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남지율 기자] VR 헤드셋의 초창기에는 진입 장벽이 매우 높았다. 우선 컨트롤러와 VR 헤드셋을 추적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것부터가 복잡했는데, 천장에 별도의 장치를 설치한 뒤 고사양 PC에 유선으로 연결해야 했다.
반면, 최근 5년 사이에는 VR 헤드셋만으로 단독 구동 가능한 ‘독립형 VR 헤드셋’의 빠른 발전 덕분에 상당수의 VR 유저들이 독립형 VR 헤드셋을 사용하는 추세다.
최신 독립형 VR 헤드셋은 기존 세대의 주류 칩셋이던 ‘스냅드래곤 XR2 Gen1’보다 GPU 성능이 약 250% 가량 개선된 ‘스냅드래곤 XR2 Gen2’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즉, 더욱 실감나는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패스스루 기능을 강화해 MR 기능에도 집중하는 것이 최신 독립형 VR 헤드셋의 주요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새롭게 출시된 ‘PICO 4 Ultra(이하: 피코 4 울트라)’에도 이와 같은 트렌드가 적용됐다.
고성능 프로세서로 진보한 PICO 4의 완성판
피코 4 울트라는 제품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완전히 새로운 VR 헤드셋이라기보다, 기존 피코 4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성능과 기능을 강화한 제품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
우선 구성품부터 살펴보자면, VR 헤드셋 본체와 컨트롤러(AA 건전지 사전 장착), USB Type-C to C 케이블, 컨트롤러 스트랩, 안경 스페이서가 함께 동봉된다. 피코 4와 거의 동일한 구성이다.
피코 4 울트라의 실측 무게는 583g으로 확인됐다. 전 세대인 피코 4(584g)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무게 중심에도 집중했다. 헤드셋 후면부에 배터리를 적용한 덕분에 추가적인 액세서리 없이도 균형감이 좋다. 또한, 다이얼을 돌려서 조이는 방식이기에 착용이 간편하다.
컨트롤러가 변한 부분은 꽤나 다양한데, 모든 변화가 만족스럽다. 우선 링이 없는 디자인으로 변경됐다. VR 게임 중 링에 의한 간섭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피코 4 울트라의 컨트롤러는 간섭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컨트롤러의 무게는 실측 기준 180g에서 163g으로 약 경량화에 성공해 장시간 플레이에 더욱 유리해졌다. 이외에도 그립감이 개선됐고, A,B,X,Y 버튼의 조작감 달라진 점을 알 수 있었다.
MR 기능 강화를 위한 시도도 엿볼 수 있다. 16MP의 RGB 카메라가 하나 장착된 전작과 다르게 이번 제품에는 2개의 32MP RGB 카메라와 iToF 심도 감지 카메라가 더해졌다.
렌즈 안에는 2160x2160 해상도의 패널이 총 2개 적용됐다. 2개의 패널이 적용됐고 팬케이크 렌즈 방식이라 선명하게 보이는 ‘스윗 스팟’이 넓다. 직접 렌즈 내부를 촬영해보니 외곽쪽의 텍스트도 선명하게 보이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코 4와 패널 자체는 동일하나, 색상 보정 후 출고되며 렌더링 해상도가 증가해 더 개선된 느낌을 받았다.
앞서 2개의 32MP RGB 카메라가 장착됐다는 점을 언급했는데, 이는 3D 콘텐츠를 촬영하기에 유리한 구조다. 피코 4 울트라에는 공간 비디오 및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됐다. 직접 사용해보니, 볼륨 + 버튼을 눌러 촬영이 가능했고 일반적인 사진 및 동영상과 다르게 굉장히 생생한 느낌이다. 참고로 아이폰 15 프로 및 16 시리즈에서 촬영된 공간 동영상을 스마트폰 앱으로 무선 전송해서 피코 4 울트라로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상 콘텐츠 감상용으로도 준수했다. 프로젝터를 보는 것 같은 대화면 구현이 가능했고, 내장된 비디오 앱으로 3D 영화를 스트리밍하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12GB로 증가한 램 덕분에 여러 창을 동시에 띄우고 사용하는 ‘360 파노라마 작업공간’은 마치 SF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현실과 혼합된 가상 공간에서 웹 서핑을 하고 동시에 영상을 재생할 수도 있고 컨트롤러 없이 손으로 조작하는 것도 지원한다.
게임 플레이에서는 어떨까?
스냅드래곤 XR2 Gen2는 기존 세대의 독립형 VR에서 구현할 수 있던 것 보다 훨씬 뛰어난 그래픽을 제공한다. 따라서 스냅드래곤 XR2 Gen2에 맞게 업데이트 된 게임을 구동하면 더욱 실감나는 그래픽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우선 ‘레드 매터 2’를 실행해 봤다. VR 게임치고 그래픽 퀄리티가 꽤나 우수한 편이라 시각적 만족감이 높았다.
다음으로 즐겨 본 게임은 ‘데메오’다. VR 게이머 사이에서 평가가 좋은 작품으로 직접 보드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실감나고 독특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다음은 컨트롤러 추적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활쏘기 게임인 ‘인데스: 언체인드’를 플레이했다. 컨트롤러 링이 없어졌음에도 추적 성능이 준수한 덕분에 활을 쏘는 동작도 어색함 없이 인식됐다.
대표적인 VR 게임으로 여겨지는 ‘비트세이버’도 플레이할 수 있다. PC에 ‘PICO Connect’를 설치한 뒤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데, 게임 중 딜레이를 거의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쾌적했다. 참고로 피코 4 울트라는 스냅드래곤 XR2 Gen2가 탑재된 독립형 VR 중 드물게 Wi-Fi 7을 지원하기 때문에 호환되는 공유기와 함께라면 딜레이를 더욱 최소화할 수 있다.
모션 트래커와 함께 더욱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현한다
피코 4 울트라와 함께 ‘피코 모션 트래커’가 함께 출시됐다. VR 헤드셋 내에서 모션 트래커 앱을 열면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 모션 트래커는 양쪽 발목에 장착하는 방식이다. 발목에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전신 모션 트래킹이 구현되는 점에 주목하자. 과거 전신 모션 트래킹을 구현하려면 모션 센서를 몸에 5~6개 부착해야 해 불편했다.
반면, 피코 모션 트래커는 AI 기능을 적용해 양쪽 발목에만 장착해도 허리나 가슴쪽의 움직임도 구현해냈다.
피코 4 울트라에 설치되는 ‘VR 챗’과도 호환되고 스팀 VR의 VR 챗을 포함한 일부 전신 트래킹 게임과도 호환성을 갖췄다.
피코 4 울트라로 모션 트래커를 사용할 수 있는 리듬 게임을 즐겨봤다. 발의 움직임까지 추적되니 훨씬 다이나믹한 느낌이다. 추후 더 많은 게임이 개발되면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마치며
VR 헤드셋 피코 4 울트라를 살펴봤다. 해상도가 전작과 동일한 점을 조금 아쉽지만, 그외에는 실제 사용에서 변화가 느껴질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패스스루가 강화된 점과 향상된 프로세서의 성능, 링이 없는 컨트롤러가 핵심적이다. Wi-Fi 7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스팀 VR을 주로 즐기는 게이머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