지니어들이 김영세에게 제품 크기를 1mm만 늘려줄 수 없냐고 요구하자 양덕준이 엔지니어들에게 “꾸겨 넣어”라고 지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아이리버의 기술과 디자인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인기가도를 달렸다. 꾸준히 해외 법인을 늘려가며 입지를 넓혔고, 2004년 10월에는 새로운 형태의 ‘N10’과 PMP를 연달아 내놓으며 전기 매출액 대비 12.8% 증가세를 기록했고, 분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2005년 클릭휠과 색다른 디자인의 ‘아이팟’이 등장하면서 아이리버는 주춤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가격인하 정책에 무리하게 값을 조정했고,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해외를 중심으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미국, 유럽, 홍콩 등 옥외 간판이나 매거지 등에 금발의 미녀가 사과를 깨물어 먹는 광고를 실었다. 레인콤은 애플 자극 광고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시기적으로나 상징적으로 애플을 노린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격차는 점점 벌어졌고 시장점유율도 점점 낮아졌다.
당시 레인콤은 애플 잡기에만 급급했다. 그러던 중 양덕준은 2006년 3월 일본 시부야에서 열린 아이리버존 개장 행사에 갔다가 “아이리버는 자체 매력이 있는데 왜 아이팟과 비교하려 하는가”는 학생의 말을 듣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동안 애플을 너무 의식해 “아이팟 짝퉁이나 다름없는 제품을 만들고 말았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다시 ‘아이리버다운 것’을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내놓은 제품이 ‘S10’이다.
아이리버의 정체성을 되찾은 제품을 내놓는 동시에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김혁균 전 공동대표이사를 영입해 해외 자회사 부실 등을 과감히 정리하면서 회사의 수익구조도 안정화시켰다. 2007년 2월 보고펀드를 재무적 파트너로 삼아 600억의 투자유치를 받아 신제품 개발과 M&A 등 공격적인 경영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 시작했다.
애플을 연상시키는 아이리버의 광고 포스터.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만든 아이리버의 H10.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아이팟 ‘짝퉁’이 되어버렸다.
씁쓸한 아이리버 패밀리의 반목
애플과 경쟁하느라 진을 뺀 양덕준은 전문경영인 이명우에게 경영을 일임하고 최고전략책임자 자리에 있다가 2008년 4월 모바일 네트워크 단말기 업체인 ‘민트패스’를 설립했다. 레인콤 직책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이사회 의장이고 레인콤의 대주주 자리에 있어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업계는 ‘승부사 기질이 있는 양덕준이 회의를 느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라며 그를 추켜세우기도 하고,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등지고 경쟁업체가 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었다’며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창업멤버의 외도는 이뿐이 아니었다. 양덕준에 가려 유명세를 타진 않았지만 아이리버 성공의 숨은 주역이자, 음향·영상 분야 전문가인 이래환도 경쟁 업체를 만들어 떠나갔다. 2006년 야심차게 추진했던 와이브로 사업이 좌초되면서 핵심 임원이 물러나자 창업멤버 4명과 함께 퇴사한 뒤 전자사전 업체 에이트리를 설립한 것이다. 에이트리는 2007년 4월부터 ‘UD10’ 등으로 인기를 끌며 시장 1위 업체인 레인콤을 바짝 추격했다.
레인콤은 2008년 7월 ‘에이트리가 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국내 2위의 업계로 성장한 배경은 레인콤의 기술을 무단 도용했기 때문’이라는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에이트리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아이리버와 체결한 사업양수도 계약서를 제시해 합법적으로 소스코드를 양수받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함께 고소당한 직원 9명만 무혐의 처분을 받고 이래환은 9월 1일 불구속 기소되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전자사전 소스코드 도용사실을 인정하며 이래환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에이트리 측은 “엄연히 사업양수도 계약을 통해 양도한 기술에 대해 불법유출과 무단도용 혐의를 적용해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 레인콤의 행위는 동업자 정신과 상도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레인콤 은 “에이트리의 소스코드 이용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대립했다. 법원은 레인콤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이들의 집안싸움은 지켜보는 소비자의 입맛을 씁쓸하게 했다.
굿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아이리버 제품들. 이외에도 많은 제품이 해외의 권위있는 상을 받았다.
‘아이리버’로 제2의 도약
올해로 10살이 된 레인콤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사명 변경. 김군호 대표체제로 바뀌면서 회사 이름을 ‘아이리버’로 바꾸었다. 아이리버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 진짜 ‘아이리버’로 기업의 이미지를 함께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아이리버의 1분기 실적은 적자를 기록했으나, 3월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섰고 영업이익이 월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향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고 있다.
아이리버 미래의 핵심은 네트워킹, 인터넷, 콘텐츠다. 블로그를 이용한 1인 미디어 시대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도 하고 제품끼리 연결해 파일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제품이 필요하다. 먼저 KT와 같이 낸 ‘스타일폰’, 곧 출시될 ‘이북’, 네트워크 단말기 등을 통해 사업 영역을 기존의 멀티미디어 기기 중심에서 네트워크 기기로 확장시켜 해외 시장 개척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새로운 레인콤을 준비 중”이라는 김군호 사장은 “레인콤 주력 사업 방향을 네트워크 기반의 다양한 단말기 쪽으로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의 말
아이리버 덕분에 소비자는 ‘예쁜’ 제품을 쓰기 시작했고, 아이리버는 소비자에게 예쁨받는 기업이 되었다. 지금은 모두가 생김새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보는 것은 이제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전자사전 역시 콘텐츠만 늘린 신제품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아이리버는 MP3 플레이어 명가답게 다음에만 전체 이용자 모임부터 개별 제품 이용자 모임까지 관련 카페가 30개가 넘는다. 최근 많이 올라오는 내용이 제품의 교체 주기가 짧아지면서 완성도가 떨어지고, 질문에 대한 성의있는 답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진짜 아이리버로 바뀌려는 지금이 소비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