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스토리지 가격 상승의 원인, 치아코인
이와 같은 대용량 스토리지 가격 상승은 '치아코인'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존의 가상화폐는 GPU 기반으로 채굴이 이뤄졌지만, 치아코인은 스토리지 기반으로 채굴을 한다. 수많은 연산량을 요구하는 다른 가상화폐와 달리 전력소모가 적어 ‘친환경적’이라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채굴 과정에서 스토리지가 혹사당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채굴을 위해 24시간 스토리지가 가동되는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를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채굴 과정에서 쓰기 작업이 계속 이뤄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스토리지에 무리가 가게 된다.해외직구 제품, RMA 불가에 TBW 보증 변경
치아코인으로 인해 스토리지 가격 상승은 물론 제조사들의 보증 정책에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웨스턴디지털은 해외직구로 구매한 스토리지 제품의 경우 국내에서 RMA가 불가능하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해외직구로 웨스턴디지털 스토리지를 구매한 경우 제대로 된 사후지원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업계에서는 채굴장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HDD의 A/S 처리 문제로 인해 정책을 변경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제품에 표기된 TBW(쓰기 수명)이 갑자기 변경된 사례도 나타났다. 해외 IT매체 톰스 하드웨어(Tom’s hardware)는 PNY가 자사의 NVMe SSD ‘XLR8 CS3030’의 TBW를 80% 가까이 축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럴 경우 구매한 SSD의 내구성 보증에도 영향이 가게 된다.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TBW를 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PNY는 치아코인 채굴 수요의 급증과 낸드 플래시 부족으로 인해 내구성 보증을 축소했다고 해명했다. PNY 국내 수입사 관계자는 “국내에 들어온 제품의 경우 아직 TBW가 바뀌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대책 마련 나선 업체들
치아코인으로 인해 대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출렁이면서 스토리지 제조사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스토리지 업체들이 채굴업자에게 HDD나 SSD를 판매하지 말라는 공문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단기간에 급격한 쓰기 작업이 이뤄지는 등 채굴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을 경우 해당 스토리지는 A/S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 A는 “판매하는 입장에서 HDD나 SSD를 채굴 목적으로 구매하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가상화폐 버블이 꺼진 뒤에야 스토리지 시장의 정상화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저작권자 © 디지털포스트(PC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