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다음 작전 목표는 이곳이다.” 컴컴한 회의실,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스크린 속 지도의 한 곳을 가리킨다. 군복 입은 남자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서로의 눈치만 살핀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프로젝터는 이럴 때 쓰인다.
프로젝터는 회의실이나 큰 교회, 학교에나 가야 천정에 달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프로젝터는 가정용 제품군 시장을 호시탐탐 노렸다. 그러나 범접하기 어려운 값과 설치나 관리도 번거롭고, 화질도 좋지 않았다. TV가 대형화 되어가는 상황에서 고가의 프로젝터를 구입해야 할 이유가 빈약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프로젝터 시장은 99%가 기업체와 학교 등에 공급하는 B2B 시장이 차지한다. 개인용 프로젝터 판매량이 1%에 불과했으나 게임기, 영상 산업의 호재로 2010년에는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전자가 내놓은 ‘HS 200G 미니빔’은 개인용 프로젝터 시장을 노리고 값과 크기를 줄인 제품이다. 가로세로가 18.3×12.2cm이며, 무게는 800g에 불과하다. 손바닥에 올려놓을 만큼 가볍고, 가방에 넣고 다닐 정도로 휴대성이 좋다.
USB 메모리와 외장 하드디스크 안에 있는 동영상 파일을 알아챈다.
사진을 감상하려면 jpg로 저장해야 한다.
램프 수명 10배 늘어난 미니빔
프로젝터의 핵심 부품은 램프다. 소모품인데다 비싸서 부담이 크다. 전원 방식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일반적으로 최소 1,000에서 3,500시간 정도 쓰면 갈아야 한다. 하루 평균 8시간씩 매일 쓴다면 3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교체해야 한다. 그렇다고 참고 쓰기에는 화질이 심하게 떨어져 몰입을 방해한다. 좀 아껴보려고 중국산 싸구려 램프를 썼다가 값비싼 프로젝터를 망가뜨릴 위험이 있다.
이런 문제로 프로젝터는 가정에서 쓰기에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다. HS 200G 미니빔은 LED(발광다이오드) 램프를 광원으로 쓴다. 약 3만 시간의 평균 수명은 종전 제품들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루 8시간씩 써도 10년간 램프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작동 시간도 빨라졌다. 기존 프로젝터들은 전원을 넣으면 최소 30초에서 1분 이상 예열 시간이 필요했지만, HS 200G 미니빔은 전원을 켜면 1~2초 후에 화면을 띄운다.
가정이나 소규모 사무실에서 쓰기 적당한 크기의 HS 200G 미니빔.
본체 후면. USB, HDMI, D-Sub 단자가 보인다.
본체 위에는 프로젝터 설정을 위한 버튼이 위치했다.
최소 15인치 화면까지 출력할 수 있는 미니빔.
실제 스크린에 투사한 메뉴 화면.
USB 메모리 꽂으면 알아서 인식
HS 200G 미니빔 후면 단자 구조는 초보자도 알아보기 쉽다. 일반 프로젝터와 달리 이어폰 단자를 갖춘 게 이색적이다. D-Sub, HDMI 단자로 PC나 노트북, 동영상 재생기, 게임기 등과 연결한다. USB 포트를 이용해 외장 하드디스크나 USB 메모리 등 저장매체와 연결한다. 다만 Y형 케이블을 쓰는 외장 하드디스크는 연결할 때 전원 부족으로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USB 포트에 연결되면 설정 화면에서 USB 메모리를 알아챈다. 내부에 저장한 동영상, 음악, 사진, 문서 등은 리모컨으로 선택하거나 본체 상단에 위치한 버튼으로 선택해 감상한다.
화면은 15인치부터 약 150인치까지 조절할 수 있다. 40인치 화면 초점거리는 1.1m로 짧다. 100인치 이상 화면은 2미터 내외의 초점거리가 필요하다.
설정 메뉴에서 영상을 선택하면 상황에 맞는 화질을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스포츠에 특화된 화면, 게임을 위한 화면, 영화, 편안한 화면, 선명한 화면 등을 고를 수 있다. 스크린 크기도 16:9 화면과 4:3 화면을 지원해 영화 감상과 프레젠테이션처럼 상황에 맞춰 쓸 수 있다. 퀵 메뉴를 지원해 영상 선택과 설정 변경이 편리하다.
소음 없고 발열 적어 쾌적
동영상 지원 포맷은 Divx, Xvid, avi, m4v, MPG, MPEG, MPE 등이며, mp3와 jpeg 파일도 읽었다. 트윈 XD(Twin XD) 그래픽 엔진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테스트를 위해 드라마, 영화, 축구경기 등 3가지 동영상을 각각의 모드에 맞춰 실행했다. 드라마는 선명한 화면 모드로 관람했는데, 실제 TV 화면보다 색감이 풍부하다.
영화는 16:9 화면으로 맞추고 편안한 화면을 선택했다. 선명도와 채도가 살짝 줄어든 느낌이었다. 스포츠 모드는 역동적인 선수들의 움직임이 잔상 없이 보였지만 화면 전체에 약간 푸른 느낌이 돌았다. 색은 더 선명해 선수들의 움직임이 눈에 잘 들어왔다.
프로젝터 작동 소음은 거의 없었다. 소음기로 측정한 결과 30데시벨 정도 기록했다. 측정 장소가 약간 좁은 곳이어서 소리가 울리는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치다. 영화나 게임에서는 음성에 파묻혀 프로젝터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내부 냉각을 위해 쿨링팬을 달았는데 1시간 정도 쓰고 손을 대보니 미지근한 바람이 흘러나왔으나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가정에서 쓰기에 적당한 가격대의 프로젝터
HS 200G 미니빔은 80만 원대다. 비슷한 성능인 제품이 300만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1/3 수준이다. 대신 프로젝터 밝기가 200 안시 루멘이어서 실내를 최대한 어둡게 해야 한다. 300만 원 대의 600 안시 루멘 제품들이 좀 더 밝은 데서도 화질이 선명하다. 그러나 2,000:1 명암비를 바탕으로 밝기와 색감을 향상, 약점을 보완했다.
가정용 프로젝터는 아직까지 수요가 많지 않다. 그 이유가 부담스러운 가격과 편의성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HS 200G 미니빔은 가정용 프로젝터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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