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임병선 기자] ‘킬라킬’(Kill La Kill)은 가이낙스에서 퇴사한 직원들이 설립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트리거’에서 2013년 처음으로 선보인 TV 애니메이션이다.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제작진이 다수 참여해 그렌라간을 재밌게 봤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화제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킬라킬의 연출과 스토리 진행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데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도중에 하차한 사람도 상당 수 있을 정도이다.
아무튼 2013년에 나왔던 애니메이션이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게임으로 제작되었다. 상당히 늦은 감이 있고 원작의 시너지 효과도 보기 힘든 시점에서 왜 출시되었는지 의아하기도 하다. 다만, 킬라킬을 게임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원작에서 언급하지 못했던 추가 내용도 있기 때문에 원작 팬들이라면 주목할 게임이다.
애니메이션 같은 게임
‘킬라킬 더 게임 -IF-’는 원작 제작사인 트리거와 아크시스템웍스의 자회사 에이플러스에서 개발을 맡았다. ‘길티기어’와 ‘블레이블루’로 유명한 아크시스템웍스에서 직접 개발하지는 않았지만, 길티기어 시리즈처럼 3D 그래픽을 활용한 카툰 렌더링 방식으로 애니메이션 같은 게임을 만들었다.
주요 콘텐츠는 스토리를 설명해 주는 싱글플레이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중반 이후부터인 ‘해산 총선거’부터 진행되는데 원작을 보지 못한 사람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흘러간다. 아마도 원작 팬을 타겟팅해서 만들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원작을 보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장벽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스토리 모드의 컷씬 자체는 상당히 수준급이며, 원작 애니메이션과 흡사해 원작을 다시 보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게임 플레이할 때 사용하는 필살기 연출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인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모델링 부분은 캐릭터마다 퀄리티가 들쑥날쑥해 아쉽다.
대전 격투 게임으로는 글쎄?
킬라킬 더 게임 -IF-의 장르는 대전 격투 게임이다. 플레이 방식은 ‘나루토 나루티밋 스톰’이나 ‘점프 포스’와 흡사하지만 오직 1 대 1만 가능하다. 조작은 상당히 간단한데 근접 공격, 원거리 공격, 방어, 점프를 기본으로 대시, 공중 대시, 방어를 무너뜨리는 브레이크 공격, SP게이지를 사용하는 필살 공격이 있다.
전투는 가위바위보처럼 공방전이 진행되는데 카메라 워크가 정신없고 버튼 연타로 강력한 콤보가 손쉽게 나가기 때문에 오로지 공격에 집중하는 것이 속 편하다. 대전 격투 게임의 기본적인 공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투 시스템은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1 대 1로 싸우는 데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DLC 추가 캐릭터 포함해 12명밖에 되지 않는 것은 큰 약점이다. 원작에서 등장하는 캐릭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던 부분인데 차라리 1 대 다수로 싸우는 무쌍류 쪽이 더 어울렸을 것 같다. 물론, 스토리 모드 중 무쌍 플레이도 존재하긴 하지만 기본 조작 시스템은 똑같아 무쌍류 같은 쾌적함은 느끼기 어렵다.
강제적인 스토리 플레이
앞서 킬라킬 더 게임 -IF-의 스토리는 원작을 본 사람이어야 이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 원작 자체가 정신없이 진행되는 터라 원작을 본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애니메이션인데 그걸 또 줄여버렸으니 게임만의 스토리로는 집중하기도 버겁다.
문제는 킬라킬 더 게임 -IF-의 다른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이 스토리 모드를 반드시 클리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 모드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해야 고를 수 있으며, 심지어 온라인 모드는 스토리 모드를 모두 클리어해야 즐길 수 있다.
대전 격투 게임에서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스토리 같은 건 필요 없고 오직 대전만을 원하는 게이머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아무리 원작 팬을 위해 제작한 게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게이머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판단 미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