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남지율 기자] PC는 꽤 긴 기간 동안 굵직한 리듬 게임이 출시되지 않았던 플랫폼이다. 간간히 신작들이 출시되긴 했지만, 출시 후 약 3달 만에 업데이트가 중단되거나 국내 게이머 취향에 맞지 않는 등 큰 화제가 된 작품은 드물었다. 하지만 2020년은 PC로도 대작 리듬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우선 2019년 12월 얼리 엑세스로 시작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가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상반기 내로 ‘이지투온’의 스팀 버전도 등장할 예정이다. 또한, ‘오투잼’도 아직 정확한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스팀 버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혀진 바 있다. PC로 출시되는 리듬 게임이 늘어남에 따라 이에 적합한 키보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키보드가 리듬 게임에 적합할까?  

어떤 축이 적합할까?

지난 2019년 12월 27일, 게임 채널 OGN이 생중계한 리듬 게임 e스포츠 대회인 ‘LG 울트라기어 OSL FUTURES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가 개최된 바 있다. 해당 대회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예선을 거쳐 선발된 8명의 최강자들이 참가했다. 눈으로 따라가기도 어려울 정도의 고난도 노트가 정신없이 쏟아졌으며, 단 0.02%의 정확도 차이가 승패를 가를 정도로 치열했다. 대회가 끝난 뒤 기자는 엄청난 처리력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Sinz’, 4강 진출에 성공한 ‘Espresso’ 등의 실력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 어떤 키보드로 대회에 참여했는지를 물어보니 저마다 선호하는 기준이 달랐지만 모두 한결같이 갈축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왜 리듬 게임에 갈축이 적합한 것일까? 우선 리듬 게임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입력이 필요한 장르다. 많게는 1분에 1,000개도 넘게 쏟아지는 노트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만약 이런 노트를 흑축과 같이 무거운 스위치로 연주한다면 손이 금방 피곤해질 것이다. 또한, 청축의 경우도 리듬 게임을 즐기기에는 무겁다는 평이 있으며, 소음도 심하다. 이와 반대되는 성향을 지닌 적축과 은축도 리듬 게임과의 궁합은 그리 좋지 않다. 노트를 빠르게 처리하기엔 좋지만 구분감이 부족해 정확한 타이밍에 노트를 누르기 어려운 편이다.  

리듬 게임에 좋은 갈축 키보드
커세어 K70 RGB MK.2 갈축

리듬 게임에 적합한 키보드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커세어의 ‘K70 RGB MK.2 갈축’(이하 K70)의 샘플을 입수했다. 테스트에 앞서 K70이 어떤 키보드인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K70은 커세어 키보드 중 고급 라인업에 속하는 제품이다. 그래서 키보드의 프레임부터가 꽤나 고급스럽다. 아노다이징 마감이 적용된 알루미늄 프레임을 지녀 견고한 느낌을 선사한다.

무게는 1kg 이상이다. 키보드를 휴대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 점도 리듬 게임에 좋다. 노트가 쏟아지는 연주에도 키보드가 밀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마감이 뛰어난 팜레스트도 안정감을 더하는 요소다. 장시간의 피로에도 손목의 피곤함이 덜하다. 다만, 팜레스트의 연결 방식은 불만이다. 얇은 플라스틱을 통해 연결하는 방식이라 내구성이 걱정된다.

폼팩터는 텐키리스가 아닌 풀사이즈다. 마우스의 무빙이 중요한 FPS나 MOBA 장르에서는 텐키리스가 선호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리듬 게임에서의 마우스는 메뉴나 곡을 선택할 때 외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또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 같은 게임은 오히려 풀사이즈 폼팩터가 빛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게임의 8버튼 모드는 기본 버튼 세팅이 복잡한데, 넘버키를 활용한 커스텀 버튼 세팅이 유저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K70에는 FPS와 MOBA 장르를 위한 포인트 키캡이 제공된다. 만약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를 즐긴다면 ‘C’와 ‘,’키를 동봉된 포인트 키캡으로 교체하면 8버튼 모드의 기본 세팅에서도 버튼을 구분하기가 더 쉬워진다.

동시에 여러 노트를 입력할 때 유리한 n-키 롤오버와 100% 안티 고스팅도 지원된다. 사실 이는 기계식 키보드에서는 흔히 지원되지만, 간혹 이를 지원하지 않는 기계식 키보드도 존재하기에 리듬 게임용으로 구매하고자 한다면 이를 한 번쯤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리듬 게임의 재미를 더해 줄 RGB 기능도 꽤 탄탄한 편이다. 특히, 방의 조명을 켠 상태로도 꽤 밝은 광량을 보였다. 광량 설정 키를 통해 이를 직관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2가지 키를 조합해 광량을 설정할 수 있었던 타사의 키보드보다 훨씬 직관적인 편이다.

커세어 제품을 통합 제어할 수 있는 iCue 프로그램도 장점이다. iCue는 다양한 RGB 효과를 취향에 맞게 제어할 수 있으며, RGB 제어 소프트웨어 중 보기 드물게 macOS와도 호환된다. 이는 mac을 보유하고 있는 리듬 게이머라면 매력적일 것이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가 추후 macOS로 출시될 예정이며, 오투잼의 스팀 버전도 macOS를 고려 중이기 때문이다.

BMS와 같은 리듬 게임을 즐기는데 유용한 볼륨조절 다이얼도 제공된다. BMS는 상용 리듬 게임이 아닌 개인이 제작한 곡을 즐기는 방식이기에 곡에 따라 볼륨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K70에 탑재된 볼륨조절 다이얼과 함께라면 곡의 볼륨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다.

 

K70으로 즐겨본 리듬 게임

테스트에 앞서 적축 스위치를 탑재한 키보드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를 즐겨봤다. 적축 스위치는 연타 노트를 처리하기에는 좋았으나 기자의 실력만큼 정확도가 나오지 않았다. 같은 곡을 5번 반복 플레이한 뒤 최고 점수를 캡쳐했다.

이어 체리 MX 갈축 스위치를 탑재한 K70을 통해 동일한 곡을 즐겨봤다. K70은 적축 키보드처럼 낮은 키압을 지녔으며, 적축 대비 확실한 구분감을 제공했다. 갈축으로는 1번만 플레이했음에도 적축의 최고 점수를 가볍게 압도했다.

또한, 청축 키보드와 달리 장시간의 플레이에도 손의 피로가 적게 쌓이는 점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마치며

커세어 K70 RGB MK.2 갈축을 통해 어떤 키보드가 리듬 게임 장르에 적합한지를 살펴봤다. 사실 복잡한 노트를 처리하는 것만 놓고 보면 은축/적축이 더 좋을 수 있고 정확도를 위해서는 청축이 더 좋을 수 있겠으나 리듬 게임은 처리력과 정확도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장르다. 따라서 이 둘의 타협점인 갈축 스위치를 탑재한 키보드가 리듬 게임에 적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