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남지율 기자] 록맨 시리즈는 1987년부터 시작된 유명 게임 프랜차이즈이다. 오랫동안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되었고 캡콤의 대표적인 액션 게임 시리즈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된 프랜차이즈는 암흑기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록맨 시리즈도 그렇다. 록맨의 암흑기에는 상당히 많은 록맨 게임이 개발 취소됐다. 록맨 유니버스를 시작으로 록맨 대쉬 3, 록맨 온라인이 3연속으로 취소되었으며, 25주년 기념작으로는 그리 잘 만들지 못한 양산형 소설 RPG 록맨 Xover가 공개돼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였다.
이제는 록맨 시리즈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냐는 비관으로 가득하던 팬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발표됐다. 바로 록맨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나후네 케이지가 록맨 시리즈의 정신적 후속작을 제작하기 위해 킥스타터 모금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44억 원을 모금한 달성한 펀딩
킥스타터가 발표되자마자 수많은 게임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기존 록맨 시리즈의 음악을 작곡하거나 스테이지를 제작했던 이들도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나후네 케이지가 파란색 티셔츠와 파란색 모자를 쓴 상태로 록맨 2의 오프닝 화면과 비슷하게 연출한 동영상도 공개됐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해당 영상에서 팬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킥스타터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킥스타터의 모금 성적은 아주 뛰어났다. 40시간 만에 게임 제작에 필요한 90만 달러가 빠르게 모일 정도였다. 게임이 제작되는 것이 확정된 후에도 모금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됐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킥스타터에서만 400만 달러가 모였다.
기자에게 이메일을 통해 마이티 넘버 9을 망겜의 추억에서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제보한 게이머 역시 250 달러 옵션의 후원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리워드 중에는 이나후네 케이지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1만 달러 상당의 후원 옵션도 존재했는데 4명이나 참여하기도 했다.
킥스타터의 모금 성적은 록맨 시리즈의 후속작을 갈망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을 훌륭하게 증명해냈으며, 이는 캡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마이티 넘버 9의 킥스타터는 금액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펀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게임과 보상은 어땠을까?
록맨의 아버지가 망친 정신적 후속작
마이티 넘버 9의 펀딩 금액은 대단히 순조롭게 달성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는 다양한 문제들이 속출했다. 우선 발매일이 지속적으로 연기됐다. 2015년 4월에서 9월로 밀린 뒤 다시 2016년 2월로 추가 연기가 발표됐다. 2월에 출시돼야 할 마이티 넘버 9은 2016년 상반기로 또 밀렸으며 결국 실제 출시는 2016년 6월에나 가능했다. 약 1년 2개월 가까이나 연기된 셈이다.
또한, 350만 달러 모금 달성 보상으로 진행되었어야 할 PS VITA와 3DS 버전은 아직까지도 출시되지 않고 있다. 마이티 넘버 9이 출시된 플랫폼과 비교하면 약 2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사기 행위에 가깝다.
게다가 펀딩 보상 중 하나인 박스는 매뉴얼이 들어가지 않는 사이즈로 발송되거나 인쇄 상태가 좋지 못하는 등 불량이 사례도 속출했다. 심지어 60달러 후원 보상인 박스에는 게임이 들어있지 않으며, 더 고액을 후원해야 게임도 받을 수 있었다.
출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더라도 게임 자체가 잘 만들어졌다면 마이티 넘버 9이 지금처럼 큰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의 그래픽부터가 문제였다. 우선, 킥스타터 펀딩 페이지에 공개된 콘셉트 아트와 차이가 대단히 크다.
특히, 폭발 이펙트가 대단히 조잡했는데 소닉 더 헤지혹의 공식 트위터에서 이를 조롱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을 정도이다. 그래픽이 시대에 뒤처진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임 드롭 현상도 흔하게 발생했다. 게임성 역시 그리 특별하지는 못했다.
어쩌면 이 게임이 이렇게 큰 금액으로 펀딩을 받지 않고 조용히 출시되었더라면 이렇게 평이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 출시됐다, 마이티 넘버 9은 팬들의 간절함을 악용해 44억 원이나 되는 돈을 가로챈 사기로밖에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