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최한슬 기자] 아내에게 배신당한 왕은 세상의 모든 여성을 증오한 나머지 매일 한 명씩 새 신부를 맞이해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죽이는 일을 반복한다. 이러한 왕의 잔혹한 행위를 멈추고자 한 여성이 스스로 자청해 그의 왕비가 된다. 그리고 매일 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다음 전개를 듣지 않곤 못 배기는 이야기로 1,001일의 밤을 살아남은 이 현명한 여성의 이름은 바로 ‘셰에라자드(Scheherazade)’로, 아라비안 나이트 속 신비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인공이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왕의 해묵은 증오마저 녹인 셰에라자드의 이야기처럼 한 번 맛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오프라인 음향기기 체험 공간이 있다.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베스트셀러부터 해외 프리미엄 헤드폰, 마니아를 위한 전문 음향기기, 그리고 단독 청음실에 마련된 하이파이(Hi-Fi) 홈오디오까지 모두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공간이다. 국내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도 다양하게 전시돼 한 번 온 사람은 발길을 끊을 수 없다는 이곳, 음향기기 종합 플랫폼 ‘셰에라자드’에 가 봤다.
셰에라자드 청담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55길 29, 대창빌딩 1층
운영 시간: 10:00~20:00 (월~일)
연락처: 02-3446-7391
다양한 프리미엄 음향기기를 한 자리에
다분히 궁금증을 일으키는 이름의 셰에라자드는 유명 음향기기 브랜드의 공식 대리점인 소리샵이 직접 운영하는 오프라인 음향기기 매장이다. 프리미엄 헤드폰과 이어폰이 전시된 셰에라자드 공간과 하이파이 홈오디오를 체험할 수 있는 소리샵 공간으로 구성됐다.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에 이어 이어폰·헤드폰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한 소리샵이 가벼운 블루투스 이어폰부터 고가의 앰프, 홈오디오 스피커까지 한 자리에 마련해 2013년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열었다.
단순한 판매 매장을 넘어 음향기기 체험의 지평을 넓히는 종합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셰에라자드는 신규 브랜드 입점이나 신제품 발표 시 출시 행사나 시연회를 여는 등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도 종종 이용되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행사가 보류된 상황이다.
색다른 제품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면
압구정로데오역에 내려 도보로 5분 정도 걸어가면 영문 간판의 셰에라자드 청담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우선 공간 한 편의 벽을 가득 채운 헤드폰들이 우리를 반긴다.
셰에라자드 공간엔 소니(SONY)부터 파이널(final), 뱅앤올룹슨(B&O), 웨스톤(Westone), 슈어(Shure), 젠하이저(Sennheiser), 메제 오디오(MEZE Audio), 오디지(AUDEZE), 울트라손(Ultrasone) 등 아직 국내 음향기기 판매점에선 자주 보기 힘든 해외 브랜드의 신제품이나 베스트셀러가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 프리미엄 유선 헤드폰뿐 아니라 대중적 인기가 높은 블루투스 헤드폰과 이어폰도 전부 청음할 수 있어, 음향기기에 관심 많은 2,30대 청년층의 방문도 빈번한 편이다.
마니아의 발길을 잡아두는 전문 음향기기
다양한 헤드폰만큼이나 방문자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와 댁(DAC), 진공관 앰프 같은 전문 음향기기들이다. 셰에라자드가 아니라면 일반인이 보기 힘든 진공관 앰프도 가까이서 보고 체험까지 할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평일 오후 시간에도 다양한 제품을 앞에 놓고 직접 들어보는 방문자가 꽤 있었다.
앰프는 소리를 증폭시켜 스피커로 보내는 기기로, 내부에 앰프가 없는 패시브 스피커와 함께 사용한다. 아날로그적인 음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진공관 앰프는 마치 전구 같이 생긴 유리 진공관 속 필라멘트로 열을 방출하며 전기 신호를 증폭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동 중인 진공관 앰프 위로 피어오르는 열감을 느끼며 매장 MD의 설명을 들으니 복잡한 음향 세계에 한층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었다.
온 동네 게이머를 위한 게이밍 헤드셋존
셰에라자드 공간의 한 구석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게이밍 헤드셋을 모아놓고 직접 게임을 하며 체험할 수 있는 게이밍 헤드셋 체험존이 있다. 대형 모니터가 갖춰진 데스크톱PC 2대가 마련돼 친구와 함께 헤드셋을 바꿔가며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5도 있어 한층 실감나는 체험이 가능하다. 오디지, 에이수스, 로캣, 로지텍, 터틀비치, 하이퍼엑스, 스틸시리즈 등 내부에 배치된 헤드셋은 모두 사용해볼 수 있다. 사전 예약 후 이용 가능하다.
하이파이 홈오디오를 위한 스위트 스팟
셰에라자드 공간을 뒤로 하고 편안하게 앉아 제품을 청음하고 휴식을 취하는 방문자들의 공간을 지나면, 하이파이 홈오디오로 가득한 3개의 청음실이 매장 가장 안쪽에 위치한다. 이곳은 전자 제품과 쉽게 연동되는 비교적 가벼운 스피커부터 색다른 디자인의 개성 강한 스피커, 그리고 몇 억원대를 호가하는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까지 다양하게 선보인다.
윌슨 베네시(Wilson Beneech), 블루사운드(bluesound), 네임 오디오(Naim Audio), 엘립손(Eilpson), 프로악(ProAc) 등 모두 프리미엄급 하이파이 스피커로 제대로 된 음향 시스템을 갖추고자 하는 중년의 고객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스피커의 규모에 따라 청음실을 구분했으며, 공간을 채우는 소리가 한 곳으로 모이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에 푹신한 소파를 놓아 방문자가 편안하게 청음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했다.
방음 시설이 갖춰진 어둑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클래식 연주를 감상하니, 기자 역시 집에 나만의 음악 감상실을 마련하고 싶다는 욕망이 불쑥 솟아오른다.
스피커를 제대로 청음하고 싶다면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할 것을 권한다. 미리 청음 예약을 하면 시간에 맞춰 매장 MD가 원하는 스피커를 세팅해놓고 전문적인 상담과 안내를 진행한다.
※ 오프라인 매장인데, 과연 코로나19 방역 상황은?
매장 내 제품을 여러 사람이 직접 만지고 사용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이용 전후로 제품 소독과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매장 곳곳에 손소독제와 알코올 솜이 비치돼 있어 고객이 사용 전과 후 직접 제품을 닦아 쓸 수 있으며, 관리자가 수시로 전시품을 닦으며 소독한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방역 업체를 불러 매장 전체 소독을 진행하는 것을 물론이다.
단, 방문자에게 무상으로 커피 등 음료를 제공하던 카페테리아는 현재 이용할 수 없다.
마치며
코로나19 시대에 무슨 오프라인 매장이냐 할 수도 있지만, 취향을 타는 음향기기만큼은 직접 들어보는 경험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셰에라자드는 다양한 해외 브랜드의 대리점이라는 특성을 살려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음향기기를 구비하고, 대부분의 제품을 감상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매장에 있는 MD들에게 설명이나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일반인이 잘 모르는 전문 음향기기의 경우, 방문자를 위해 간단한 설명이 함께 비치되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